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감상문을 올리게 되었다. 드디어 보게 된 <빌리 엘리어트>.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빌리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머니를 보살펴야한다.
광산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형은 파업 때문에 생활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환경에서 속에서 어느날 빌리는 복싱을 배우러 다니는 센터에서 열리는 발레 수업을 구경하다가 아름답기만 한 발레의 세계에 끌려들어가게 된다.
선생님은 빌리가 로열 발레 아카데미에 갈 수 있다고 오디션을 보라고 하는데 하필이면 오디션 전날 파업 때문에 경찰에 쫓겨다니다 잡혀간 형을 데리고 오느라 오디션을 놓치고, 집까지 쫓아온 선생님에게 아버지와 형은, 발레라니 얼토당토 아니하다며 화를 내고...
발레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았던 상황에서 끓어오르는 화와 춤에 대한 열정을 어쩌지 못해서 빌리는 계속해서 달리고 점프할 뿐이다. 이렇게.
눈 내리는 겨울의 크리스마스.
센터에서 빌리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게이이기 때문에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하는 공통점 때문일까?)에게 발레를 보여주는데, 마침 우연히 들어온 아버지는 빌리가 온 몸으로 보여주는 춤을 보고서 마음을 돌리게 된다.
다음 날, 아버지는 파업하는 광부들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광산으로 들어가기를 자원한다. 아들을 발레 학교에 보내주기 위해서. 그 방법만이 작은 아들만큼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지고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느꼈으니까.
오디션을 보기 위해 런던으로 온 부자. 난생 처음 구경하게 된 런던을 볼 틈도 없이 학교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학교의 웅장함에 기가 죽고...
상황에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던 빌리는 오디션을 망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쁜데다 시험 감독관들은 친절하지 않을 것 같아 영 예감이 안 좋다.
감독관이 시험장을 떠나는 빌리의 등에 대고 마지막 질문을 한다.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빌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잘 모르겠어요. 좋아요... 발동이 걸리면 그냥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라져요. 온 몸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내 몸 안에 불이 있는 것처럼... 그냥 새처럼 날아가요. 전기같은...
전기 같다는. 모든 것을 다 잊게 해주는 바로 그것.
빌리가 가진 그것이 내가 찾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탄광촌의 허름한 마을이지만, 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고
자식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이 있다.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이 있다.
빌리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투영하는 건 자신이다.
발레리나로 성공하지 못한 선생님은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광부로 힘든 삶을 이어가는 아버지와 형은
고향을 벗어나 멀리 뻗어나가는 그 꿈을.
현실이 싫어서 화가 나있는 모든 캐릭터들이
빌리를 통해서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P.S. 빌리의 선생님으로 나오는 Mrs. Wilkinson역을 맡으신 분 목소리를 듣고 대번에 알았다.
이 분은 해리 포터에 나오시는 Mrs. Weasley 이다. 하하.. 괜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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