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PER ASPERA AD ASTRA
헤브니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릴레이 영화 감상

2009. 2. 17. 10:30 | Posted by 헤브니

기상악화로 토요일의 보드 계획이 물 건너갔기에 새벽까지 혼자 소설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토요일은 정오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 -_-;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기 시작했네. 밤이 되어서야 영화를 틀어놓고 방을 치운다고 요란을 떨기 시작했는데 마침 들어온 동생이 끼여드는 바람에 예전에 사다두었던 1달러짜리 중고 비디오 테이프 중에 골라 영화를 연달아 세 편이나 봐버렸다.


첫번째로 튼 영화는 애쉴리 저드와 타미 리 존스가 출연한 1999년 작 <Double Jeopardy>.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 받지 않는다는 법률인 "일사부재리"라는 의미란다.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주인공이 사실을 살아있으면서도 자신의 친구와 새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남편을 찾아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친구는 여주인공이 재판에 회부되자 자신이 믿으며 아들까지 맡긴 친구였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남편과 바람이 난 상태엿던 것. 진실을 찾고 복수하려는 주인공에게 "일사부재리"에 대해 알려주는 감옥 수감수. 남편을 죽인 것에 대한 죄값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총으로 남편을 쏴죽인다고 해도 다시 같은 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난 애쉴리 저드를 참 좋아하는데, 아무리 봐도 우아한 이미지랄까. 아무리 봐도 살인범 역에는 안 어울리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분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보면 의외로 이런 류의 스릴러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Kiss the Girl>도 마찬가지고. 이 영화에서 타미 리 존스는 애쉴리 저드의 보호감찰관으로 남편을 찾으러 간 애쉴리 저드를 쫓아다니는 인물이었다. 참 집요하게 쫓아다니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여주인공을 돕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남편 역할의 배우가 너무 악랄하더라. 이런 나쁜 놈.


계속해서 영화를 보자는 동생의 요청에 따라 다음 영화로 <The Fugitive>를 틀었다. 1993년 작으로, 한국에서는 <도망자>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해리슨 포드 출연작이자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해리슨 포드는 성공한 외과의사 역으로 등장하는데, Double Jeopardy와 비슷하게 역시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감옥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탈출 기회를 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진짜 살인범과 그 동기를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성공한 의사의 이미지처럼 수염을 기른 느끼한 중년 아저씨로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를 보고 허걱, 해버렸는데 도망 중에 수염을 말끔히 깎고 머리도 염색하니 훨씬 날카롭고 깔끔한 이미지로 대변신하더라는. 아.. 90년대에 나 참 해리슨 포드 많이 좋아했었다.

이 영화에도 역시 등장하는 타미 리 존스는 U.S. Marshall 역으로, 도망치는 해리슨 포드를 추적해나가는 역이다. 참나, 정말 지독하게 집요한 추적자다. 똑같은 이미지에 똑같은 배역이군. -_-;

위의 두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데,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는 주제는 꽤나 큰 살인동기가 되는 것 같다.


어쩐지 아쉬워서 한 편 더 보기로 하고 고른 영화 <Under Siege>. 보통은 계엄령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영화는 계엄령과는 별로 상관없고, 포위상태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 1992년 작품으로 스티븐 시갈 주연.

해군 함정의 은퇴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항구로 돌아오는 와중에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난입하여 점거한다. 높은 계급의 군인들은 줄여버리고, 졸개들은 한군데에 몰아서 가둬버리고 함정에 배치되어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팔아 돈이나 벌려는 잡배에 불과한 무리지만 어쨌든... 그런데 해군 장성의 개인 요리사라고 알려져있던 스티븐 시갈이 사실은 SEAL 출신의 특전대원이었던 것. 이 시점부터 이 아저씨의 일당백 요리솜씨싸움솜씨가 시작된다. 아,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액션 시퀀스 투성이라니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동생에게 "여기 타미 리 존스가 나오면 진짜 웃기겠지?"라고 말하는 순간, 무력점거를 시도하던 군인의 우두머리로 등장하시는 타미 리 존스. 이게 무슨 우연이래. 나도 동생도 순간 깜짝 놀라버렸다. 펑크족처럼 옷을 입고 우스꽝스럽게 등장했는데, 특유의 무표정함을 보고 있으려니 악당 역할도 꽤나 어울려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븐 시갈과 칼싸움 하던 장면은 좀 웃기긴 했지만. -_-;

참고로 이 영화는 2편까지 나와있는데, 2편의 무대는 기차다.

일요일 저녁. 또 방 치운다고 들어앉아서는 영화를 틀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키아누 리브스의 출세작인 <Speed>. 1994년 작품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영화다. 업무 중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난 후의 처우에 불만을 가진 전직 경찰관이 엘리베이터 사고를 일으키며 인질극을 시도하지만 주인공에 의해 저지당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두번째 게임을 시작한다. 시속 50마일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켜지고 속도가 50마일 밑으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터지도록 제작된 폭탄을 시내 버스에 설치하고 주인공에게 버스 승객들의 몸값을 요구 조건으로 내놓는데...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연기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모노톤 발성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그의 출세작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어떤 영화에서도 항상 똑같다. 표정 연기 별로 없고 말투는 높낮이도 억양도 별로 없달까. 참 지루한 연기를 보여주는게 특기. 어쨌거나 난 이 시절의 키아누 리브스를 완전히 사랑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영화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 중간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미완성 프리웨이 55피트를 뛰어넘는 장면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촬영지는 105번 프리웨이로 공항가는 길이다. 1995년도에 처음으로 미국 여행을 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 프리웨이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이모부가 여기서 영화 Speed가 찍혔다고 말씀해주실 때 집에 가기 싫어 우울해하다가 눈을 번쩍 뜨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여주인공은 산드라 불럭. 그녀도 이 영화 <Speed>로 출세하기 시작해 내가 10년이 넘도록 사랑하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While You Were Sleeping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대히트. 그리고 나서 1990년대 후반에 줄리아 로버츠를 제치고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여배우였는데 <Miss Congeniality> 이후로는 성공한 영화가 별로 없는 듯? 요즘엔 뭐 하시는지. 연기력이라고 한다면 이 분도 그닥 볼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아놀드 주지사님의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을 틀었다. 1편이 만들어진 것이 1984년이고, 2편은 1991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 보기에는 조약한 컴퓨터 그래픽도 많지만 18년 전 영화라고 무시하기에는 저력이 만만치 않은 영화. 솔직히 나는 무려 18년 전의 액션 영화라는 걸 감안하지 않는다 해도 이만한 액션 영화가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첫 등장장면을 보며 도대체 케네디 가문 출신의 마리아 슈라이버가 왜 이런 남자랑 결혼했을까가 궁금해졌다. 아~ 정말 미스테리야, 미스테리.

아놀드 주지사가 "I'll be back," "Hasta la vista, babe" 같이 전혀 안 어울리는 대사도 히트시킨 초대박 영화로 1편에서는 나중에 기계들과의 싸움에서 수장이 될 존 코너를 죽이러온 터미네이터였지만, 2편에서는 존 코너를 지키러 온 구형 터미네이터 역할을 맡았다. 이게 갈등요인인지는 모르겠는데 1편에서는 새라를 살리기 위해 보낸 인물이 터미네이터에 비해 뒤떨어지는 '사람'이었고, 2편에서는 존을 살리기 위해 보낸 터미네이터가 기종에서 딸리는 구형이다. 하긴.. 신형으로 보내면 애초에 싸움이 필요 없기 때문일까. 중요한 건, 외적으로 보이는 조건에서 불리한 싸움에서 이기는 건 단합하는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는 거다.

악역을 맡은 로버트 패트릭 씨는 액체 금속으로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최신형 터미네이터인데, 영화 내내 어쩌면 그렇게도 무표정을 가장한 냉소적인 표정을 유지하시는지. 어떤 장면에서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엄마인 새라 코너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 오프 티비 시리즈가 방영되는 걸 알고 있지만 린다 해밀턴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새라 코너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나저나, 이 영화를 끝으로 사라진 에드워드 펄롱은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