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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11월 13일, 장영주 씨 공연.

2005. 11. 14. 15:44 | Posted by 헤브니
UCLA의 로이스 홀에서 American Youth Symphony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UCLA에 처음 가는데 저녁이었는데도 예상보다 더 차 막혔지, 홀을 못 찾아서 찾다가 늦어서 짜증이 마구 나서 기분이 엉망이 될 뻔.

그런데 주차비 받고있던 학생을 보는 순간, 엇! 해버렸다.
고등학교 동창생이었던 것.
공짜로 주차하고 (앗싸) 무려 8달러를 아꼈다. ^_^;;

공연은 아주 좋았다.

지난 8월 말의 공연 때 연주했던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보다
훨씬 인간미가 있는 곡(?)이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음 하나도 안 놓치는 듯한 정교함이 아주 돋보였다.

같이 갔던 동생도 반하고 돌아왔다.

중간의 쉬는 시간에 싸인회를 해서 내가 가져간 두 장의 씨디에 싸인을 받아왔다.

2부에 연주하는 엘가의 "이니그마 바리에이션"을 들을까 하다가
배고파서 일찍 나와서 밥 먹고 돌아왔다.

UCLA 주변의 분위기가 좋았다.
나중에 쇼핑하러 나가야지.

폭풍 전야같아요.

2005. 11. 13. 07:47 | Posted by 헤브니
어제 동생이 머리를 하고 들어왔는데요.

주말이라고 저녁 12시 넘게까지 놀다가 들어와서 부모님은 못 보셨는데, 머리가 오렌지 색으로 알록달록하게 하고 왔어요. -_-;;

다들 교회 다녀야는데다, 울 가족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는 약간 특수한 상황 때문에 엄마가 제발 튀게 하고 오지 말라고 빌다시피 하셨는데도 그렇게 하고 왔네요.

새벽 기도회 나갔다가 교회에서 아침 먹는데 아빠가 머리 어떻게 하고 왔냐고 물으시는데, 정말 난감했어요.

머리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뿐이라고 주장하는 동생과,
단정한 모습이 성격을 반영한다고 믿으시는 울 아버지.

두 사람이 우리 집안에서 가장 트러블을 잘 일으키는데,
더구나 오늘 주말의 시작인데...

맘 편하게 주말 보내기는 다 틀려버렸어요.

지금 주무시느라 쉬시는 울 아빠 깨시면.. 에휴...

동생더러 차라리 밤 늦게까지 놀다 오라고 하던지
아니면 제가 늦게 들어오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싶은 심정이라니까요...

청강으로 등록하지 않았음 큰일날 뻔했다.

2005. 11. 9. 06:55 | Posted by 헤브니
언젠가 픽션을 한 번 써보는 게 목표라서 가을 학기 동안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글에 영 자신이 없는 터라 고민하다가 점수를 받느니 차라리 청강을 하기로 했던 선택은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

숙제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난 그렇게 글 잘 못 쓴다고.

매주 조금씩 진도가 나가기는 하지만, 생각한다고 글이 써지고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아주 뼈저리게 느껴버렸다. -_-;;

거기다가 지난 한달 동안은 전공 수업 관련된 과제와 시험이 많아 아예 수업을 빠지기도 했는데,
이 선생님은 이걸 몰랐나부다.

오늘 이메일로 F 받을지도 모른다고 친절히 알려줬는데,
그래서 나도 친절하게 "모르셨는가 본데, 저 청강생이에요"라고 알려드렸다.

전공과 상관은 없는데 배우고 싶고, 시간은 쫓기고, 점수 잘 받을 자신이 없다면
청강은 아주 탁월한 선택!

청강으로 수업을 부담없이 즐기자.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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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풋볼 경기 다녀오다.

2005. 11. 7. 18:50 | Posted by 헤브니
4학년이라 마지막이라고 시즌 티켓도 샀는데,
그동안 홈 경기라고는 매번 낮 12시 반에 하는 경기밖에 없어서
시즌 오프닝 경기를 빼고는 가지를 못했었다.

11월 5일 토요일 경기는 어쩐일인지 오후 7시에 잡혀있길래
모처럼 기 받으러 보러갔다.

이번 경기의 상대는 스탠포드 Cardinals.

스탠포드가 아무리 랭킹에도 안 드는 학교라고는 하지만,
지난 주에 전국 1위 자리를 Texas대로 부터 다시 뺏어온 우리 학교인지라,
시즌 끝날 때까지 방심을 하면 안되는 터.

프로 풋볼과 대학 풋볼 역사에 전무한 3년 연속 전국 챔피언 자리를 노리고 있는 우리 학교.
3년 연속 전국 챔피언의 꿈이 이루어진다면 역사에 기록될 시즌이 될 지어다! (;;)

솔직히 나만 해도 풋볼은 우리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터인데,
이 대학 풋볼 전국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학교의 대내외적인 이미지에 얼마나 좋은 건지 참...


(멀리서 보이는 경기장 불빛)

경기장은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이 열렸을 때 주경기장으로 사용되기 위해 지어진 스태디엄인데,
학교 바로 건너편이라 지금은 학교에서 쓰고 있다.

지난 1월에 훈련온 한국 국가대표 축구 친선 경기 세 경기 중 두 번의 경기가 열린 곳도 이곳.

수용 관람객 수는 9만명이 넘는다.
이날 경기를 보러온 팬들의 수는 9만 121명으로 집계되었다.
나는 그래서 기 받으러 온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함성을 듣고 오면 자연스레 기운이 샘솟는 것 같아서. ^.^

결과적으로 보자면 51대 21로 이겼다.
두 쿼터의 전반전 동안 44점을 쓸어담은, 사실 결과가 미리 결정지어진 경기였다.



(공격 직전의 순간, 언제나 긴장감이 넘친다)

울 학교 팀이 이번 경기에서 많이 보여준 건 인터셉트였다.
스탠포드의 공격 도중 중간에서 인터셉트를 해서 울 학교의 공격 찬스를 늘린 게 몇 번이더라...

하여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게 성공의 비결인 것도 같았다.



(난리 부르스를 추는 학생들 사이로 보이는 marching band)

51대 21라니, 솔직히 조금 실망이었다.
같은 날, 2위의 텍사스가 62대 0으로 상대편을 꺾었기 때문인데,
이 랭킹이라는 게 약체인 팀과의 경기에서 큰 점수차를 내고 이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강팀과의 경기에서 작은 점수차를 내고 이긴 것보다 랭킹 계산에서 손해라고 하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약팀과의 경기에서 지면 강팀의 랭킹이 사정없이 곤두박질 치는 대학 풋볼의 BCS (Bowl Championship Series) 랭킹은 순위에 신경써야하는 팀들의 피를 꽤나 말린다.

시즌 후에 챔피언전에 나갈 수 있는 것이 1위와 2위 팀이고,
그럴 경우 대전료가 꽤 많으니 경제적으로 좋고,
부가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라나...

큰 이변이 없는 경우 올 챔피언전에는 울 학교와 텍사스가 나갈 것 같지만.

망할 놈의 의자가 너무 차가워 얼었고,
7층에 주차해놨었는데 주차장에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버려서
1층까지 내려오는데 25분이 걸렸다는 것 말고는 좋았다.

이기는 경기를 보는 건 역시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말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몸에서 좋은 분비물이 나와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힛.

이것저것 사진 찍은 것 몇 장 덤으로 올린다.

중간의 하얀 옷 입으신 양반이,
우리 학교에서는 대선 후보로 밀자는 운동이 일어날 만큼
카리스마적인 통솔력과 지도력을 보이고 있는 감독 피트 캐롤.


5번은 테일백 포지션의 레지 부시 (Reggie Bush), 11번은 쿼터백 포지션의 맷 라이나트 (Matt Leinart).
11번은 작년에 대학 풋볼 선수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Heisman Trophy를 수상,
프로 풋볼에서 거액의 연봉을 미끼로 한 프로 전향을 제의받았으나
3연패의 역사의 일부분이 되고 싶다고 거절했다.
똑똑한 녀석. 앞날을 보는 수가 꽤 높구나.
만약 3연패를 이룬다면 지금도 더 높아질 데 없는 니 녀석의 가치가 수직상승하지 않겠냐.
학업도 마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이 딱 하나, 그것도 댄스 클래스란다. -_-;;
대학 5학년 차다. 이건 정말 웃기심.
계획대로 모든 것이 잘된다면, 내년에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두 명이 사진에 같이 찍힐 만큼 붙어 있길래 얼른 찍은 사진이다.
레지 부시는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패스를 받고 전진할 때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멋지심.



트로이 전사의 후예라 자처하는 우리 학교의 팀이름은 Trojans.
그래서 꼭 등장하는 게, 이 백마를 탄 트로이의 전사.


위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면 이렇게 보인다.
경기장 골대 근처에서 보다가 아는 사람이 와있다길래 나중에 자리 옮겨서 위에서 찍었다.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있는 이유는, 이긴 경기라고 관중들이 세번째 쿼터 즈음부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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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인권운동의 시발점, 로사 파크스.

2005. 11. 3. 04:58 | Posted by 헤브니
CNN에서 로사 파크스의 장례식이 방송되고 있기에
오늘은 그녀에 대해서 좀 적어볼까 한다.

인종 분리정책 또는 인종 차별정책이라고 불려진 segregation 이 만연하던 반세기 전,
그것도 인종 차별 정책이 가장 성실히 실행되었던 남부의 주 앨라배마에서 한 흑인 여성에 의해 결과적으로 미국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버스 안에 백인이 앉는 자리와 흑인이 앉는 자리가 구분되어있어 백인과 흑인이 같이 섞여 사이좋게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고정되어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백인 승객이 많은지 아니면 흑인 승객이 많은지에 따라 좌석 구분은 바뀌기도 했다. 백인이 앞쪽에 앉아있으면, 흑인들은 돈을 내고 내려 뒷문으로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했다. 백인들이 앉을 자리가 모자랄 경우, 흑인들은 자리를 양보하고 버스의 안 쪽으로 옮겨야했는데,
1955년 12월 1일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서 로자 파크스가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

그녀의 자리 양보 거부는 곧바로 체포로 이어졌고, 로사 파크스에 대한 재판으로 시위가 바로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사건이다.

이 시위의 주도자는 목사였던 마틴 루터 킹으로, 로사 파크스는 결국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권 운동가의 탄생을 불러온 장본인이 된 셈이다.

파크스가 버스 조례 위헌 혐의로 재판을 받던 날부터,
4만 여명이 넘는 흑인들이 길게는 무려 20마일 씩 걸어서 일을 다니는 날들이 381일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이 비폭력적이지만 굳건히 뭉쳐진 시위에 버스 회사들은 버스 안의 자리 구분이 폐지 될까지 일손을 놓아야만 했다.

그 후부터 1964년에 민권 법안이, 1965년에는 (특히 남부에서) 흑인들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흑인들은 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로사 파크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그 후 북부의 미시건 주로 이주, 지난 10월 24일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 시에서 고되고 가난했던 삶을 마친다.

그녀의 죽음이 보도된 이후, 많은 미국 사람들이 그녀의 용기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했다.

그녀의 유해는 워싱턴으로 옮겨져 미 의사당 안에 놓여져 그녀에게 최후로 경의를 표하러 온 수많은 방문객을 맞았다. 미 의사당 안에서 눕혀지는 영예를 받은 서른 한 번 째 사람이고 최초의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 아닌 미국인이며, 최초의 여성, 그리고 두번째 흑인이다.
그리고 오늘 열린 장례식에서는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여한 바 있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참석, 그녀의 삶을 기리는 연설을 했다.


틀린 것에 용기있게 반대하고, 신념을 가지고 한 일에 후회를 하지 않는 자세를 가진 단 한 사람 덕분에 미국의 역사는 변했다.
용기 있는 단 한 사람의 "NO"라는 한 마디가 불러온 흑인들의 인권 운동의 역사와 그 결과를 보라.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결코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인 군중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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