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낭보가 전해져왔다. 한국인 최초로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이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쿨인데다 한국인이 우승한 전례가 없던 터라 이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다.
이 소식이 반가웠던 또다른 이유는, 월초에 뉴욕에서 친구와 함께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독주회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1960년도 대회에서 우승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폴리니는 지난 반 세기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당연히 쇼팽 연주에서의 탁월함으로는 손에 꼽히는 전문가. 언젠가 꼭 공연을 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있었던 차에, 친구의 일정에 맞춰 공연을 예매했고 2015년 10월 11일에 카네기 홀에서 열린 독주회에 다녀왔다.
피아노 한 대만 덩그러니 놓인 카네기 홀 무대에 노장 피아니스트가 등장하자마자 공연장은 박수로 가득찼다. 쉽게쉽게 연주하는 것 같지만 정말 쉬운 곡들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난 특별히 슈만의 곡을 좋아하지는 않고, 아마 쳐본 적도 없지 않나 싶은데.. 그래서인지 예습도 안 하고 갔던 턱에 슈만의 두 곡은 모두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판타지는 정말 눈물이 나게 아름다웠다. 테크닉, 집중도, 완성도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것이 독주회라는 것을 잠깐 잊으리만치 피아노 선율만이 공연장안을 가득 채웠다.
2부는 모두 쇼팽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말이 필요없었다. 그래, 난 폴리니의 독주회를 들은 거야, 란 감격이 가득...
공연이 마무리되고, 박수는 멈출 줄을 몰랐고, 결국 세 곡의 앙코르로 화답할 수 밖에 없었다. 혁명을 치기에 허걱. ㅠㅠ 친절하게도 홈피에 모든 앙코르 곡목까지 적어뒀기에 프로그램을 여기에도 옮겨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성진 군의 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55년 후 카네기 홀에서 거장으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이어온 노장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독주회를 듣게 되길 기대해본다.
Program
- SCHUMANN Allegro in B Minor, Op. 8
- SCHUMANN Fantasy in C Major, Op. 17
- CHOPIN Barcarolle in F-sharp Major, Op. 60
- CHOPIN Nocturnes, Op. 55
- CHOPIN Polonaise-fantaisie in A-flat Major, Op. 61
- CHOPIN Scherzo No. 3 in C-sharp Minor, Op. 39
- CHOPIN Etude in C Minor, Op. 10, No. 12, "Revolutionary"
- CHOPIN Ballade No. 1 in G Minor, Op. 23
- CHOPIN Nocturne in D-flat Major, Op. 27, No. 2
Encores:
2015년 10월 11일 일요일 카네기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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