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빈약한 거야 2편부터 문제였던 것이고... 기술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라는 게 있게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3편에서 화끈하게 다 보여주고 시리즈를 완결하겠다는 게 잘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화끈함이 지나쳐 말도 안 되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그것 역시 기술력 발달에 따른 새로운 병폐(!)랄까 부산물이랄까.
인간적으로, 이 영화 너무 재미있는 거 아니야??? -_-;
3D에 아이맥스로 봤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아이맥스로도 충분할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첫째로 어떻게 이렇게 재치넘치는 액션 신을 구상할 수 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잭 스패로우가 영화 시작부터 런던탑에서 탈출하던 장면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일단 그렇게 코믹하게 시작하여 재치있게 위험을 벗어나는 게 물론 트레이드마크. 아아~ 너무 재미있었어. ㅠ.ㅠ
두번째로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신화랄까 설화랄까, 하여간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잘 버무려 넣은 맛깔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훌륭하고. 인어, 젊음의 샘 같은 이야기들은 어렸을 때부터 접하는 이야기들이기에 귀에 익숙한데 그것들을 영화 속에서 실사화 해내도록 각색하는게 참... 한마디로 뻥이지만 보기에는 정말 재미있다는 거 아닙니까. ㅠ.ㅠ
어느새 귀에 익숙해져버린 타이틀 곡은 아예 mp3로 옮겨놓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스페인 왕이 등장하고, 여주인공으로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해서 그런지 스페인풍의 기타 멜로디까지 추가한 게 듣기 좋다. 역시 한스 짐머.
스케일 커다란 모험. 돈을 수백억은 들였을 게 분명해 보이는 화려한 액션 영화랄까.
오락 영화니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ㅎ
2, 3편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듯 싶다.
일단... (난 한국사람이니깐) 정지훈 씨의 성공적인 주인공 신고식에 대해 축하하고 싶다.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미국 추수감사절 주간에 개봉되었다. 꽤나 대단한 경쟁작들이 줄줄이 라인업되어있는 상황이고, 연말까지는 성수기란 말이지. 제작사에서도 흥행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을 거라 생각되는 상황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역할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을 그의 프로페셔널리즘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액션 영화, 그것도 무술 영화의 주인공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체력적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정말...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아............ 정말이지... 누가 보여줘서 내 돈 안 들여 영화보고 이렇게 불쾌하긴 정말 처음인 것 같다.... ㅠ.ㅠ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다.
첫째: 왜색 짙은 영화에 출연한 한국인 배우.
하필이면 한국인으로서 주연 데뷔하는 할리우드 작품에 이렇게도 왜색이 짙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나는 진심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왜 하필 일본 닌자야?????
보면서 자문자답 해본 결과는, 제작자들의 명성 같은 외부적인 요건을 제외하고는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복잡한 영어 대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액션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가 강한 영화였다면 아무래도 좀.
** 그리고, 전지현 씨의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라는 작품은 개봉이 되기도 전에 왜색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 영화는 왜 논란이 안되는지?? 그 이유 설명 좀 해줄 수 있는 분 계신지?? 이게 정지훈 씨와 전지현 씨의 차이점인가?
둘째: 보는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피칠갑 액션 시퀀스.
말해두겠다. 나는 여자이지만, <킬 빌> 1편을 극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보고 온 사람이다. 그 정도로 잔인하다고 사전에 알고 가서 본 것도 아니건만, 우마 서먼이 88명의 야쿠자들과 검 하나 들고 싸우면서 유혈이 낭자한 액션신을 벌일 때, 이야~ 이건 뻥이 심하잖아! 하면서 그냥 즐겁게 보고 나왔다. 한마디로 말해서, 난 유혈이 낭자한 액션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닌자 어쌔신>은 좀 심하다. 사지가 잘려 나가는 정도로는 모자라 목이 뎅강 잘려나가는 장면은 부지기수고,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피가 철철 넘쳐 흐른다. 정말 피칠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킬 빌>보다 강도가 몇 배는 더 한 무술 시퀀스와 대결 장면을 <라스트 사무라이>의 한 장면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실패다.. ㅠ///ㅠ
19금이 아니라, 심장이 약한 분과 노약자 및 임산부에게는 정말 적극 비추해야만 할 영화다.
** 어쩌면 <킬 빌>은 적절한 비교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북미 판에서는 88인의 야쿠자와의 대결 장면이 일부분 흑백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인데, <닌자 어쌔신>은 그런 면에서의 배려가 전혀 없었다.
셋째: 빈약한 스토리텔링.
액션 영화에서 스토리를 찾아 무엇하랴? 그렇지만 너무나도 빈약한 스토리 때문에 라이조(비의 극중 인물 이름)가 자신을 길러준 닌자 집단 오즈누파를 배신하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이 설득력있게 전달되지 못했고, 오즈누파에 의해 암살 대상으로 찍힌 유로폴 요원인 여주인공 미카가 위험인물로 부각된 이유도 전혀 다가오지 않았다. 이래서야 그 모든 피칠갑 액션 시퀀스가 설명이 안되잖아!!!!!!!!!!
그 외, 어째서 일본에 본거지를 둔 닌자 집단이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는지, 중력을 무시하는 말도 안되는 액션 시퀀스나 생물학을 무시하는 자체 치유 능력 같은 그런 디테일에 대한 불평도 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다.
영화의 보너스는 곳곳에 숨어있는 한국계 배우들이다. 영화의 첫장면 문신을 해주고 있던 할아버지는 워쇼스키 형제들의 커리어에 길이길이 남을 대표작 <매트릭스>에서 키 메이커 역을 맡으셨던 랜달 덕 킴 씨이고, 닌자 집단 내에서 라이벌 위치에 있었던 다케시 역을 맡은 배우는 릭 윤 씨다. 엔딩 크레딧에 보니 내가 알아볼 수 있었던 이 두 배우를 빼고도 한국계 배우들이 꽤 많았던 것 같고, 기타 아시아계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할리우드 메인 스트림에 동양적인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한 증거인 것 같아 마음 뿌듯한 기분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정지훈 씨에게 성공적인 데뷔작은 될 지언정 그의 대표작이나 출세작은 되지 못할 한계를 가지고 있는 듯 싶다. 뭐, 아무렴 어떠랴. 앞으로 더 잘하면 되지. 정지훈 씨,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모습 보여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