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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 아카데미상 수상작 명단

2009. 2. 23. 14:50 | Posted by 헤브니

오랜만에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 아카데미 시상식.
휴 잭맨이 그렇게 재능이 많은 배우인 줄 몰랐네... 엑스맨의 울버린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_-;

Picture: "Slumdog Millionaire"

Actor: Sean Penn, "Milk"

Actress: Kate Winslet, "The Reader"

Director: Danny Boyle, "Slumdog Millionaire"

Foreign-Language Film: "Departures," Japan

Original Song: "Slumdog Millionaire"

Original Score: "Slumdog Millionaire"

Jean Hersholt Humanitarian Award: Jerry Lewis

Film Editing: "Slumdog Millionaire"

Sound Mixing: "Slumdog Millionaire"

Sound Editing: "The Dark Knight"

Visual Effects: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Documentary, Short Subject: "Smile Pinki"

Documentary Feature: "Man on Wire"

Supporting Actor: Heath Ledger, "The Dark Knight"

Short Film: "Spielzeugland"

Makeup: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Costume: "The Duchess"

Art Direction: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Animated Short Film: "La Maison en Petits Cubes"

Animated Feature: "WALL-E"

Adapted Screenplay: Simon Beaufoy, "Slumdog Millionaire"

Original Screenplay: Dustin Lance Black, "Milk"

Supporting Actress: Penélope Cruz, "Vicky Cristina Barcelona"


Scientific & Technical Awards presented Feb. 7, 2009, at the Beverly Wilshire Hotel in Beverly Hills, Calif.:

Gordon E. Sawyer Award: Ed Catmull

John A. Bonner Medal of Commendation: Mark Kimball

릴레이 영화 감상

2009. 2. 17. 10:30 | Posted by 헤브니

기상악화로 토요일의 보드 계획이 물 건너갔기에 새벽까지 혼자 소설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토요일은 정오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나 -_-;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기 시작했네. 밤이 되어서야 영화를 틀어놓고 방을 치운다고 요란을 떨기 시작했는데 마침 들어온 동생이 끼여드는 바람에 예전에 사다두었던 1달러짜리 중고 비디오 테이프 중에 골라 영화를 연달아 세 편이나 봐버렸다.


첫번째로 튼 영화는 애쉴리 저드와 타미 리 존스가 출연한 1999년 작 <Double Jeopardy>.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 받지 않는다는 법률인 "일사부재리"라는 의미란다.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여주인공이 사실을 살아있으면서도 자신의 친구와 새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남편을 찾아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친구는 여주인공이 재판에 회부되자 자신이 믿으며 아들까지 맡긴 친구였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남편과 바람이 난 상태엿던 것. 진실을 찾고 복수하려는 주인공에게 "일사부재리"에 대해 알려주는 감옥 수감수. 남편을 죽인 것에 대한 죄값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총으로 남편을 쏴죽인다고 해도 다시 같은 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난 애쉴리 저드를 참 좋아하는데, 아무리 봐도 우아한 이미지랄까. 아무리 봐도 살인범 역에는 안 어울리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 분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보면 의외로 이런 류의 스릴러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Kiss the Girl>도 마찬가지고. 이 영화에서 타미 리 존스는 애쉴리 저드의 보호감찰관으로 남편을 찾으러 간 애쉴리 저드를 쫓아다니는 인물이었다. 참 집요하게 쫓아다니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여주인공을 돕게 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남편 역할의 배우가 너무 악랄하더라. 이런 나쁜 놈.


계속해서 영화를 보자는 동생의 요청에 따라 다음 영화로 <The Fugitive>를 틀었다. 1993년 작으로, 한국에서는 <도망자>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던 해리슨 포드 출연작이자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해리슨 포드는 성공한 외과의사 역으로 등장하는데, Double Jeopardy와 비슷하게 역시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감옥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탈출 기회를 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진짜 살인범과 그 동기를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성공한 의사의 이미지처럼 수염을 기른 느끼한 중년 아저씨로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를 보고 허걱, 해버렸는데 도망 중에 수염을 말끔히 깎고 머리도 염색하니 훨씬 날카롭고 깔끔한 이미지로 대변신하더라는. 아.. 90년대에 나 참 해리슨 포드 많이 좋아했었다.

이 영화에도 역시 등장하는 타미 리 존스는 U.S. Marshall 역으로, 도망치는 해리슨 포드를 추적해나가는 역이다. 참나, 정말 지독하게 집요한 추적자다. 똑같은 이미지에 똑같은 배역이군. -_-;

위의 두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데,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는 주제는 꽤나 큰 살인동기가 되는 것 같다.


어쩐지 아쉬워서 한 편 더 보기로 하고 고른 영화 <Under Siege>. 보통은 계엄령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영화는 계엄령과는 별로 상관없고, 포위상태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 1992년 작품으로 스티븐 시갈 주연.

해군 함정의 은퇴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항구로 돌아오는 와중에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난입하여 점거한다. 높은 계급의 군인들은 줄여버리고, 졸개들은 한군데에 몰아서 가둬버리고 함정에 배치되어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팔아 돈이나 벌려는 잡배에 불과한 무리지만 어쨌든... 그런데 해군 장성의 개인 요리사라고 알려져있던 스티븐 시갈이 사실은 SEAL 출신의 특전대원이었던 것. 이 시점부터 이 아저씨의 일당백 요리솜씨싸움솜씨가 시작된다. 아,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액션 시퀀스 투성이라니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동생에게 "여기 타미 리 존스가 나오면 진짜 웃기겠지?"라고 말하는 순간, 무력점거를 시도하던 군인의 우두머리로 등장하시는 타미 리 존스. 이게 무슨 우연이래. 나도 동생도 순간 깜짝 놀라버렸다. 펑크족처럼 옷을 입고 우스꽝스럽게 등장했는데, 특유의 무표정함을 보고 있으려니 악당 역할도 꽤나 어울려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븐 시갈과 칼싸움 하던 장면은 좀 웃기긴 했지만. -_-;

참고로 이 영화는 2편까지 나와있는데, 2편의 무대는 기차다.

일요일 저녁. 또 방 치운다고 들어앉아서는 영화를 틀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키아누 리브스의 출세작인 <Speed>. 1994년 작품으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 영화다. 업무 중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난 후의 처우에 불만을 가진 전직 경찰관이 엘리베이터 사고를 일으키며 인질극을 시도하지만 주인공에 의해 저지당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두번째 게임을 시작한다. 시속 50마일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켜지고 속도가 50마일 밑으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터지도록 제작된 폭탄을 시내 버스에 설치하고 주인공에게 버스 승객들의 몸값을 요구 조건으로 내놓는데...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연기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모노톤 발성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그의 출세작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어떤 영화에서도 항상 똑같다. 표정 연기 별로 없고 말투는 높낮이도 억양도 별로 없달까. 참 지루한 연기를 보여주는게 특기. 어쨌거나 난 이 시절의 키아누 리브스를 완전히 사랑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영화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지명이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 중간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미완성 프리웨이 55피트를 뛰어넘는 장면이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촬영지는 105번 프리웨이로 공항가는 길이다. 1995년도에 처음으로 미국 여행을 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 프리웨이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이모부가 여기서 영화 Speed가 찍혔다고 말씀해주실 때 집에 가기 싫어 우울해하다가 눈을 번쩍 뜨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여주인공은 산드라 불럭. 그녀도 이 영화 <Speed>로 출세하기 시작해 내가 10년이 넘도록 사랑하는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While You Were Sleeping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대히트. 그리고 나서 1990년대 후반에 줄리아 로버츠를 제치고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던 여배우였는데 <Miss Congeniality> 이후로는 성공한 영화가 별로 없는 듯? 요즘엔 뭐 하시는지. 연기력이라고 한다면 이 분도 그닥 볼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아놀드 주지사님의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을 틀었다. 1편이 만들어진 것이 1984년이고, 2편은 1991년에 만들어졌는데, 지금 보기에는 조약한 컴퓨터 그래픽도 많지만 18년 전 영화라고 무시하기에는 저력이 만만치 않은 영화. 솔직히 나는 무려 18년 전의 액션 영화라는 걸 감안하지 않는다 해도 이만한 액션 영화가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첫 등장장면을 보며 도대체 케네디 가문 출신의 마리아 슈라이버가 왜 이런 남자랑 결혼했을까가 궁금해졌다. 아~ 정말 미스테리야, 미스테리.

아놀드 주지사가 "I'll be back," "Hasta la vista, babe" 같이 전혀 안 어울리는 대사도 히트시킨 초대박 영화로 1편에서는 나중에 기계들과의 싸움에서 수장이 될 존 코너를 죽이러온 터미네이터였지만, 2편에서는 존 코너를 지키러 온 구형 터미네이터 역할을 맡았다. 이게 갈등요인인지는 모르겠는데 1편에서는 새라를 살리기 위해 보낸 인물이 터미네이터에 비해 뒤떨어지는 '사람'이었고, 2편에서는 존을 살리기 위해 보낸 터미네이터가 기종에서 딸리는 구형이다. 하긴.. 신형으로 보내면 애초에 싸움이 필요 없기 때문일까. 중요한 건, 외적으로 보이는 조건에서 불리한 싸움에서 이기는 건 단합하는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는 거다.

악역을 맡은 로버트 패트릭 씨는 액체 금속으로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최신형 터미네이터인데, 영화 내내 어쩌면 그렇게도 무표정을 가장한 냉소적인 표정을 유지하시는지. 어떤 장면에서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엄마인 새라 코너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 오프 티비 시리즈가 방영되는 걸 알고 있지만 린다 해밀턴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새라 코너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나저나, 이 영화를 끝으로 사라진 에드워드 펄롱은 어디로 갔나?


Babyface와 동생 Kevon의 <I Swear>


교육공영방송인 PBS - KOCE에서 예산을 모으기 위한 fund raising을 위해 유명한 작곡가 데이빗 포스터 씨를 초대했다. 작년 5월, 라스베가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그의 대표곡과 그가 프로듀스한 거물급 가수들을 총출동 시켜 열었던 콘서트 "The Hit Man"의 라이브 DVD와 앨범, 그리고 그의 자서전을 묶어 선물로 주면서 시청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한 데이빗 포스터 씨는 DVD에 담겨진 공연 실황을 보여주면서 공영 방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30년이 넘은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또 공연에 출연했던 가수도 텔레비전에 출연시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나름 알찬 fund raising에 기여하고 있었다.

공연 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라버렸다. 아~ 정말, 내가 90년대 R&B에 심취해있을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가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Babyface가 동생과 함께 나와 I Swear를 부르는 거다. ㅠ.ㅠ 난 이 곡을 제작년에 All-4-One이 부르는 라이브로 들었음에도, 이 데이빗 포스터 씨의 곡인지는 정말 몰랐다능!!!!

중학교 때,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페이퍼'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우연히 손에 쥔 무가지를 넘기다 끄트머리쯤에 실린 새 음반 소개를 보게되었다. 뉴욕에서 찍은 야경을 앨범 자켓으로 사용한 음반이었는데 사진이 너무 맘에 들었는데다, 짤막한 소개 내용을 보고 그 음반이 Boyz II Men의 히트곡들을 작곡한 작곡가의 앨범이라는 소개에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느 날 방과 후에 교보문고에서 CD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와 들었던 기억이 난다.

Eric Clapton이 부른 <Change the World>로 시작하는 요 옆의 앨범은 정말 멋있었다. MTV는 뭔지 알았지만 'unplugged'라는 개념도 몰랐던 시절, <End of the Road>나 <I'll make love to you> 같은 곡을 작곡가의 목소리로 들으니 이것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1998년 처음으로 뉴욕에 여행을 갔을 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올라가 해가 지던 뉴욕의 야경을 보며 이 앨범을 생각했고, 사진도 찍었는데 상태가 안 좋아 건진 건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가 오는 어느날 아침 출근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방송에서 베이비페이스의 LA 공연 소식을 전해주었다. All-4-One이 오프닝을 해주기까지 한다기에 기필코 가겠다!! 고 다짐하는데, 이게 하필이면 발렌타인 데이에 열리는 공연이라는 거다. oTL  나는 정말이지 맹세코 오늘날까지 솔로라서 못할 일은 없다고 배짱 두드리며 살았는데, 아무리 강심장인 나라도 발렌타인 데이에 열리는 R&B 공연을 혼자서 갈 생각은 안 든다. 옆에서 쪽쪽대며 공연을 볼 커플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서 혼자 공연을 보고 싶지는 않은 거다. 으윽...

이것도 역시 약오르면 지는 거지?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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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꽃보다 남자 3~12화

2009. 2. 12. 06:17 | Posted by 헤브니

안타까운 마음 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으윽…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작가는 분명히 원작에서 소개된 모든 에피소드를 드라마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과 원작을 각색하는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창작물인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원작과 차별화된 에피소드도 필요하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마자 다음 에피소드로 무 잘라먹듯 갑작스럽게 넘어가는 편집이 나올 수가 없다.

9화에서는 모처럼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잔디가 만든 쿠키를 보고 감동한 준표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핸드폰 경품이 걸린 커플 이벤트에 참가하다가 회장에게 들키고는 바로 장면전환되어 잔디는 난데없이 나타난 지후의 에스코트로 집에 돌아가고, 강회장은 바로 돈다발 싸들고 잔디 집으로 찾아와 헤어지라고 요구하다가, 10화에서는 갑자기 망해버린 잔디네 세탁소와 그런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던 준표의 분노에 찬 길바닥 키스.

11화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하제랑 친해질 사이도 없이 알바 끌려다니며 설정상 ‘친해진’ 잔디가 갑자기 준표에게 ‘너랑 더 이상은 못사귀겠다’고 이별을 통고했다.

12화에서는 하제에게 죽도록 맞다가 F4에게 도움을 받고 바로 상황종료되더니, 다음 장면은 병원이고, 부모님은 딸이 납치감금 당해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듣지도 못한 상황에서 잔디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빠의 사채빚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까지 오는데 딱 10분 걸리더라. –_-;

준표가 잔디한테 ‘네가 다치느니 내 갈비뼈 10개가 다 나가는 게 낫지’라고 하는데, 원작에서는 갈비뼈 부러진 얘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부러진 건지 아닌 건지. 부러졌다고 하기에는 이후에 나오는 스키장 얘기가 너무 생뚱맞잖아. ㅠ.ㅠ

이어서 나오는 장면은 작가가 느끼는 ‘새로운 창조에 대한 부담감’을 여지없이 드러내주는 말도 안되는 장면이었다. 금잔디 엄마가 강회장을 찾아가 사채빚을 해결해달라고 구걸하는 장면인데, 이건 뭐냐. 원작에서는 엄마가 딸을 부자집에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에 4억을 받지 않고 회장 머리 위에 소금을 붓는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아빠가 경마로 날린 돈은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직접 빌리고 그것을 갚기 위해 고등학생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설정이었다. 소금 붓는 것 까지는 같지만,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엄마가 회장을 찾아가 머리에 소금을 부으면서까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라고 하고선 집으로 와서 딸에게 그런 행동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그럼 아빠 죽으라고?’라고 이야기하다니.

아… 나 정말 1-2화 보고 참 마음에 들었는데, 갈 수록 이건 너무 이상해진다. 충분한 설명 과정이 없이 안드로메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순간이동하는 것 같이 뚝 뚝 끊기는 흐름, 만화 책이라는 평면적 원작에서 영상이라는 입체적 매체로 옮겨왔음에도 그 생동감을 살리지 못하는 아주 단순평면적인 전개, 게다가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캐릭터 설정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캐릭터 문제를 얘기해보자면, 원작의 잔디는 고민 거리가 있을 때 대강 먹고 풀고 나중에 부딪쳐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아이다. 혼자 고민거리를 안고 끙끙대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학교에서도 그냥 잠들어버릴 정도로 지독히 무신경한 측면도 있고. 그리고, 지후 캐릭터. 원작의 하나자와 루이는 분명히 스토커랑은 거리가 멀었다고. –_-; 시도때도 없이 준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지후의 모습이라니. 잔디가 어딨는지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여자들이 지후에게 반하는 부분은 지후가 아주 가끔 웃을 때 ‘유리알 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반해야하는 거라고. 그렇게 쫓아다니는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시청률은 잘 나오는 것 같은데, 그게 다가 아니란 사실. 이 작품을 만든 제작사가 2006년에 <궁>을 만들었다는 제작사와 같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이게 제작사의 영향력과 상관없는 문제라면 그럼 이건 감독의 역량인건가? 황인뢰 감독이 만들었던 <궁>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지만 처음의 캐스팅 논란을 불식시키고 아름다운 영상과 디테일 넘치는 배경, 음악과 영상,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잘 표현하셔서 ‘인뢰옵하’라는 별명까지 얻으셨었는데… 제작사 대표 아저씨가 인터뷰 하며 <꽃보다 남자>의 성공 요인이 기획력에 있었다는 인터뷰를 하는 걸 보고는 솔직히 웃어버렸다. 자랑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에이, 몰라. 이제 안 볼지도.

<책> 미야베 미유키 - 모방범

2009. 2. 9. 17:29 | Posted by 헤브니



예전에 알던 일본인 언니 한명이 나에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고 소개해 준 적이 있다. 그 후로 쭉 잊고 있었는데 노다메 칸다빌레 방영 때 주인공들이 Smap x Smap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노다메 원작을 읽었느냐고 질문하던 나카이 씨가 자신이 <모방범>을 반 쯤 쯤 읽었을 때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다시 생각나게 되었다. 그랬는데도 읽을 기회가 없어서 또 그냥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연말 직전에 들른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주저없이 빌려왔다. 정신없어서 읽다말다 하느라 모두 다 읽는데 무려 6주일이 걸려버렸지만, 난 권당 500쪽이 넘는 이 <모방범> 세 권을 결국은 다 읽었다. 모든 일에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의기소침한 기분 만땅인 요즘의 나로서는 애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보기에도 찜찜한 표지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책은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은 한 고등학생이 개와 산책을 하던 중 공원에서 우연히 잘라진 팔이 든 가방을 발견하는데에서 시작한다. 검사 결과 가방의 주인과 팔의 주인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고, 가방의 주인인 실종 여성의 가족들은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범인들은 대담하게도 생방송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관련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악랄한 장난을 치면서 세상을 비웃는데...

범인인 구리하시 히로미와 그의 단짝 '피스'는 진실을 눈치챈 그들의 밥 다카이 가즈아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계획을 짜다가, 우발적인 사고로 구리하시 자신이 다카이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어버린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다카이 가족은 모든 것을 잃고 가즈아키의 동생 유미코는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르포를 쓰던 작가에게 오빠의 결백을 증명해 달라는 도움을 청하러 가던 길에 우연히 오빠의 친구라고 자신을 밝힌 아미가와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수사 결과는 다카이가 공범이 아니라는 쪽에 가깝게 진행되나,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한 수사는 특별한 진전이 없고, 그러던 중 아미가와는 다카이가 진범이 아니라는 내용의 책을 출판하며 매스컴을 타고 일약 유명인사가 된다. 

1500쪽 짜리 책 내용을 줄거리 몇줄로 소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내용 정리는 애저녁에 포기를 해야겠다. 갈 수록 재미는 있었지만 참 읽기 힘들었다.

첫째로, 읽을 수록 찜찜한 기분이 들게하는 소설이었다. 아무런 죄의식도 가지지 않고 사람을 괴롭히다가 죽여버리는데,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죽인다. 누가봐도 호감이 생길 만큼 서글서글하게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피해 여성들을 꼬여내고, 이용하고, 죽여버린다. 죽이고도 조용히 그냥 파 묻는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시신이 발견되게 만들기도 하고... 아~ 정말 기분 나빠져.

둘째로, 등장인물이 정말 많다. 최초 발견자인 쓰카다 신이치, 수사를 맡은 경찰의 특별반, 피해자의 가족들, 다카이 가족들, 르포 작가 등... 이 많은 사람들의 관계가 얽히고 얽혀져 등장에 재등장을 반복하는데... 중간에 놓았다가 다시 읽으려니 이름이 헷갈려서, 으아...

셋째로, 소설 자체가 정말로, 진짜로 길었다. 이 모든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 범인들의 성장과정, 그리고 3권에 이르러서는 진범이 밝혀지게 되는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 길어, 길어. -_-;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버린 이유는, 물론 한번 시작한 책을 어지간해서는 놓아버리지 않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한창 읽던 도중에 요즘 한국을 시끄럽게 만드는 연쇄살인범 강 모 씨 사건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소설 속의 이야기가 더 이상 허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엊그제 읽은 기사에서는 강 모씨에게 피해자 가족들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일 거라는 내용도 보도되었는데, <모방범>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더라.

강 모 씨에 대한 이야기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니, 이 <모방범>에서 묘사된 것처럼 자세한 주인공들의 성장과정과 심리까지는 이해할 수 없어도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이유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다가 잔인하게 죽이고도 자신은 태연자약하게 다음 날을 살아가는 괴물을 만드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무서운 건, 우리들은 옆 집이나 윗 집에 사는 인상 좋은 어떤 남자가 반갑게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거? 아.. 무서워. ㅠ.ㅠ

일본 추리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본 소설의 범죄 유형은 한국 소설에서 접할 수 있는 범죄 유형보다 훨씬 잔인하고 악랄하다. 번역한 양억관 씨의 후기에서도 접할 수 있듯 더욱 잔인하고 악랄한 범죄 유형의 유무가 선진국의 척도를 가늠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개인의 삶이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가치관의 거의 모든 부분이 성장하는 시기를 보내는 가정의 역할이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럴 수록 삐뚤어진 가정에서 삐뚤어진 마음을 가지고 삐뚤은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까? 가정조차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개인은 과연 어디에서 소속감과 안락함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어쩌면 범죄를 저지르는 많은 사람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외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는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끝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등장인물, 살해당한 피해자 중 한 사람인 후루카와 마리코의 외할아버지인 아리마 요시오 씨를 소개할까 한다. 두부가게를 하며 평생을 견실히 살아온 이 할아버지는 딸의 별거, 손녀의 실종, 나중에는 살해되어 사망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정신공황 상태로 교통사고를 당한 딸이 거의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사건을 한꺼번에 겪게 된다. 이 할아버지와 나중에 만남을 갖게 된 르포 작가 마에하타 시게코가 이런 생각을 한다.

"사건이 이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해버린 것이다.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노인의 발치에는 그가 성실하게 일하며 지켜온 인생의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이 사람은 그 파편을 밟고, 그것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3권 본문 96 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최초발견자이자 그 자신도 일가족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쓰카다 신이치의 상처를 품으며 진범을 찾아내고 싶은 일념을 밝히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대로 잠자코 앉아서, 또 무언가가 다가와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빼앗아가는 것을 묵묵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 지금은 결과가 중요하지 않아.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 그렇지만 이제는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싫어 (3권 본문 277 페이지)."
 
내가 맞딱뜨려야 할 가까운 미래의 일들을 선택할 수 없다면,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나의 태도만이 결국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권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싫다'고 일갈한 할아버지의 말이 진정한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찝찝한 기분이 들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을 던져주는 괜찮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