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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에 해당되는 글 145

  1. 2007.03.18 <영화> 300. 4
  2. 2007.03.14 <공연> 알프레드 브렌델 독주회.
  3. 2007.03.13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6
  4. 2007.03.11 <음악> 마야 콘서트.
  5. 2007.03.05 <미술> Getty Museum.

<영화> 300.

2007. 3. 18. 16:43 | Posted by 헤브니


영화 "300"을 보고 왔다.
소리소문도 없이 만들어져 개봉을 하더니만,
요즘 이란계 미국인들이 이 영화에 대해 엄청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시끄러워졌다.

영화의 내용은 페르시아의 대 그리스전.
아버지 다리우스 황제 시대 때 당한 패배의 굴욕을 잊지 못하고
아들인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다시 그리스를 침공하는데...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300명의 정예 부대를 이끌고
크세르크세스를 저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싸워낸다는 내용.

아주 간단한 스토리이고
아주 열심히 만든 액션오락물이다.

어이없는 건 크세르크세스를 비롯한 페르시아 군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포스터에 나와있는 인물이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인데,
이건 페르시아가 아니라 아프리카같지 않은가?

대사 중에서도 페르시아인들을 야만인(barbarian)이라고 칭하는 게 나오고,
이란계 미국인들이 열을 올리며 비판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건데,
페르시아 시대에는 옷이 없었나? -_-;;

펑크 롹 밴드 애들도 아니고 온 몸에 주렁주렁 달린 금 체인은 도대체 뭐냐고!
아무리 만화를 기초로 한 영화라지만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덩치가 큰 거인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이상한 괴물들 수준의 괴수들도 끌고나오고...
말이 돼? -_-
이렇게 만들 거라면 페르시아 대 그리스가 아니라
차라리 "반지의 제왕" 4편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더라.

스파르타 군인들도 제대로 옷은 안 입으면서 붉은 망토는 죄다들 걸치고 나와서는... ;;



이 영화에서 볼 거라곤 피튀기는 전투 장면.
영화 거의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이라는데,
부분부분에 티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길만 하다.

페르시아의 대군이 바다를 건너오는 장면은 꽤 멋졌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페르시아 군대를 비롯한 나머지 장면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데,
흐~ 역사 속의 한 장면을 경험하는 느낌이랄까.



역사물이 아니라 오락물이다.

아무 생각없이 역사물을 가장한 전투영화가 보시고 싶으시다면 추천.
역사물을 원하신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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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알프레드 브렌델 독주회.

2007. 3. 14. 18:07 | Posted by 헤브니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이 디즈니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노장의 연주, 놓치면 안되지.. 하는 마음에 6개월 전에 예약했던 공연인데
역시나 대단했다.

하이든의 소나다 C 단조,
베토벤 소나타 31번, Op. 110.
슈베르트 즉흥곡 D.935, Op. 142 1번과 3번,
모차르트 소나타 C 단조, K. 457.

이렇게 네 곡을 연주했는데, 엄청난 디테일.

어려운 곡들이고 슈베르트 3번과 모차르트 3악장을 빼고는
전에 접해본 적도 없는 곡들이어서 힘들었다.

그저 노장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홀을 꽉 채우는 음악 해석에 감탄했을 뿐.

평생을 같이 살아온 곡들이어서 그럴까.
쉽지 않은 곡들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연주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멜로디의 흐름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슈베르트 3번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바리에이션의 끝무렵에서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1부가 끝나고, 2부가 끝나고도 관중들은 이 노장에게 기립박수를 얼마나 보내던지...

확실히 독주는 오케스트라 곡들보다 어렵다.
음악을 편식하는 나로서는 교향악단의 연주만큼 즐기고 오기 힘든게 독주회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여러 음악을 접하는 게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
알프레드 브렌델 정도의 연주가가 온다면
독주회라도 보러 가야하는 게 센스? ^^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음악이니,
계속 접하다보면 피아노 소나타 듣다가 눈물 흘리는 날도 오겠지.

열심히 공부하자.

** 감기가 심해 기침을 너무 많이 한다면,
아무리 대단한 공연이라도 남들을 위해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감기나 재채기는 연쇄적이라,
한 사람이 콜록거리면 여기저기서 콜록콜록거리게 마련.

오늘 공연에서 브렌델 씨가 꽤나 짜증이 났을 거다.

계속 기침하던 사람이 있던 쪽을 향해 연주 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손을 들어 자제를 부탁하기까지 했으니.

혹시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 연주를 중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을 정도로
오늘 관중들은 너무 기침을 많이 했다. 나도 정말 신경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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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2007. 3. 13. 16:36 | Posted by 헤브니


소피아 코폴라 감독,
키어스틴 던스트와 제이슨 슈와츠맨 주연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았다.

작년에 칸 영화제에서 혹평을 받았다고 하고,
흥행 성적도 썩 훌륭하지는 않았다고 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그다지 나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상과 궁전의 화려한 모습들이 시종일관 볼거리를 제공했고,
시집오기 직전 오스트리아의 생활에서부터
시집온 후에 프랑스 혁명이 발발한 시기까지의 마리의 삶을
마리의 시점에서 보여준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이미지였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철없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는 것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소녀.

그런 성질의 소녀가 정략 결혼을 하게 되어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프랑스 궁정에 미래의 왕비감으로 보내어져
딱딱하고 갑갑한 프랑스 궁정 문화 안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궁정 사람 모두에게 감시당하며 살아야 하니 죽을 맛이었을 듯.

거기에다가 결혼 수 7년이 지나도록
남편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정략 결혼의 결과물, 즉 대를 이을 후계자 소식은 없고
왕세자인 남편의 동생들은 자식들을 낳고 있고.

시할아버지인 루이 15세의 애첩인 듀바리 부인과
지속되는 자존심 싸움에 왕세자비가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정치 놀음.

천성이 소녀같았고 황녀로 태어나 정치를 모르는 미래의 프랑스 왕비는
대부분의 틴에이저들이 문제가 생길 때 그 문제를 잊고자 즐기는 것,
즉 파티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파리 시민들이 베르사이유로 행진하고,
왕실을 파리로 옮기기를 요구하여 베르사이유를 떠나 파리로 가는 모습까지를 그렸다.

몇년 후에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모습이 안 나온 까닭이 무얼까 궁금해졌는데,
내 생각은 프랑스 혁명 후의 프랑스는 이미 절대왕정이 아니고,
그렇기에 강력한 왕권과 모든 기득권과 권력의 상징이었던
베르사이유를 떠난 이후의 마리와 루이 16세는 이미 다른 신분이 주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리의 프랑스 생활은 베르사이유 내에 국한되어있었을 뿐이니
왕세자비로서, 왕비로서의 삶이 끝난 후의 그녀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단두대에서 처형당하는 것으로 삶을 마감한
한 여인이 되너버린 것 뿐 아닐까.

초상화에서 보여지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과
키어스틴 던스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안 어울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소피아 코폴라가 키어스틴 던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키어스틴 던스트에게는 '순진한 소녀스러운' 이미지가 있더라.

오스트리아에서 출발, 프랑스로 향하는 국경지대 근처에서
마리의 신병이 프랑스로 인도되는 의식이 있었다.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도 나오는 장면인데,
거기서 마리는 속옷과 장신구는 물론 기르던 강아지까지도
오스트리아 것은 전부 프랑스 것으로 바꾸게 되는 게 예법이란다.

당황하며 수많은 시녀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혀지던 바로 그 장면에서
키어스틴 던스트가 가진 '소녀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던 것.

영화 곳곳에서 보면 '순진한 소녀스러움'이
나이가 듦에 따라 '백치미'로 변화하는 것도 느껴지는데,
그것도 잘 어울리더라.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이지만, 이미지로 볼 때 비어보이는 건 좀...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열심히 읽고
그 후에 여러 권의 책도 읽었던 터라
궁정 생활이라거나 문화적인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클래식 음악과 섞여있는 요새 음악들이 의외로 잘 어울려서 좋았다.

그림을 보지 않고 대사와 음악만 들으면
요즘 틴에이저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마리가 가졌던 문제들이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이 비극의 teen queen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았던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부가 있고, 권력이 있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역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동물들과는 구별된 특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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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마야 콘서트.

2007. 3. 11. 17:43 | Posted by 헤브니
마야 콘서트를 보고왔다.
와아~ 대단했다.

작년에 열렸던 이은미 씨 콘서트에 필적할만한 공연이었다고 해야하나.

물론 이은미 씨 만큼의 연륜은 없지만,
앞으로는 그만한 역량을 갖추게 될 거라고 느꼈다.

이문세 아찌의 "붉은 노을"
송창식 아찌의 "고래잡이" 등의 곡들로
자리를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흥을 돋구기도 했는데,
"독도는 우리 땅" 을 부르니
다들 분한 마음에(...) 전부 일어나서 열광하시더라. 흐~ 역시.

"진달래꽃" 정말 좋았다. 라이브가 훠얼씬.

미국 현지 세션맨들과 하는데도 어찌나 잘 맞던지.

나는 민요가 데이브 브루벡의 재즈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에헤라디여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이거 "뱃놀이"인가?
처음 반주 들어갈 때 느낌이 Take Five 같은 느낌이어서 깜짝 놀랬다.
근데 정말로 멋있었다.

"쾌지나 칭칭 나네" 도 같이 부르고.

아~ 롹(!)은 역시 좋은 것이여.

같이 가신 우리 엄마는 노래를 너무 잘불러
속이 시원하다 못해 닭살이 돋아 춥다고 하시더라. ;;

싸이 공연 펑크나서 짜증났던 거 다 풀렸다.

미국에 단독 공연 오는 가수들은 진짜 알짜배기 가수들만 부르는 듯.

매년 열리는 한인음악대축제 빼고는
가창력으로 중무장한 가수들만 단독 공연을 여는데,
그게 오히려 여기 팬들한테는 나은 것 같다.

물론 어마어마한 티켓값은 좀 무리가 되지만.

오늘 밤은 즐거운 마음으로 꿈나라에 갈 수 있겠다.

<미술> Getty Museum.

2007. 3. 5. 18:18 | Posted by 헤브니
오늘은 사진을 좀 많이 올려봐야겠다. ^^

"시나이 반도에서 온 아이콘"전의 마감이 바로 다음날이라,
아버지를 모시고 게티 뮤지엄에 다녀왔다.

가는 길도 한산하고, 날씨는 적당히 따뜻했고.
석양이 질 무렵에 출발을 했는데 커피 한 잔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하려니 기분은 최고!

석유 재벌이었던 J. Paul Getty 소유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그의 재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J.Paul Getty Trust를 통해 운영되어지는 박물관인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미술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

예술 분야에 여러 종류의 기금과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고, 연구 단체도 운영 중인데,
한 사람이 가진 부의 힘으로 이 정도 규모의 비영리단체가 돌아간다는게 참..

특별전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있었기 때문에 우선 상설 전시관으로 갔다.

오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게티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 중 제일 유명한 것은 아마도 이 것.



그 유명한 반 고흐의 "아이리스"로, 20여년 쯤 전에 소더비 경매를 통해 5300만 달러 (500억+?!)에 게티 뮤지엄이 사들였다. 으아...
가격때문은 아니지만,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달까.

같은 방 안에 이런 그림들이 즐비한데, 입 벌리고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 않나.



모네의 "수련못 위의 다리"



역시 모네의 "일출"

오늘은 그 전까지는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다른 방들도 열심히 구경을 했는데,
드가의 유화 작품과 파스텔 작품 등을 여러 점 볼 수 있었다.



드가의 "Dancer Taking a Bow"



드가의 "Waiting"

보너스로 하나 올리자면, 툴루즈-로트렉의 "The Model Resting"



또하나 올리자면 뭉크의 "Starry Night"




특별전을 보기 위하여 줄을 서기 전에, 다른 건물을 잠깐 둘러보았는데,
프랑스와 독일의 궁전에서 사용하던 가구들과 타피스트리 등의 장식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침 이날, 루이 14세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 때까지의 역사를 읽었던 터라
루이 15세 시대에 쓰여진 샹들리에나 가구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루이 14세 그림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이런 행운을~!!

7시 반이 넘어서야 특별전을 볼 수 있었는데,
"시나이 반도에서 온 아이콘"이라는 이름의 전시회 답게,
시나이 반도에 있는 St. Catherine 이라는 수도원이자 정교회 성당에서 온
오래된 유물들과 옛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비잔틴 스타일의 그림을 싫어하는데,
위치가 시나이 반도 내에서도 외부와 꽤 떨어진 곳이라는데도
정교회이기 때문에 그런지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받은 유물들 뿐이었다.

오래된 성경과 수태고지나 그 외 성경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들을 그린 그림들이
지금껏 익숙해져있던 서유럽풍이 아니라 많이 낯설었다고 해야하나.

아쉬운 점은 특별전이었기 때문에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그마한 책자를 사오기는 했는데 지금 스캔을 할 수는 없고 해서,
약식으로나마 포스터를 올린다.



"아이리스"를 보는 것 만큼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만 여기 외부와 떨어진 곳에서
아직도 전통을 유지해 나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신선했다.

정교회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다른 식으로 믿는 사람들의 방식을 엿볼 수 있기도 했고.
여러모로 괜찮은 전시회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보기가 힘들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만.

게티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LA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부담 없이 들러보시길 꼭 권하고 싶다.

날이 맑은 저녁이라면 이런 멋진 야경까지 곁들여 볼 수가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