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Memorial Day 주간을 맞이하여,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항구 도시 찰스턴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사바나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찰스턴이라니 어쩐지 Memorial Day 주간의 가족 여행이 전통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토요일 오전에 이런저런 일이 있어 일찍 출발하지 못하고 점심을 먹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어차피 늦게 도착하면 관광지는 닫을 테니 도착해봐야 쉴 일 밖에 없을 터. 가는 길은 단조로웠다. 차도 막히지 않았고. Interstate Hwy임에도 어느 구간은 차선이 두 개밖에 없는 조용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조지아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경계에 있는 호수 경치가 굉장히 시원했다는 거?
일요일 오전, 일단 다운타운에 위치한 방문자 센터에 들려 안내 책자와 지도, 교통편 등을 알아보았다. 일요일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찰스턴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트롤리가 있어서 관광지에서 운전해야 하는 수고와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일요일이라 주차비를 안 받으니 길가에서 자리를 찾으라는 팁도 덤으로 얻었다. 마침 근처에 빈 공간이 있어 미터기 앞에 차를 대고 관광지 이동은 트롤리로 하기로 했다.
Waterfront Park에서 찍은 사진. 다리 건너 너머의 전경과 바닷바람이 아주 시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지라 물 색깔은 탁하다.
찰스턴은 애쉴리 강과 쿠퍼 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도시로 미국 내에서 역사가 깊은 도시 중 하나다. 남북 전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노예제도의 폐지를 주창하던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1860년 12월에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연방에서의 탈퇴를 결정하고, 1861년 4월, 찰스턴에 위치한 Fort Sumter에 주둔하던 북부의 연방군에게 남부의 연맹이 포격을 가한 것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현재 이 Fort Sumter에는 유람선을 타고 내려서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로, 이 상품을 통해서만 방문이 가능하다. 찰스턴 수족관 옆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선착장에 Fort Sumter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전시관도 함께 운영 중이고 이런저런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품이나 남북전쟁 관련 책자 등의 상품 판매도 하고 있다.
편도 30분 정도 걸리는 바다 위의 유람선에서 맞는 바람이 아주 상쾌하였다.
내가 방문하고 난 얼마 후, 찰스턴의 유서 깊은 임마뉴엘 AME 교회에서 성경 공부에 참석하여 모임을 갖던 백인우월주의자가 동석한 9명의 성도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때문에 뿌리깊은 백인우월주의, 인종주의에 대한 토론과 함께, 아직도 일부 남주 주에서 자랑스럽게 휘날리는 남부 연맹기 (Confederate Flag)를 내려야 한다는 논란이 일어나 지금은 많은 곳에서 남부기가 내려갔지만, 이 때 찍을 사진을 확인해 보니 내가 방문했을 때는 사건 이전이라 휘날리고 있었다.
점심은 Hyman's Seafood라는 곳에서 했다. 6년 전 처음으로 찰스턴을 방문했을 때 추천받아 갔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남부식 해물 요리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바쁜 시간에 가면 밖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점심 시간 바로 직전에 도착하니 기다릴 필요 없이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음식점이라 각계 유명 인사들이 많이 방문했던 터라 자리마다 어느 유명인이 앉았었는지를 명시해 놓았는데, 내가 앉았던 자리는 공교롭게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이 앉았던 자리라더라. 하하하하...
남부 음식은 대체로 기름지지만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니 기꺼이 맛있게 먹어준다. 위의 음식은 Combo Platter로 기억되는데, crab cake, 연어 고로케, 새우 두 종류 뭐 이런 식으로 시켰던 것 같다. 조금씩 여러가지를 맛 볼 수 있도록 주문했고, 허쉬 퍼피와 코울 슬로 같은 사이드는 여러번 리필 해주는 분위기. 물론 저건 나눠먹어야 하는 양이다.
2박 3일 여정의 마지막 날은, 주변의 유명한 Plantation 중 하나를 방문하는 것. 영화 Notebook 촬영지로 아주 유명한 Boone Hall 이 있지만, 나는 이미 가보았으므로 Magnolia Plantation & Gardens 에 가보기로 결정.
노예제도가 성행하던 시기의 남부는 부유한 농장주가 운영하던 목화 농장 등이 많았는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생각하면 될 듯), 현재는 이 농장들 중 여러 장소가 관광지로 탈바꿈해 있다.
장원이 얼마나 넓은지...........................
정원만 보거나 저택 내부를 구경하거나, 또는 생태 공원 같은 것을 볼 수 있게 여러 테마로 조성되어 있어 선택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다. 지도를 들고 정원만 다녀도 되고, 아니면 장원 내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냥 정원 구경만 하기로 했다. 근데도 넓어서 꽤 많이 걸었고, 중간에 화장실이 없어서 애 먹었다는.
애쉴리 강을 끼고 자리 잡은지라 정원 한쪽 끝에서 이렇게 강을 바라볼 수 있다. 강바람이 참 시원했다.
습한 기후의 남부 답게 늪 분위기의 연못이... 절대 수영은 못할 연못.
바로 근처의 다른 연못에는 악어도............................................. 수영하실 분?
나오면서 근처의 아울렛까지 들러 나름대로 짧지만 알찬 쇼핑을 마치고 2박 3일의 여행을 마무리, 집에 돌아오니 출근하기가 싫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