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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여행기 - 2일.

2007. 11. 27. 04:46 | Posted by 헤브니

이틀째입니다.
어디를 갔느냐? 하면... 이 날은 The Cloisters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유럽 건축 양식 본따 만든 전시관이었는데, cloister 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카톨릭 성화, 부조, 조각 등을 볼 수 있었어요.

Fort Tryon Park 이라는 곳 안에 있는데, 언덕길이라서 올라가다보면
허드슨 강과 뉴저지 쪽이 보이는 멋진 길이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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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politan Museum of Art 에 속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Cloisters와 Met를 하루에 구경하면 입장료를 한 번만 내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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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물과 그림 등을 돌아보면서 생각한 것은 미국의 cultural inferiority 라고 해야할까요.
자기 나라 것이 아닌 남의 나라 유물을 돈의 힘으로 끌어다 놓고는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은 것.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중정의 기둥들까지 가지고 왔다는 이야기엔 두손 두발 다 들었어요.

가져다놓고 관리하고 전시하는 것까지는 금력으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문화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것은 나중에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에 가서도 여실히 느꼈던 기분이구요.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Columbia 대학을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동생 친구가 다니고 있기도 하고해서 만나려고 갔는데 만나지는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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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Fort Tryon Park 앞의 지하철 역은, 뉴욕 여행 중 가본 어떤 지하철 역보다 더러웠어요. ;;
트랙 위로 육교가 놓여있어서 환승장으로 가게 되어있질 않나...
지하철 역 특유의 습한 냄새와 지하도 냄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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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러본 컬럼비아 대학은 역시나 멋진 캠퍼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원은 이곳으로 진학해도 좋겠다(... 당연하잖아?? -_-)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요.

이날 저녁에는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을 볼 예정이었어요.
동생과 작별 인사를 하고, 카네기 홀로 갔습니다.
유서깊은 카네기 홀. 드디어 가는구나~ 하고 신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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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역시 카네기 홀 입구의 지하철 역 답게
유명한 지휘자와 연주자의 모습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이 하나 걸려있었어요.
독일의 베를린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공연 시리즈의 일환으로 초청된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이니,
티켓을 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역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했어요.
2007/09/17 - [이상] - <뉴욕 여행 계획> Part 4 - 카네기 홀 공연 예매.

일찍 도착해서, 카네기 홀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전시장을 둘러보고 자리로 갔습니다.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었어요.
요즘 새로 지은 디즈니 홀 같은 곳의 규모와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
그래도 이 카네기 홀의 역사나 전통과는 비교가 안되죠... 아~ 뉴요커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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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린드버그라는 이름의 작곡가의 곡을 미국에서 초연하는 날이었습니다.
세계 초연 역시 몇 달 전에 베를린 필의 연주와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열렸다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현대 음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듣고있기 힘든 곡이었구요.. ㅠ.ㅠ
말러의 9번 교향곡이 하이라이트였어요.

저는, 말러의 곡이 그렇게 서정적인 음율을 가지고 있는지 여태 몰랐어요.
콘서트 전부터 레코딩을 들으며 예습을 하고 곡에 대한 해설도 구해 읽어보고 했지만,
역시 연주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네요.

베토벤이 9번 교향곡까지 남기고 죽었기 때문에,
자신도 9번을 쓰고 나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러.
심리적인 압박감이랄까 곧 맞이하게 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적어내려간 고별의 노래라고 해야하나.
전해지는 것이 많은 곡이었어요.

아픈 사람들이 많아 기침을 많이 하는 통에
3악장을 마치고는 지휘자가 내려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정도였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공연이었다는 생각이에요.
사이먼 래틀, 지휘 정말 잘 하는 것 같고...
베를린 필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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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행 둘째날이 끝났습니다.
3일째부터는 제가 별명붙인 "혼자 빨빨 뉴욕 여행"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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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 사망!

2007. 9. 6. 14:59 | Posted by 헤브니
작년에 췌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 중이었던
Three Tenors의 한 명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71세이니,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쩐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2005년 10월에 할리웃 보울에서 열린 고별 공연 때
LA 필하모닉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서 볼 수 있었는데,
살찌고 병들어 의자에 앉아 공연을 진행해야했고,
그 유명한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부를 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일까.

하긴... 저 정도 되는 인물의 전성기 시절을 보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던 거다.

자선사업도 많이 했던 사람으로 알려졌고,
20세기 최고의 테너라고 불려지기도 했고...
사망 소식이 CNN 뉴스 속보로 전해졌을 정도니
잘은 모르지만 후회없는 삶 살았을 인물이다 싶다.


1998년 파리, Nessun Dorma.


1990년 로마, Nessun Dorma.


1990년 로마, O Sole Mio.


1994년 미국, La Donna e Mobile.


1998년 파리, Caru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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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베토벤 교향곡 9번.

2007. 8. 1. 15:48 | Posted by 헤브니
지난 번 조수미 씨가 출연한 "마술 피리"는 실패(... 단지 조수미 씨가 잘 못해서? -_-)였지만,
오늘도 또 큰 기대를 품고 마이클 틸슨 토마스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으러 갔습니다.

길이 너무 막혀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간당간당하게 세이프.
공연장에 도착해서 자리를 찾으려고 가는 중에 국가가 시작되었고,
자리에 앉았을 때는 곡을 설명하고 있었어요. 아유~ 다행..

1부에 마련된 곡은 역시 베토벤의 Music from King Stephen과 Bundeslide 였는데,
두곡 다 모르는 곡이었습니다.
9번을 연주하는 것이니만큼, 합창단과 함께 할 수 있는 곡으로 마련한 것 같은데,
처음 듣는 곡이라 잘 몰라서 그만큼 즐길 수가 없었다고 해야하나요.

숲 속의 야외 무대라는 특수한 환경이니만큼,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면 웅장한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사실 소리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스피커가 조율이 안되었는지, 아니면 제 귀가 잘못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리가 좀 멀어서 그랬던 건지...
막혀서 한꺼풀 더 벗겨야 할 것 같은, 약간 탁한 소리로 연주를 들었습니다.

1부를 가볍게 마치고, 쉬는 시간.
9시가 다되어서 교향곡 9번 "합창"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대단한 곡이에요.

피곤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갈 수록 더 멋진(!) 9번이라 그런지..
1악장과 2악장 전반부를 듣고 있으려니 너무 졸려서...  

드디어 솔로이스트들이 나오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할 때 쯤에야
잠이 확 달아나서... ^^;;

갈수록 웅장해는 마지막 장은 정말 멋졌어요.
야외 무대에서 울려퍼지는 멋진 목소리의 솔로이스트들과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주고 받는 멜로디의 조화는 최고!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 씨는,
익살스럽고 유머가 풍부한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인상이 좋은 할아버지였는데요.

지휘도 어찌나 열정적으로 하시던지,
때때로 단상에서 점프하고 온몸을 던져 손가락까지 사용해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 보러 가야지.

옥의 티도 있었는데,
야외 무대라서 그런지 음식물 챙기느라 부스럭 거리는 소리랑,
악장 사이에 박수치는 관객들이랑,
연주 중에 소곤거리는 사람들...

같이 간 친구는 물총 있으면 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는가 봐요.

어쨌거나 한여름 밤의 베토벨 교향곡 9번 덕분에
멋진 저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음악>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 피리"

2007. 7. 9. 15:48 | Posted by 헤브니
거두절미하자면, 기대만큼 훌륭한 공연은 아니었다.
조수미 씨가 '밤의 여왕' 역을 맡았다고 해서 예매를 해서 간 공연이었는데
그 유명한 아리아를 평소 실력만큼 소화해내지 못한 것이었다. ㅠ.ㅠ

야외 무대여서였는지, 아니면 컨디션이 안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 전체 중에서 무대에 딱 세 번 등장하는 역할이었고
조수미 씨 하면 생각나는 노래 또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였기 때문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막에서 첫 등장하던 조수미 씨의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언제나처럼 앙 선생님의 드레스, 그것도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반짝이 장식을 달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나오셨는데,
고음으로 올라가는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갈 수록 어쩐지 불안 불안...
결국은 첫 곡의 마지막에서 삑사리.

높이 올라가다가 '커억' 하고 막히던 것 같은 느낌?

2막에서 제일 유명한 아리아인 <지옥불 같은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 오른다>
부르러 나와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거이거~ 싶더라.
결국은 그 유명한 부분에서 소리를 제대로 못 내셨다. 잉잉~

그치만 주인공인 파미나와 타미노, 그리고 조연이지만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역을 맡은
성악가들은 훌륭한 기량을 선보여주었다.

제일 튀는 옷을 입고 (당연하지.. 밤의 여왕이니까!) 제일 멋진 자태를 뽐내신 우리의 조수미 씨.
나 이거 모처럼 돈 내고 보러 온 공연이라구요.. ㅠ.ㅠ

<공연> 알프레드 브렌델 독주회.

2007. 3. 14. 18:07 | Posted by 헤브니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이 디즈니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노장의 연주, 놓치면 안되지.. 하는 마음에 6개월 전에 예약했던 공연인데
역시나 대단했다.

하이든의 소나다 C 단조,
베토벤 소나타 31번, Op. 110.
슈베르트 즉흥곡 D.935, Op. 142 1번과 3번,
모차르트 소나타 C 단조, K. 457.

이렇게 네 곡을 연주했는데, 엄청난 디테일.

어려운 곡들이고 슈베르트 3번과 모차르트 3악장을 빼고는
전에 접해본 적도 없는 곡들이어서 힘들었다.

그저 노장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홀을 꽉 채우는 음악 해석에 감탄했을 뿐.

평생을 같이 살아온 곡들이어서 그럴까.
쉽지 않은 곡들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연주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멜로디의 흐름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슈베르트 3번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바리에이션의 끝무렵에서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끝나고도 관중들은 이 노장에게 기립박수를 얼마나 보내던지...

확실히 독주는 오케스트라 곡들보다 어렵다.
음악을 편식하는 나로서는 교향악단의 연주만큼 즐기고 오기 힘든게 독주회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여러 음악을 접하는 게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
알프레드 브렌델 정도의 연주가가 온다면
독주회라도 보러 가야하는 게 센스? ^^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음악이니,
계속 접하다보면 피아노 소나타 듣다가 눈물 흘리는 날도 오겠지.

열심히 공부하자.

** 감기가 심해 기침을 너무 많이 한다면,
아무리 대단한 공연이라도 남들을 위해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감기나 재채기는 연쇄적이라,
한 사람이 콜록거리면 여기저기서 콜록콜록거리게 마련.

오늘 공연에서 브렌델 씨가 꽤나 짜증이 났을 거다.

계속 기침하던 사람이 있던 쪽을 향해 연주 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손을 들어 자제를 부탁하기까지 했으니.

혹시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연주를 중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을 정도로
오늘 관중들은 너무 기침을 많이 했다. 나도 정말 신경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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