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음대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날은,
음대생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보통 목요일 오후에 공연이 있는데,
작년 두 학기 동안에는 과외가 있어 수업 마치자마자 눈썹이 휘날리도록 우리 동네로 돌아와야했기에, 한 번도 공연을 간 일이 없었다.
오전과 점심 수업을 한 장소에서 마쳤는데,
마치고나니 에너지 낭비의 모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우리 학부 건물의 냉방 시설 때문에 몸이 제대로 얼어있었다.
너무 추워서 밖을 어슬렁 거리고 있자니, 바로 근처의 음대 건물 게시판이 눈에 들어와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싶어서 걸어갔다. 마침 오늘 저녁에 공연이 하나 잡혀 있길래, 수업이 끝나고 갔다.
리카르트 스트라우스의 Ein Heldenleben 이 프로그램의 전부였다.
거의 50분에 달하는 이 교향시(교향시가 맞던가..)는 스트라우스 자신이 경험했던 정신적인 싸움에 대한 것이라고 지휘자 선생님이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평론가들과의 싸움과 창작 욕구, 그리고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승리하는 그의 모습이라고 하던가.
곡이 꽤 시끄러웠다. 1898년에 작곡된 낭만파 후기의 곡 답게 악기 편성도 다채로웠다. 지휘자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역시 그가 작곡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분위기의 승리를 의미하는 테마가 곡의 피크였다.
굉장히 좋은 곡이었는데, 100%로 감상하지 못했다.
공연 전에 화장실에 갈 시간을 놓쳐버려서... ㅠ.ㅠ
교향곡도 아니라 중간에 쉬지도 않고 그냥 전개를 해나가는데, 어떻게 나가냐고오...
나중에 꼭 다시 들어보고 싶다.
좋았다. 역시 서부에서 제일 좋은 음대답다.
다음 주 공연도 가 봐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