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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할 수록 현실은 참담하다.

2005. 9. 10. 18:29 | Posted by 헤브니
화학 선생님이 공연 잘 보고 오셨는지 궁금해서 어제(목요일) 연구실에 들렀다. 잠깐 대화나 나눌 생각으로 들렀는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 반..

이제 예순 둘 정도 되셨으니 작은 할아버지 뻘은 되시는데,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한다. 나는 역시 나이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가 잘 통하는 듯. 이러니 애인이 없지.. ;;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진로 문제부터 시작해서, 가족 얘기, 여행 얘기, 희망 사항, 허리케인 카트리나 얘기까지 끝도 없이 얘기를 한 것 같다.

참으로 견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바른 생활 사나이"에 "진짜 모범생"이라는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 분이기는 했지만, 사고 방식도 참으로 건강하시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는 기름값과 의료 보험료 등에 대한 비판도 그렇고, 명분없는 전쟁에 목숨을 거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그렇고, 헛점 투성이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과학 과목의 커리큘럼을 만드시는데 몇 년씩이나 열심이셨던 분인 걸 알기에, 요즘 질적 수준의 하락세를 향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정말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 하나가 미국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로 올해 3학년에 들어가는데, 영어 실력이 정말 꽝이다. 학교에서 도대체 뭘 배웠는지를 모르겠다.

월 400달러에서 700달러로 오를지도 모른다는 의료 보혐료 얘기를 하실 때는 아주 혈압이 오르시는 것 같은.. ;; 그나마 제대로 된 보험료는 어느 정도 고정 수입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이지, 지금도 상당수의 중산층 이하 미국인들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벗겨진 미국의 한 단면을 보면서, 21세기라는 기술적으로 축복받은 시대에도 인간들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겉이 화려한 기술력이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다시금 겸허히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음이니.

내가 생각하는 21세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상식이 유토피아적인 발상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라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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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이 시작된 후부터 아프간 전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고, 별다른 뉴스 거리가 없던 8월 초부터 허리케인 전에는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농장에서 일인 시위를 하던 이라크 전에서 아들을 잃은 Peace Mom 신디 시핸의 이야기가 모든 매체를 휩쓸더니,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에는 이라크 전에 대한 얘기도, 신디 시핸에 대한 얘기도 아무 것도 없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기름값 얘기도, 대법원장이었던 렌퀴스트의 죽음에 대한 보도도 조용히 지나간 편이고. 9/11 테러와 카트리나 후 폭풍을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분간은 카트리나 얘기 밖에 없겠다. 대법원장 지명자인 로버츠 법관 인사 청문회 얘기도 별로 안 나오는 듯...

솔직히 말해, 완전히 침수된 도시 하나를 보는 건 사실 충격이었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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