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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나는 조직이었으면

2008. 6. 26. 04:42 | Posted by 헤브니
부엌과 휴게실 바닥에 왁스칠을 해서 들어가면 안된다는 말씀을
왜 꼭 점심시간에 들어야 하는 걸까.

늦게 들어올까 밖에나가 점심 먹는 것도 못마땅해하시는 것도 모자라
점심 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직장인들에게 도시락 사오라고까지 하시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기 때문에
도시락 싸오는 직원들이 점심을 냉장고에 넣어놓을 것을 뻔히 아시면서도
당신들은 점심을 배달시켜 먹으면서도
직원들에게는 점심 때가 되었을 때야 부엌을 쓸 수 없으니
찬 밥 먹으라고 하시는 걸까.

난 정말 사람 냄새나는 조직에서 사랑받으며 일하고 싶다.

그게 그렇게 큰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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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형님, 대단하십니다.

2008. 6. 22. 06:20 | Posted by 헤브니
점심 먹고 나와 TV를 켰는데, 아뿔싸!
ABC에서 유로 2008 네델란드와 러시아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 ㅠ.ㅠ

하는 줄 미리 알았으면 첨부터 봤을 텐데.

연장 후반이었는데 내가 딱 켠 순간 러시아의 두번째 골이 들어갔다.
오 마이...

러시아가 이기는 거야? 하고 딩크 형님 대단해.. 하는 와중에
요 며칠 매스컴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해준 아르샤빈이라는 선수가 마지막 골을 넣었다.

러시아, 네델란드를 3-1로 깨고 4강 가더라는. -_-

정말이지 스포츠 세계, 승부에 절대란 없다는 말씀.

조별예선의 결과가 8강 이후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거다.
포르투갈이 독일에 깨지는 것도 그렇고,
네델란드가 러시아에 깨지는 것도 그렇고...

네델란드는 우승후보라더니, 거참.. 다들 너무 허탈하겠지만 어쩌겠어.
그게 인생, 아니 축구인 걸.

히딩크 형님, 조국에 배신자인지 역적인지가 되고 싶다더니 소원 성취하셨네.
프로의 세계란 정말로 냉엄한 거구나...

어쨌거나 내일 스페인이랑 이태리 경기를 해준단다.
축구가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는 미국에서 유로2008을 보여주다니, 진짜 고맙다.
그것도 ESPN이 아닌 공중파 ABC라니. 으흐흣. 너무 좋아.
스페인과 이태리가 맘껏 뛰는 걸 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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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르지만...

2008. 6. 16. 15:13 | Posted by 헤브니
소개팅이라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주선자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소개받은 당사자들 간에도 말이다.

지난 주에 얼떨결에 누군가를 인사만 나누는 형식으로 소개를 받았는데,
기분이 영 찜찜한 거다.

2006년 가을에 있었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이후 전혀 없었으니) 소개팅의 감상이
"이 양반이 어따대고 이런 인물을 나한테 같다 대!!!!!!!!!!!!" 였던 만큼
소개팅에는 애시당초 별로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았지만,
아주 멀리 타주에 사는 사람을 친구로 소개시켜줘서 어쩌라는 건지...

학교 학생이셨던 어떤 분의 막내 동생이라고,
점심 시간에 직원들과 같이 점심을 하면서 누님 되시는 분이
"여자 친구 감 좀 소개시켜주세요~" 했는데
연령이 맞고 싱글인 사람이 나 밖에 없어 그 자리에서 당첨되다시피 했다.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책임을 지시려고 그러신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음 날 집이 있는 타주로 떠난다고
같이 TV쇼 녹화장에 가자고 초대를 해주셨는데
일 때문에 그건 정중히 사양을 했건만,
화끈하신 누님이 아예 학교로 데리고 오셔서 인사를 시켜주시더라.

일하는 중이니 그 자리에서 그냥 통성명 정도로 인사를 나누고
누님 일 다 보신 다음에는 나가는 길에 "싸이에서 뵈어요" 라고 또 인사를 하시고 가시길래
"싸이 주소 주시고 가세요"라고 하고 주소를 받아놨다.

주소를 받아놨으니만큼,
집에 도착도 하셨을 테니 인사만 남겨두고 왔는데
그 날 싸이 방명록에 답장이 왔더라.

그게 목요일이었는데, 그리고는 끝이다.

근데 말이다, 뭐라고 해야하나...

딱히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별 진전이 없으니 뭔가 좀 상황이 찜찜한 느낌?

직장에 같이 일하는 여성분들은,
옆에서 관전하기 꽤나 재미있는 놀림감 정도로 생각을 하셨던 것 같으니
자랑은 아니지만, 연애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뭐라 조언을 구하기도 그렇고
조언을 구해야할 만큼 대단한 일인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끝나버리면
이건 정말 한낮 말 맣은 여자들 점심 먹으면서 수다 떨다
점심 끝나면 바로 잊어버릴 간단한 수다꺼리 정도 밖에 안되는,
한마디로 말해서 깜도 안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누님이 동생 데리고 왔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왔다갔다하면서 "어땠어?" "뭐 있어?"
이런 식으로 한 마디씩 물어보는게,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게 시기상조이지는 모르지만
목요일 이후 오늘 일요일이 다 지나도록 별 일이 없었으니만큼
앞으로도 별 진전이 없이 싸이 방명록에 글 한번씩 남긴 사람으로 남으리라는 가정하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도 전혀 알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쨌네 저쨌네, 잘되었네 안되었네 와 같은
누군가의 잡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썩 유쾌하지 않은 일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데,
어쩌면 나에게 "어따대고"의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상대방이 "어따대고"라고 느꼈다면 그건 더욱 맘에 안 드는 상황이었겠지만..)

시집 갈 생각을 해야할 나이가 된 것도 인정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나를 아끼는 누군가는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는 거 인정하지만,
순전히 당신 생각하기에 어울리는 두 사람을 맘대로 엮으려고 하는 일,
별로 좋은 취미 아니다.

그리고 소개받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
아~ 찜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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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인생은 한방이라잖아.

2008. 5. 22. 01:57 | Posted by 헤브니
오늘 아침도 음악을 들으며 출근을 했다.
어제 저녁에 분명히 CD를 몇장 집어다가 가방 옆에 둔 것 같은데,
당연하다는 듯 가방만 들고 아침에 집을 뛰쳐나왔나보다.
피아노 듣고 싶었는데... 하며 뒤져보니 차 안에 라벨의 피아노 전곡 모음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특별판을 보고 샀던 앨범인데,
원래 만화에서 노다메가 연주했던 곡은 "Jeux D'Eau(물의 유희)"였지만
드라마로 각색될 때는 "Alborada Del Gracioso: Assez Vif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로 바뀌었다.

둘 다 들어있는 앨범을 사려면 역시나 라벨의 피아노 전집밖에 없는데
마침 서점에 피아니스트 Jean-Philippe Collard 의 앨범밖에 없었다.
라벨 전집은 페를뤼무터나 타로 앨범을 사라고들 많이 추천했는데
둘 다 구하기가 쉽지 않은 듯 싶어 그냥 골라왔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열심히 들어보고는 있지만, 난 사실 음악을 즐기는 법은 잘 모른다.
음악사 수업 열심히 들어봤지만, 즐길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혼자 공부하는 방법은
일단 듣고 싶은 곡이나 꼭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은 연주자들의 콘서트를 예매한 다음에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CD속지를 열심히 읽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더 궁금한게 있으면 인터넷을 뒤진다.

그렇게 열심히 들어보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작곡가나 곡에 대한 호불호는 꽤 분명하게 갈리는 편이라
낭만주의 후기로 가면 갈수록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라고 하면
너무 무 자르듯 딱 잘라버린 단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맞는다고 보면 된다.

이번 주말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기로 한 콘서트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그 콘서트 프로그램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매했지만
지난 번에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로 듣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브람스의 곡인데다
게다가 이번엔 독일 레퀴엠이라고 하니...
여행 중이니 피곤할 것임에 틀림없고, 어쩌면 졸지도 모른다고 미리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곡가나 잘 모르는 곡까지도
열심히 들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독주곡이 아닌 이상 최소 30여분 이상 길게는 한시간도 넘는 그런 곡들을
열심히 듣는 일은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들기 짝이 없어도
가끔 어떤 한 소절이 크게 마음에 와닿아 기억에 큰 잔향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 소절을 다시 느끼기 위해,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 전곡을 다시 다 들어버리는 것이다.

라벨의 음반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지만 유려하게 흘러가는 멜로디를 들어도
사실 귀에 남는 "소절"이라는 게 많지 않은게 인상주의 작곡가 음악의 특징이다.
이전의 소나타 형식처럼 반복이 많지 않으니까.

한번 지나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흘러가버린다.
사실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인상"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재생되지 않는 어떤 것.
순간에 느껴버렸던 어떤 모습에 대한 표현.
찰나적이기 때문에 느끼는 어떤 매력이라고 해야하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의 도입부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강렬하게 꽂히는 어떤 것을 찾기 위해
그냥 열심히 들어보는 거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이민을 왔고,
이 친구는 나와는 달리 이민 수속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워낙에 뛰어났던 아이라 졸업하자마자 바로 버클리에 입학하여 조기 졸업하고
비영리 단체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보다가
다시 버클리 대학원에 들어가 public policy (공공정책이라고 하나..)를 공부하고 있다.

이번 주말의 여행 계획을 알린게 언젠데 이제서야 전화가 오다니! 하고 받았는데
내일 브뤼셀로 가기 때문에 못 만난단다. EU에서 인턴쉽하러.
10주간 브뤼셀에서 지내고, 불가리아로 가서 쉬다가 8월에나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저 부러울 따름.
영주권이 있으니 불편 한 것 없겠다 싶어 부럽고, 유럽에 간다는 사실도 부럽고,
거기다가 EU에서 인턴쉽한다는 말만 들어도 멋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니 부럽고,
하고 싶은 그 일이 또 멋있어 보이니 부럽고.

그냥 그런 생각이지만 순간이나마 나름 상대적 열등감마저도 느껴졌다.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 하고 전화를 끊으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음반 한 장을 다 듣고도 남는 게 "한 소절"인 것처럼,
열심히 인생을 살아도 남는 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한 방"이다.

그 "한 방"이 모두가 원하고 세상이 이야기하는 돈, 명예, 존경같은 사회적 성공일 수 있고
꼭 그런 것들은 아닐 수도 있고, 그거야 가치관에 따라 다를테지만
무릎팍에서 황정민 씨가 말했던 것처럼 "인생은 한 방이에요" 뭐, 그런 것.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실력으로 인정받아 지금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배우가 된 것처럼.

그 "한 방"이 있으면 그 동안의 지루함, 짜증, 지침 따위는 모두 사라지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얻게 될 수 있는 거다.

내 인생의 그 "한 방"을 위해서
지금 내가 앉아있는, 전혀 폼나지 않는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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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17. 03:49 | Posted by 헤브니
요즘 하는 일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전화도 많이 받고, 수시로 찾아오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입학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수 없이 많고, 쓸데없는 농담하러 들르는 사람도 꽤 많다.

넓은 인맥이 재산이다, 라고 슬로건을 내걸고 조직적으로 인맥관리하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의 장점은, 내가 보기엔 딱 한 가지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날 확률보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확률이
훠어어어어어어어얼씬 높다.

중요한 것 한가지는, 일하는 학교의 특성상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인 1세대이고
연령대는 평균 40이상이라는 것.

예를 들자면, 말씀만 시작하시면 험담을 가장한 자랑을 하시는 아주머니.

자식들도 꽤나 잘 키우셨는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의 엄마 대접이 성에 차지 않는지
미국인과 결혼한 큰 딸은 돈 무지무지 잘 버는 남편과 잘 살고 있는데
한국식 정을 모르는 짠돌이 미국인 사위는 장모한테 한 푼도 안 쓰고
네가지 없는 딸은 영어 못하는 엄마한테 15분 이상 말하지 말라고 난리라는 게 험담의 골자.

결국은 자식과 사위가 잘 나간다는 자랑일 뿐이다.

아~~ 바뻐 죽겠는데, 내가 왜 이딴 푸념이나 듣고 있어야 하냐고.
어른들은 영양가 있는 인생의 조언 따위를 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지.
이거야 완전 oTL 이다.

그 다음, 미국식으로는 성희롱에 가까운 이야기를 찍찍 해대는 아저씨.

"너 그만 먹어야겠다, 더 찌면 안 되겠는데?"
라고 하기에 기가 막혀서 "저도 아는 얘기 안 하셔도 돼요" 라고 해줬더니
며칠 후에 쫄아서 왔더라. "삐졌어? 난 좋은 뜻으로 한 얘긴데~" 라더라.
근데 들어보니 나한테만 하는 소리가 아니란다.

니 여자 아닌 다른 여자한테 그딴 소리 막 해도 되는 거 아니거등!
이 변태 할아범아!!!!!!!!!!!!!!!!!!!!!!
장난 아니고, 한 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경찰 부르겠다.

중년 이후의 자기 모습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말이지 곱게 늙어야 할 것 같다. ㅠ.ㅠ

닮기 싫은 사람의 여러 모습에서 조각조각을 잘라 붙여놓고
피가 되고 살이 될 인생의 경험을 얻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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