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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1 <영화> "007 카지노 로얄" 2
  2. 2006.12.15 <영화> "괴물"
  3. 2006.12.10 <영화> "The Break-up" 2
  4. 2006.12.08 <드라마> "Grey's Anatomy" Season 1. 2
  5. 2006.11.15 <드라마> "사랑과 야망" 2

<영화> "007 카지노 로얄"

2006. 12. 21. 20:10 | Posted by 헤브니


늦은 감상이지만 그래도 올려야지~
지난 Thanksgiving 휴일 동안
가장 오래된 시리즈물의 하나인 007의 21번째 영화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을 보고 왔다.

몇 년 만에 부모님도 모시고 극장에 다녀온 것이었다.
간만에 기분 전환하러 나온 건데, 무슨 영화를 볼까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액션을 골랐다.

감상은 사실 별 것 없다.

전작들이 첩보원인 제임스 본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과 달리
맨손으로 적들과 싸우는 제임스 본드로의 변화가 가장 인상깊었다.

영화의 시작, 보통 요원에서 살인 면허를 가진 007로 승진이 되지만
임무 수행과정에서의 노출이라는 실수로 정직(!)을 당하는 본드.
처분에 관계없이 임무를 완수해 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준 엄청난 맨손 추격전은 아찔했고,
영화 전체에서 나오는 큰 규모의 액션신도 볼만했다.

이번 편은 머니 페이와의 은밀한 유혹(!)도 없고
본드걸과의 원나잇 스탠드도 없다.

처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본드는 이번 편 본드걸과 사랑에 빠져서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니까.
그 다음에 영화의 반전이 나오지만. ^^;;

그렇지만 역시 내용이 어째 부실해보인달까.

두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 타임이 솔직히 너무 길었다.
굉장한 액션도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면 관객들이 피곤해지는 건데 말이다.

음모의 내용이 사실 너무 간단해서
그 대단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끌어 나가기에 한계가 있는 거다.

새로운 본드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영화와는 잘 어울렸다.
어차피 새로운 본드에 익숙해져도 괜찮을 만큼 긴 시리즈물이니까.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와 너무 작은 얼굴이 잘 안 어울렸던
아주 특이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였다. 대니엘 크레이그.

액션신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냈다고 들었는데,
그 노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겠다.

본드에게 누구냐고 물어올 때 하는 말
"Bond, James Bond."

이게 안 나와서 궁금했는데, 영화 끝에야 나오다니.
아~ 첩보물은 내용이 생명인데 말이다.

돈을 쏟아부은 액션이 어쩐지 과하게 느껴졌던 영화지만
그냥 즐기기에는 또 부담이 없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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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2006. 12. 15. 18:10 | Posted by 헤브니


이런 말을 쓰기엔 좀 그렇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한국에 귀국한 언니가 논문을 부탁해서
한미 FTA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자료를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거, 하면 안될 같은데... 라는 걱정.

하지만 국민들이 철지난 재신임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내쫓지 않는 이상
시동 걸린 FTA 협상이 멈춰질 것 같지는 않다.

감투 쓰고 계신 분들은 너무 높이 올라가있어
밑에서 아우성치는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미국식 스탠더드로 제도를 다 개혁해버리고 나면, 뭐가 좋을까?
결국 미국에 너무 크게 의존하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올해 1300만 명의 관객이 들어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립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원래 기대작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벌써 본 사람들의 평균적으로 "그저 그런데" 또는 "별로야"라는 평을 내렸다.

뭐, 궁금하니 직접 보는 수밖에.

1300만 명의 관객이 봤으니만큼,
철지난 영화에 대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보셨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어 숨겨두겠다.



장마철의 그 축축한 한강.
화학 물질의 오염에서 변종으로 태어난 괴물은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인간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그 뼈를 토해낸다.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 모든 소동의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를 찾겠다고
힘없는 시민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표본을 채취하고야 마는 미국 의사.
미국을 개입시켜놓고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우리 정부.
지명 수배자로 낙인이 찍혀가면서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을 살리려고 노력하던
최대 약자인 소시민, 평범한 한 가정의 눈물겹고 자기 희생적인 모습.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 떠오린 것이 어째서 한미 FTA였는지 모르겠다.


배부르게 먹고 필요없는 것은 버리는 괴물의 탄생은 외부적인 요인이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그 일을 막지 못한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방치한 결과를 책임져야하는 것도
모두 이 땅에 사는 사람인 것을.

부디 한미 FTA가 가져올 결과가 괴물과 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괴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들어낸 그래픽 팀에게 박수.
한강을 유유하게 헤엄치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물살의 모습을 만드는 일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스태프가 방한해서 강의한 내용에 대한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는데,
정말 많이 공들인 것 같다.

양서류인지 어류인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그 많은 인간을 잡아먹고는 나중에 뼈들을 쏟아내버리는 끔찍한 모습의 괴물도 아주 좋았다.

영화 마지막에 괴물과의 사투 장면에서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Sign"에서 나오는 외계인과의 싸움 장면이 떠올랐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되새기는 것.

같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아버지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냥 즐기기 위한 용도로 보기에는 함축적인 메세지가 너무 심각하고
심각하게 보기에는 또 좀 그렇고...

추천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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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Break-up"

2006. 12. 10. 16:21 | Posted by 헤브니


아무리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되는 것이 남이라지만,
바로 몇 분 전까지만해도 사랑에 빠져있던 커플이
사소한 일 때문에 서로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를 수가 있는 걸까?

빈스 본과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한 영화 "The Break-up"의 주제는 바로 그것.

아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브룩.
식구들을 초대해 놓은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집안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며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카고 시내 투어 관광 가이드로 일하는 게리.
손님을 초대한 날인데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무 일도 도와주지 않고 야구 게임에만 집중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어쩐지 짜증이 나던 브룩이 발견한 것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식탁 장실을 위해 게리가 사와야 했던 열 두개의 레몬이이 아닌
세 개의 레몬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재난의 시작이 될 줄이야???!!

저녁 테이블에서 식구들에게 어쩐지 무례하게 행동하고,
식구들이 돌아간 다음에는 설거지도 도와주지 않는 게리에게 감정이 폭발한 브룩은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 뒤의 씬들은 성인들의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유치한 행동들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편가르기를 하고,
브룩은 침실을, 게리는 거실에서 생활하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공동 구역인 부엌에서 서로의 친구들과 시끄럽게 어울리며
서로의 신경을 최대한으로 긁기 위해 노력하던 도중에
드디어 서로 선을 넘고 만다.,

게리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남자들과 데이트를 시작한 브룩.
어느 날 정말 괜찮게 생긴 남자가 집으로 브룩을 데리러 오자
게리는 친구들과 스트리퍼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옷벗기기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작전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하고 일찍 집에 들어 온 브룩은 그 현장을 보고만다.

침묵의 며칠이 지난 후, 예전에 사두었던 콘서트 날.
브룩은 게리에게 같이 가자고 초대하고 게리는 가겠다고 하지만
브룩이 혼자 콘서트 장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게리는 약속을 어긴다.

그제서야 게리와 함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 브룩은
집에 돌아와 침실에서 펑펑 울고,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러 온 게리는 그 모습을 보며
나랑 헤어지고자 했던 사람은 너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커플은 처음으로 커뮤니케이션이란 것을 시도하는데...

그제서야 브룩에게 다시 잘 시작해보자는 이야기를 꺼낸 게리에게 돌아온 브룩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더 이상 당신과 같은 마음이 아니다" 였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나서 브룩은 여행을 떠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우연히 길가에서 재회한 두 남녀.
서로 굉장히 반가워하며 연락하고 지내자는 말로 대화를 끝내고는
돌아서서 인파 속으로 사라져갔다.
어쩌면 나름대로 오픈 엔딩이라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풍기는 뉘앙스는 negative랄까나.

사랑이 시작하는 것이 순간일 수는 있어도
사랑을 끝내는 것이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영화.

서로 정말 사랑해서 그 동안의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이었을 터인데
그 시간을 잘 되돌려보려는 노력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사랑에도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다.

짧지만 사랑의 어떤 한 면을 제대로 캐치해낸 것 같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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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Grey's Anatomy" Season 1.

2006. 12. 8. 12:43 | Posted by 헤브니


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기로 한 DVD가 오늘 도착했다. 으히히힛~!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성공적인 시청률로 인해
시즌 1을 딱 아홉 편의 에피소드로 일치감치 마무리하고
요즘은 시즌 3을 방송 중이다.

배경은 시애틀의 Grace Hospital,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인턴 1년차인 의사들.
레지던트들과 환자들이 극을 이루는 구조이다.

유명한 해부학 교과서인 에서 따온 제목인데,
주인공의 이름이 메레디스 그레이 Meredith Grey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학 드라마라고 부르기는 어째 좀 무리가 있는게,
의학 드라마로 포장한 연애 이야기랄까.
의대에 다니는 내 친구는 이 드라마가 너무 연애 이야기에 치중해있어서 안 본다고 할 정도다.

어쨌든, 재미는 있다. 굉장히.
드라마 세트에서 촬영한 오프라 윈프리 쇼를 일부러 챙겨볼 정도로 맘에 들었다. ^^;

내가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의 요소는,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인물들의 변화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드라마틱한 사건 이후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가치관의 변화와 뉘우침, 즉 개과천선보다는
일상을 통해서 주인공들이 인생을 배워나가고 변화해나가는 그 과정이 참 좋다.

이 드라마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의술 역시도 인술이어야 한다는 것.

초반에 주인공들은 이제껏 의대에서 힘들게 배운 지식들을 얼른 "써먹고"
재미있는? 어려운 환자들을 맡아 그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인턴들이었지만
병원에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병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과 부딪치게 되는
그 짦은 만남들을 통해 세상에 대해 느끼고 배워가면서
그들은 이제껏 배운 의술을 기계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구성적인 면에서 맘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이 드라마는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처럼 일상의 단편적인 생각들이 그 에피소드의 주제로 발전해 나가는 구조가 정말 맘에 든다.

9편 밖에 없는 시즌이라 DVD 케이스가 멋있지도 않지만,
시즌 2는 친구가 사준다고 했으니
나에게 있어서 는 드라마가 끝나기 전부터 전 시즌을 DVD로 모두다 구입한 첫 드라마가 되겠다.
뭐, 그게 딱히 중요한 건 아니지만. ;;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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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야망"

2006. 11. 15. 19:01 | Posted by 헤브니
엄마의 영향 때문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김수현 씨 드라마의 팬이었다.

까마득한 옛날(...)로 기억되던 90년대 초,
뭘 알고 봤는지 모르겠지만 깔깔대고 웃으며 봤던
대발이와 성실이가 나오던 "사랑이 뭐길래"가 가장 오래된 기억이고,
목욕탕 집과 삼남매를 그린 이야기가 우리 친가의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
주말마다 모두 모여 빠지지 않고 봤던 "목욕탕집 남자들"이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마지막 생을 통해 가족의 화해를 다룬 "작별"
미국에 오기 마지막으로 보낸 겨울에 봤던 "청춘의 덫"
미국에 온 직후라서 놓쳤지만 최근 인터넷으로 본 "불꽃"
"목욕탕집 남자들"과 비슷한 구조였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내 사랑 누굴까"
집안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 행복하게 살았던 연상연하 부부가
여자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치병으로 인해
결국은 부부의 죽음으로 완성할 수 밖에 없었던 "완전한 사랑"
자폐아인 아들 때문에 불행했던 가정이 이해와 소통을 통해
따뜻함과 사랑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자폐아동의 어머니와 그 친정 식구들의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들을 그려낸 "부모님전상서"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 끝난 "사랑과 야망"이 있다.

20년 전에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었던 엄마는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큰 기대를 하셨고,
우리 모녀는 작년에 "부모님전상서"가 끝난 후부터 올 1월의 드라마 방영 시작을 기다려왔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전후의 힘들었던 그 시대로부터 시작
1990년대를 배경으로 성공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마감하기까지
무려 30년 동안 주인공들이 겪은 애환을 그려낸 명작이라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각자 뚜렷한 성격과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성격을 배경으로 갈등 구조를 만들어가는 모습과
또 그 갈등의 요소들을 극복해나가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인생의 많은 면들을 배울 수 있었다.

방앗간집 박 씨 집안의 세 남매 태준, 태수, 선희와 그 각자의 가정의 이야기가 기본 틀이다.

우등생에 장학금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는 태준은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모범생.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의리하나는 끝내주는 진짜 사나이 태수는
싸움박질 때문에 집안 편할 날이 없는 문제아.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선희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외유내강형.
거기에 천사같이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

정치학도에서 기업인으로 진로를 바꿔 결국은 대기업의 회장자리에까지 오르는 태준은
힘들었지만 목표를 가질 수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매진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어쩌면 지금보다는 훨씬 희망적이었던 시절의 성공 신화를 그렸다.



그러나 그가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미자와의 결혼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미자는 영화배우로 성공하지만 태준을 잊기 위해 영화감독과의 결혼을 강행하나
그 결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의 급사로 막을 내리고만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태준과의 결혼 후 잠시 안정을 되찾는 듯 하지만
배우로서의 화려한 시절의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내조 없이도 잘 나가는 남편에 대한 질투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로 인해 초라해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결국은 이혼을 하지만
그 뒤에 태어난 아들 때문에 결국 재결합을 함에도 불구하고
알콜중독과 조울증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정신차리고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잘 나가는 건설 회사를 일궈내기까지
'싸나이' 태수는 한결같은 성실함과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아는 포용력과 의리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박했던 젊은 시절의 실수로 인해 자신을 따라다녔던 정자를 임신시키게 되어
원하지 않는 결혼에 속박당해 정말로 사랑하는 은환과 눈물의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첫 결혼은 결국 실패하나, 은환과의 우연한 재회가 재혼까지 이어져 평생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두번째 부인은 첫부인이 남기고 간 두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워내지만
그 간에 힘든 일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에서 가정에서 한 몫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선희는
미용 기술을 배워 일본에 유학, 귀국 후에 미용실을 열어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오빠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홍조와 결혼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빠의 부인이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사실 때문에,
또 그 첫사랑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정신과 의사로서,
고향 친구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속 관여하게 되는 모습에 상처받지만,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60회로 시작했다가 81회까지 한 번 연장된 이 장편 드라마의 끝이 재미있다.

태수의 큰 아들이 아버지의 전철을 반복한 것.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를 임신시켜서 결혼을 하지만
결국은 그 여자와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아들 하나를 둔 후에 이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태준은 미자의 조울증이 평생 치유될 수 없을 것임을 깨닫고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끊임없이 이해하고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결국 '아버지'를 부르며 우울증에 빠져 울음을 터트리는 미자의 모습에서 끝이 났다.

그래, 결국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새로이 생겨나는 문제들.
어떤 것은 풀기 위해 노력해야할 숙제이지만
어떤 것은 계속해서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짐이 될 수 있는 것이리라.

가장 기억에 남던 장면이 두 장면이 있는데,
첫번째는 벽돌 공장을 시작하면서 장마철을 생각못해
내리는 비와 씻겨내려가는 모래를 보며 자괴감에 빠진 태수에게
대기업의 잘 나가는 최연소 이사 자리에 이미 오른 형 태준이 처음으로 들러보는 장면이었다.
"창피하게 형이 뭐하러 여기까지 왔냐"는 태수에게
"나는 월급쟁이 신분이지만 너는 네 사업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네가 잘 커서 나 같은 월급쟁이 데려다가 쓰면 되는 거야"라는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하던 형.

벽돌 사업 잘 정한 거라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정말이지 훌쩍들렀다가 돌아가던 형의 모습과
그 형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굳은 의지를 다지던 동생의 모습은
수많은 대사가 전달하지 못할 형제만의 무언가를 전달해줬다.

두번째는 역시 형제의 모습이었는데,
오일쇼크 후에 5년여간 해외 업무를 보고 들어온 형이 동생의 아파트 건축 현장에 들르자
"어떻수? 이만하면 내 밑에 와서 사장 할라우?"라고 동생이 형에게 묻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묻는 동생에게 형이 웃으며 한 대답은 "아직 회사가 작아서 안되겠다"였다.

그 직후에, 동생은 형의 조언대로 중동에 진출하여 외화벌이에 일조하였고
국내에서는 맨손으로 은행에 넘길 뻔한 아파트 건축/분양 또한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

결국 두 형제 모두 자기가 몸담은 회사의 회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던 듯 하지만
집안에서 회장을 둘 씩이나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들의 사진을 찾아봤으나, 드라마 캡처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올라오는가부다.
없다.. ;;

태준 역의 조민기 씨, 태수 역의 이훈 씨, 선희 역의 이유리 씨,
연기력 논란을 걷어내지 않았나 싶은 태준의 부인, 영화배우 김미자 역을 소화한 한고은 씨,
태수의 첫번째 부인 정자 역의 추상미 씨, 평생의 사랑 은환 역의 이민영 씨,
어머니 역에 정애리 씨,
어머니와 20년이 넘게 장사 해서 집안을 일구는데 도와준 남이지만
피붙이보다도 더 귀한 집안의 어른이 되어 준 파주댁 역의 이경실 씨,
전쟁 통에 정신이 나가 미쳤었지만 어머니와 파주댁이 거두어 주어
집안의 한 귀퉁이로 언니 노릇하게 된 명자/아키코 역의 김나운 씨,
미자가 영화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평생토록 친정 역할을 해준
신여성 사업가 혜영과 디자이너 혜주 자매 역의 하유미 씨와 이승연 씨,
태수의 친구로 고생하던 젊은 시절부터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윤기원 씨.



모두모두 정말 대단한 드라마 만들어 주셨습니다.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써주신 김수현 선생님은 물론,
곽영범 PD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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