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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Vienna Philharmonic with Zubin Mehta

2009. 3. 5. 17:07 | Posted by 헤브니
2009년 3월 4일 수요일, 드디어 보았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
예매하고 6개월을 기다려서야 볼 수 있었던 공연!! 예매했을 당시에는 협연자가 누구인지 정해지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에 알고보니 랑랑으로 정해져버려 '완전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기다려온 공연이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Wagner: Rienzi Overture
Chopin: Piano Concerto No. 2
Schubert: Symphony No. 9, "Great"

봄비가 내린 날이라 아침부터 차도 많이 막히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공연시간 8시가 조금 넘었을 때까지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바그너 곡을 연주하기 위해 빈 필 단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객석만큼이나 무대도 가득차있었다. 그런데 정말 당황스럽게도 대부분의 단원들이 남자였다. 나중에 자세히 보니 여자단원은 딱 세 명 뿐이었... 빈 필 아직도 성차별하나?? 요건 좀 알아봐야 할 문제 -_-; 그나저나 주빈 메타 님 왜 갑자기 이렇게 확 늙어버린 느낌이었을까? 작년에 봤을 때보다 확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1936년 생이라니, 63세 밖에 안되었는데!

바그너 곡이니만큼 요란한 악기 구성(!)일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꽉 찬 무대였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지만 콘트라베이스 숫자가 아홉이었으니 말 다했다. 전체 130명의 단원이 원정왔다는데, 130명 전부는 아닐지라도 100명은 거뜬히 넘는 숫자였던 것 같다.

처음듣는 곡이었는데, 굉장히 호방한 느낌이었다. 오페라 <Parsifal>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_-), 바그너를 생각하면 무겁고 칙칙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는데 이건 아주 좋았다. 지휘하는 주빈 메타 님(꺄아~ '님' 붙여주고 싶다)이 엄청나게 신나게 연주하시는 게 보일 정도였는데, 당신의 카리스마는 정말 킹, 왕, 짱이었어요. 가뿐~하게 연주해주시고 나서 박수를 여러 번 받으시더니 랑랑 씨와 함께 재등장해주셨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예전에 큰맘 먹고 알라딘을 통해 주문구입한 백건우 선생님의 전집을 통해 여러번 들었기에 아는 곡이었다. 얼마 전에 랑랑 씨가 쇼팽 피협 1, 2번 녹음한 앨범이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나왔다는 광고를 봤었는데, 그래서 협연하고 있는가 보다하고 이해했다. 팜플렛 읽어보니 지휘는 주빈 메타에 빈필 연주였더라. 아항... 씨디 팔러 왔구나. -_- 공연 끝에 싸인회까지 하는 걸 보니.

에... 이제껏 음반으로 들었던 쇼팽 피협 연주와 공연 실황은 정말 달랐다. 나는 잘 몰랐지만 클래식 고수들이 '쇼팽 피협은 오케스트라가 약해요'라고 하시던 말씀들이 제대로 이해된 연주였다고 할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라기 보다는 피아노를 돋보여주게 하는 장치에 머물렀던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닌가 싶었다. 피아노가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가 아예 볼륨을 죽여버리더라능!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이건 연주를 잘 하고 못하고의 차원은 이미 아니다. 연주자가 랑랑, 오케스트라는 그 이름도 유명한 빈 필, 지휘자가 주빈 메타인데 연주가 이렇게 지루할 수가 있는 거냐! 고 속으로 불평하며 2악장 때는 무려 졸 뻔하기도 했는데 같이 가신 울 아부지도 비슷한 느낌이셨던 것 같다. 차라리 작년 할리웃 보울에서 봤던 랑랑 씨의 차이코프스키 피협과 쇼팽의 그랑 폴로네이즈가 훨씬 좋았다고. ㅠ.ㅠ

어쨌거나 엄청나게 박수를 받은 연주였고, 앵콜의 압박을 받은 랑랑은 네번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다시 앉아 쇼팽의 Etudes Op.10 No. 3 in E Major 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게 '이별의 노래'던가? 마침 오늘 직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생각나 들어갔던 풍월당 웹에서 로르티의 연주로 두번 돌려 듣기까지 했던 곡인데! 난 정말 이렇게 겹치는 우연  때문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고는 한다고... ^^

20여분 정도 쉬고 나서 시작한 2부는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이었다.

감상은 한마디로 쓸 수 있다. '대 곡'이었다. 90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 멤버가 50분 동안 연주했다. 4악장 내내 조금도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정말이지 꽈아아아악~ 찬 곡이었다. 무슨 배짱인지 한번도 듣지 않았던 교향곡을 예습도 없이 들으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듣고나서 조금 지쳐버렸다. 1부의 쇼팽에서 곡 자체에서 느껴졌던 뭔가 빠진 것 같았던 느낌 때문에 아쉬워했는데, 2부의 슈베르트를 듣고는 정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버렸다. -_-; 정말이지 작정하고 들어야 할 것 같은 곡이랄까. '가곡의 왕' 정도로만 알려져있는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절대로 우습게 보지 말라! <-- 우습게 본 적 없었지만, 어쨌거나 오늘의 교훈이다.

빈 필이 연주한 공연인만큼 본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감사하게도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곡을 두 곡 연주해줬다. 2세의 곡만 듣다 아버지 곡 들으니 또 느낌이 달랐다. 사실 난 아버지 곡인지 아들 곡인지 잘 몰랐는데, 울 아부지가 아버지 곡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알았다. 왈츠에 행진이 섞인 것 같이, 들으면 상쾌해지는(50분짜리 슈베르트 교향곡 듣고 스트라우스 들으면 다 그렇게 느낄걸!) 곡이었다. 아버지 음악도 좀 들어봐야겠군.

여러가지 면에서 제대로 보고 온 공연이었달까. 아... 오늘로써 빈 필도 봤다고. 빈 필도 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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