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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풋볼 팀 감독 팬클럽이라니.

2005. 9. 15. 03:28 | Posted by 헤브니



아무리 우리 학교가 프로 풋볼과 대학 풋볼 역사상 전례가 없는 3년 연속 전국 우승을 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작년 대선 때 저 감독을 대선 후보로 밀자는 운동이 대학 내에서 있었다고는 하지만,

팬클럽이라니 너무 웃긴다.
장난하나...

아니지, 연회비가 40달러에서 50달러라면 장난이 아니겠지.
아~ 조금 한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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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할 수록 현실은 참담하다.

2005. 9. 10. 18:29 | Posted by 헤브니
화학 선생님이 공연 잘 보고 오셨는지 궁금해서 어제(목요일) 연구실에 들렀다. 잠깐 대화나 나눌 생각으로 들렀는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 반..

이제 예순 둘 정도 되셨으니 작은 할아버지 뻘은 되시는데,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한다. 나는 역시 나이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가 잘 통하는 듯. 이러니 애인이 없지.. ;;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

진로 문제부터 시작해서, 가족 얘기, 여행 얘기, 희망 사항, 허리케인 카트리나 얘기까지 끝도 없이 얘기를 한 것 같다.

참으로 견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바른 생활 사나이"에 "진짜 모범생"이라는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 분이기는 했지만, 사고 방식도 참으로 건강하시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는 기름값과 의료 보험료 등에 대한 비판도 그렇고, 명분없는 전쟁에 목숨을 거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그렇고, 헛점 투성이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과학 과목의 커리큘럼을 만드시는데 몇 년씩이나 열심이셨던 분인 걸 알기에, 요즘 질적 수준의 하락세를 향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정말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 하나가 미국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로 올해 3학년에 들어가는데, 영어 실력이 정말 꽝이다. 학교에서 도대체 뭘 배웠는지를 모르겠다.

월 400달러에서 700달러로 오를지도 모른다는 의료 보혐료 얘기를 하실 때는 아주 혈압이 오르시는 것 같은.. ;; 그나마 제대로 된 보험료는 어느 정도 고정 수입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이지, 지금도 상당수의 중산층 이하 미국인들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벗겨진 미국의 한 단면을 보면서, 21세기라는 기술적으로 축복받은 시대에도 인간들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겉이 화려한 기술력이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다시금 겸허히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음이니.

내가 생각하는 21세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상식이 유토피아적인 발상으로 치부되는 현실이라고.
슬프다.

-------------------------
이라크 전이 시작된 후부터 아프간 전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고, 별다른 뉴스 거리가 없던 8월 초부터 허리케인 전에는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농장에서 일인 시위를 하던 이라크 전에서 아들을 잃은 Peace Mom 신디 시핸의 이야기가 모든 매체를 휩쓸더니,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에는 이라크 전에 대한 얘기도, 신디 시핸에 대한 얘기도 아무 것도 없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기름값 얘기도, 대법원장이었던 렌퀴스트의 죽음에 대한 보도도 조용히 지나간 편이고. 9/11 테러와 카트리나 후 폭풍을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당분간은 카트리나 얘기 밖에 없겠다. 대법원장 지명자인 로버츠 법관 인사 청문회 얘기도 별로 안 나오는 듯...

솔직히 말해, 완전히 침수된 도시 하나를 보는 건 사실 충격이었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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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돈이 많은가보다.

2005. 9. 8. 07:17 | Posted by 헤브니
오늘 하루 종일 돈 많은 한국 사람에 대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만나기까지 해버렸다. -_-;; 특이한 사람 굉장히 많다.

하나. 친구가 해준 이야기.

학교 친구가 여름에 자기 친구가 일하는 변호사 사무실로 밥을 사들고 만나러 갔다. 거기 주인인 한국인 변호사나 내 친구를 보더니 한국말로 귀엽다고 했대나, 어쨌대나. 근데 이 친구가 한국 사람과 중동 사람 혼혈이다. 한국말 잘 못하는데 조금 알아듣기는 한다. 새우깡도 굉장히 좋아한다.

하여간, 이 변호사 아저씨 (31살)가 이 친구가 맘에 들었는가보다. 며칠 후에 어쩌다 같이 만나게 되었는데, 새로 나온 모토롤라 razor 휴대폰을 가지고 왔더란다. 전화번호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전화를 하나 사가지고 온 거라고 했댄다. -_-;; 꼬시는 거 맞다니까.

며칠 전에 자기가 읽고 싶다고 했던 해리 포터 책을 사가지고 왔는데, 열어보니까 현금 500달러 (50만원 상당??)가 끼워져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는 이 친구에게 렌트비랑 학비랑 다 줄테니, 인생 즐기면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댄다.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돈을 받기는 받았다는데,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은행에 같이 가서 나는 내가 번 돈을 저금했고, 내 친구는 그 아저씨가 준 돈을 저금했다. 이걸 부러워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둘. 같은 친구가 얘기해준 이야기.

여름방학 동안 이런저런 파티에 많이 갔었다고 한다.
주식 투자하는 스물 여덟살 짜리 오빠(...)를 만났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차사고 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내 친구는 혼다 어코드 투 도어를 타고 다니는데 (예쁘다), 뒤에 스크래치가 좍 나버렸다나.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오빠가 묻더란다.
"너는 무슨 차 사고 싶니?"
"아우디 *&^%, 짙은 회색." 모델넘버 잊어버렸다.

그러더니 자기 휴대폰을 바로 집어들고 전화를 걸었단다.
"거기 아우디 딜러죠? 나 누군데, 내가 뽑기로 한 차랑 *&^% 짙은 회색도 같이 한 대 부탁해요."

하더니 내 친구를 돌아보고는, "2주 있다가 나온대, 조금만 기다려" 라고 했댄다.

이게 무슨 영화 같은 이야기냐고?

물론 이 남자한테 전화하지 말라했다고 한다. 그 2주일이 지나기 전에 알고봤더니 마약도 하고 여자 친구가 둘이 더 있대나.. -_-;;


셋. 내가 만난 사람.
아는 동생이랑 오랜만에 밥을 같이 먹기로 했다.
학교 앞에 있는 식당가에 가서 먹으려고 가는데, 가던 길에 아는 동생이 아는 사람을 만났다.
인사를 하더니만, 이 동생에게 "오빠가 밥 사줄게"하더니 같이 가는 거다. 물론 가서는 내 밥도 샀다. 지갑 꺼내려는 나를 만류하면서.

뭐, 재미있는 얘기 많이 했다.
사람 얘기, 학교 얘기, 기타 등등.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굉장히 붙임성있는 후배(나보다 한 살 어리다)였다.

부자인 것 같았다. 아파트에 혼자 살고, 청소랑 밥해주는 분이 일주일에 두 번씩 오신다고 했다. 미국 온지는 2년 되었고, 물론 유학생이란다. 연대 경영학과 다니다가 유학온 거라고 하더라.

밥 다 먹고 학교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차가 바로 앞에 있다고 날도 더운데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그럴 필요없는데, 해준다면야 고맙지... 라는 심정으로 주차장에 갔다.

난 하얀색 캠리를 열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로 옆의 까만 벤츠를 열어주는 거다.. -_-;;
못 타본 모델인데 잘됐지, 벤츠 타고 다녀서 좋겠다.. 뭐 이런 약간은 꼬인 생각으로 타고 왔다.

--------------------------

지구의 한 반대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우리나라만 해도 밥 굶는 대학생도 꽤 많다고 들었다.

요즘 세상에 돈을 가장 쉽게 버는 방법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걸 보고 들으려니, 아무리 세상을 밝게 보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나 같은 사람도 참 한숨이 나오고 돈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선생님과의 인연.

2005. 9. 7. 16:41 | Posted by 헤브니
미국에 오자마자 들었던, 우리 고등학교에서 어렵기로 악명 높았던 수업은 화학이었다. 모르고 들었지, 알고 들었겠는가. -_-;;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내가 과학 과목을 싫어하는데 일조를 한 과목이기도 하지만.

어렵기로 악명 높았지만, 선생님이 참 좋으셔서, 미국 온지 얼마 안돼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은 나에게 도움도 많이 주시고, 인생 상담도 해주시곤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은퇴를 하셨는데, 마침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하시게 되어 인연이 계속 이어져왔다.
Thanksgiving 때는 댁으로 초대도 해 주시고, 하루 종일 먹고 산책하고, 선생님 부인이 마침 플룻을 연주하셔서 내가 피아노 반주도 해드리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요즘 인턴 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서 공짜 티켓이 꽤 나온다. 개학도 했고, 오랜만에 연구실에서 만난 김에 공연 가시겠냐고 여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

오늘 학교에서 만나 티켓을 드렸는데,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시면서 맛있는 거 사주셨다. 히히.. ^_^

인연이라는 게 참 모를 일이다.
대학교에 와서까지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인연이란 건, 정말이지 소중히 해야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낀다.

정곡을 찔리면 뜨끔하다.

2005. 9. 7. 15:34 | Posted by 헤브니
석 달만에 군대간 친구가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했다.
반가운 마음에 국제 전화 씩이나 걸었는데, 즐거운 통화가 아니라 이상한 통화가 되어버렸다.

무심한 것처럼 툭툭 내뱉는 듯한 친구의 말투도 거슬렸고,
10년 씩이나 못 봤는데도 마치 나를 다 아는 양,
이런저런 충고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도 굉장히 거슬렸다.

하도 기분이 나빠져서, "오늘 너랑 통화하는 것, 정말 신경이 쓰이는데. 특히 니 말투가 굉장히 기분 나빠." 이러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난 기분 좋은데? 군대에서 하도 억눌려 지내다보니, 누군가 내가 얘기하는 것 때문에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걸 보니까 살아있는 느낌이야."

진작에 정상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남이 화가 난다고 하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솔직히 얘기하다니.
'이거 변태 아냐..' 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 친구가 나에 대해 정말 쉽게 툭툭 내뱉는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상할 때 들은 느낌이, 이 친구가 뭔가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그냥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아니라, 뭔가 제대로 알고 얘기하는 거라는 느낌이 드는 게, 정말정말 기분이 나빴다.

억울했다. 10년 동안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간파당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 분하다.

어, 이게 아닌데. 대화를 하면서도 자꾸 도망치고 싶은 기분.

이거, 임자 만난 거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전화 먼저 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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