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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랑랑 Tchaikovsky, Lang Lang, and Fireworks

2008. 7. 19. 09:02 | Posted by 헤브니

갑작스럽게 초대를 받아 가게 된 Hollywood Bowl의 랑랑 콘서트.

19일에도 콘서트 예매를 해놓았기 때문에 랑랑은 다음 기회에 보자고 생각했었는데

초대를 받아가게 되었으니 더 없이 좋은 일이다.

못내 아쉬웠는지 아침에 랑랑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담긴 음반을 들고 나와 들으며 출근을 했는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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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윈턴 마살리스 콘서트가 너무 진지한 재즈 위주여서 솔직히 듣기 힘들었었는데,

그 아쉬움을 깨끗하게 날려버린 콘서트였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한다던지 하는 요란한 치장은 없었는데,
Tchaikovsky, Lang Lang, and Fireworks라고 제목이 붙은 공연에
전부 중국과 관련된 곡들만 나와서 그냥 연관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해버렸다.
 

Yanjun: Moon Reflected on the Erquan Fountain     

Tan Dun: Selections from Crouching Tiger Concerto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 1

첫곡인 Yanjun이란 작곡가의 Moon Reflected on the "Erquan" Fountain은
중국느낌이 물씬나는 곡이었다.

다음 곡인 Tan Dun의 와호장룡 모음곡에서도 느낀 건데,
서양 악기만을 가지고 중국의 음악을 전달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LA필의 첼로 수석인 Ben Hong이라는 첼리스트가 협연을 했는데,
첼로를 비롯한 오케스트라의 현악 연주자들이 어느 순간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을
동양의 현악기마냥, 마치 거문고나 가야금을 뜯듯이 뜯기 시작하는데, 그게 또 볼거리였다.
현악기 하나가 아니라 현악 전체가 현을 뜯고 악기 몸통을 두드리는데 어찌나 멋있던지!

와호장룡 모음곡을 감탄하면서 듣고 나니 쉬는 시간.

2부가 시작하자마자 검은색 수트를 입은 랑랑 씨가 걸어들어왔는데, 오~ 살빠졌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키도 그리 커보이지 않고 체구도 작은게
굉장히 동안으로 보였다는 거.

그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시작되고 연주에 몰입하기 시작한 랑랑 씨.
나 이거 집에 악보있어서 아는데,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칠 수 있는 곡 아닌데.. ㅠ.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어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레코딩의 연주 시간은 1악장만 24분이라 너무 느린 듯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라이브에서는 길어야 21분을 넘지 않았던 것 같다.

딱 듣기 좋을만큼의 속도로 진행되어도 길고도 긴 1악장은 역시, 레코딩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
라이브 연주라는 게 훨씬 다가오는 느낌이 강렬하기도 하겠고,
집에서 레코딩을 듣고 있으려면 방해하는 요소도 많은데
콘서트장에 와 있으면 딴 사람 핸드폰 소리나 주위 사람 속삭이는 소리만 없으면
아무런 방해도 안 받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역시 공연의 매력이랄까.

2악장도 좋았고, 짧고 경쾌하고 기교가 풍부한 3악장도 좋아!! 으~ 넘 잘친다.

프로그램을 안 사서 들어오는 바람에 무슨 곡에 맞춰 불꽃놀이를 할것인지가 궁금했는데
박수를 다 받은 랑랑 씨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흘러나오는 곡은 쇼팽의 Andante Spianato & Grande Polonaise, Op. 22 - Polonaise.
으잉. 이곡을 실제로 듣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 없었는데!!
긴 말이 필요없이, 곡 너무 좋았다.

도입부에 맞춰서 불꽃이 터져주시더니, 중반부는 음악을 감상하게 잠잠해졌다.
음악의 후반부 절정으로 갈 수록 맞춰서 터져주는 불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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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난 이 불꽃놀이의 아름다움을 언제나 아이처럼 좋아할 것 같다.
크게 감동받은 공연이었고, 기분을 더할나위 없이 시원하게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http://www.hollywoodbowl.com/tickets/performance_detail.cfm?id=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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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e-lovely

2008. 6. 26. 07:19 | Posted by 헤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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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클라인과 애슐리 저드가 주연한 2004년 작 De-Lovely를 드디어 보았다.
DVD를 사놓고도 여태껏 못 봤는데, 더운 여름 주말에 할 일이 있어야지. -_-;
지난 주부터 영화만 네 편 째 보고 있는 듯 싶다.

미국의 작곡가 Cole Porter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아주 좋았다!!

영화는 콜 포터가 천사(혹은 저승사자?)와 함께
자신의 인생을 뮤지컬 형식으로 돌아보는 식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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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에 아내가 되는 Linda Lee Thomas와 파리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음악으로 눈길을 끄는데,
출연진들이 직접 노래를 하는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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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인 콜과 부유한 이혼녀인 린다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곧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데
사실 콜은 양성애자로 그에게는 발레 댄서인 애인이 있는 상황이었다.
린다는 이를 알면서도 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을 아끼지 않고 후원한다.

아래의 동영상은 콜 포터의 곡 중 가장 유명하다는 Night and Day.



뉴욕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콜은 연달아 일을 맡아 흥행에 성공하는데,
자신의 성공에 도취한 콜은 린다와의 결혼생활을 점점 방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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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리우드로 이사도 해보지만,
성공과 재물, 그리고 화려한 생활이 가져다주는 나태함은 할리우드가 주는 보너스라고 해야할까.
유산으로 상처 받고,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는 결혼 생활을 참지 못한 린다는
콜과 떨어져 별거 생활을 하게 된다.

낙마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후에야 린다의 소중함을 깨달은 콜은 그녀와 재결합하지만
이미 린다는 폐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인데, 실제 사람들의 삶이 그런가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것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는 것.

린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는 늘 그녀를 그리며 외롭게 살아가는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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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터 역을 맡은 케빈 클라인, 린다 역의 애슐리 저드 등의 모든 출연진의 연기가 빼어났다.
케빈 클라인은 노래도 참 잘하는데,
애슐리 저드는 아름답고 우아할 뿐만 아니라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까지.. ㅠ.ㅠ

게다가 사운드트랙에 실린 콜 포터의 곡을 새로 노래한 유명 가수들,
엘비스 코스텔로, 로비 윌리암스, 셰릴 크로우, 앨라니스 모리셋 같은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가 영화에서 사용되는 장면에 나와 직접 출연하여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영화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혼자가 된 콜이 노래를 부를 때 옆에 앉아있는 린다의 모습을 비추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
참으로 외롭운 영혼이 노래할 수 있는 곡 아닐까.

<영화> 오만과 편견 (1940년작)

2008. 6. 25. 06:25 | Posted by 헤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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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작 "오만과 편견"을 봤다.

워낙에 원작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이라는 사실에, 드디어 그의 작품을 보게 되는 구나! 싶었다.
이제까지는 비비안 리와 결혼했던 인물이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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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답게 크레딧이 먼저 나오는데, 세상에나!
로렌스 올리비에가 이렇게 느끼하게 잘 생긴 사람이었어!!!!!!!!!!!!!
...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기본적인 내용은 원작과 같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가 40년대라서 그런지 여러 면에서 각색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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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주인공들의 행동이 여러모로 가벼워보였다.
원작에서라면 다아시의 신경을 여러모로 긁은 엘리자베스의 태도가
결코 가벼워보이는 말투나 행동에서 비롯되는 느낌은 없었는데
40년대의 각색은 거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원작 그대로 넣기는 했는데,
분위기가 영 안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엘리자베스는 너무 건방지게 그려졌고, 다아시는 너무 적극적으로 그려졌는데,
그 둘의 행동이 모두 진지하지가 않아 보여서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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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인 리디아와 키티의 철없는 행동들로 인해 스스로 부끄러운 나머지
다아시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장면 같은 것도 너무 무리하게 들어갔다는 생각이고.

콜린스 씨에게서 도망쳐오는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도움으로 콜린스 씨를 따돌리고
다아시로부터 활 쏘기를 배우던 장면도 전혀 필요없었다.
원작에도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고!!
게다가 캐롤라인 빙글리는 엘리자베스를 헐뜯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캐릭터처럼 설정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게다가 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가 엘리자베스의 진심을 떠보기 위해 왔다는 설정은
원작에서 비껴나가도 너무 많이 비껴나간 거 아니냐고!!!!
원래는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와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하러 왔던 건데 말이다.
그 장면을 영화에서는 다아시와 엮어주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여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해주기까지 하는 장면으로 바꾸어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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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는 이 장면 바로 뒤에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데, 허걱.
내가 이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스킨쉽 장면 하나 없이도
가슴 엄청 두근거리게 써놨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_-;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이건 사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니지... ㅠ.ㅠ

의상도 제인 오스틴 시대의 의상이라고 보기에는
BBC 드라마나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했던 최근작과 차이가 많이 나게 화려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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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전체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이 시대의 할리우드는 할리우드가 추구한 감성코드로 모든 원작을 바꿔버려
원작과 전혀 다른, 할리우드화 되어머린 작품을 만들어내던 시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로렌스 올리비에라는 배우 한 명 때문에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거야 멋있어도 너무 멋있잖아.
비비안 리와 결혼할 만큼 멋있었고, 또 그녀를 버릴 만큼 잘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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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Other Boleyn Girl

2008. 6. 24. 03:06 | Posted by 헤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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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헨리 8세와 그의 여섯 아내들이라는 소재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소재이다.

 

아무리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왕정시대라고는 해도

권력의 강화를 위한 정략결혼이 태반이었던 시대에 정식 결혼만 6번을 올렸다는 사실은

20세기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자유의지로 7번이나 결혼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신기한 일이다. ;;

 

필리파 그레고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천년의 스캔들> (원제: The Other Boleyn Girl)

요즘 HBO에서 제작해 만든 드라마 <The Tudors>와 그 맥을 같이한다.

 

형수였고, 그 자신에게는 첫 부인인 아라곤의 캐서린에게서
후계자가 될 아들을 얻지 못한 헨리 8세는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맘에 드는 여자 앤 볼린과의 결혼을 감행하는데,

전통적으로 교황권과 친밀한 아라곤의 캐서린은 이에 반발하고,

교황의 허락 없는 이혼을 할 수 없었던 헨리는 결국 무리하게 교황과 결별,

Church of England를 만들어 스스로 교회의 수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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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헨리는 결국 앤에게서 고대하던 아들을 얻지 못하고,

그 결과로 왕의 관심과 사랑을 잃은 앤은 파국을 맞는다.

 

이 사이에 들어가는 주인공이 매리 볼린이다.

야심찬 볼린 가의 남자들에 의해 왕에게 바쳐졌고,

헨리 8세가 그토록 고대하던 아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낳은 그 순간에 앤의 조종에 의해 왕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은 여자.

그렇지만 앤과 가문을 위해 끝까지 헌신적이었던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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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에 대해 하나도 궁금한 것 없는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캐스팅 때문이었는데

헨리 8세를 연기한 <트로이>의 에릭 바나, 앤 볼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매리 볼린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모두 괜찮은 캐스팅이었던 듯.

볼린 가의 남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하여 딸들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도

그들에게 대항하여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던 위치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역으로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까지 출연하였으니 말이다.

 


 

헨리 8세 역의 에릭 바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 때 와는 완전히 다르게,
한 때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여인을 죽이라 명할 만큼 냉정한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체격이 있으니만큼 복장도 잘 어울렸고.


언니를 불행하게 만들면서까지도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려던

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의 야심차고 교활한 표정도 멋있었다.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왕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대담한 발언과 대찬 행동을 보이지만,

왕에게 약속했던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아 왕비이면서도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던 모습,

왕의 사랑을 잃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두려워 어떻게 해서든 임신을 하기 위해

친동생에게 자신을 임신 시켜달라고 말할 만큼 
자신 스스로가 키운 권력욕에 희생당하는 캐릭터라니. 매력적이다.

유폐되어있던 탑에서 나와 목이 잘려나가는 장면에서는 겁에 질려 있었던 모습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많이 넓힐 수 있었던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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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던 것은 스칼렛 요한슨이었는데,

동생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동생과 가문을 향해 끝까지 배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칼렛은 화보나 일상생활에서 보여줬던 도회적인 모습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착한 역할에도 꽤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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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엘리자베스에게 헨리가 찾아와 Where is she?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가라 명한 뒤
 엘리자베스가 헨리가 앤을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왕에게 되묻는다.  


Which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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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왕이었던 한 남자를 놓고 얽힐 수 밖에 없었을 만큼

권력을 향한 가문 간의 싸움이 치열했던 시대.

왕의 총애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위치의 여성들에게
왕을 향한 사랑과 권력욕은 모래 위의 성과도 같았던 것이 아닐까.

더구나 정략결혼도 아니었던 헨리 8세와의 결혼은
왕이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후계자를 낳지 못하면 끝날 관계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 볼린과 헨리 8세의 결혼은
영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탄생시켰으니 앞날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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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에 매리 볼린은 왕명을 거역하고 성으로 들어와
어머니가 안고 있던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나가 자신의 손으로 키운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구애해왔던 평범한 남자 Stafford와 결혼하여
행복한 여생을 마쳤던 것으로 그려진다.

 

안되겠다.
오늘 집에 가면 케이트 블랑쳇이 연기한 영화 <Elizabeth>를 다시 봐야지.

<영화> 델마와 루이스

2008. 6. 21. 05:52 | Posted by 헤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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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도 영화에 대해 글을 올리려니,

어쩐지 굉장한 뒷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9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이 영화를 본 후로

내가 생각하기에 이만한 여성 로드 무비(!)는 다시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다섯 번쯤 본 것 같은데, 보고 또 봐도 참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다.

 

남자 친구에게 화가 나 있어, 직장 동료의 산장으로 가 머리를 식히고 오고 싶었던 루이스는

위압적이고 교만하고 성격 더러운 남편과 사는 친구 델마를 데리고 가서

이틀 정도 쉬고 오려는 소박한 계획을 세운다.

 

신경질적인 남편에게 차마 그 계획을 말하지 못했던 델마는

말도 못 꺼낸 주제에 남편 허락도 없이 화려한 외출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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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휴가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도 모르고 신나하는 그녀들.

 

가는 길에 쉬려고 들른 바에서,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의 감시에서 벗어난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델마는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낯선 남자와 춤을 추다가 술에 취해버리고

긴장을 놓지 않은 루이스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몸은 가누지 못해 밖으로 나갔다가 봉변을 당할 위기에 놓인다.

 

때마침 친구를 찾은 루이스가 봉변에서 델마를 구해내지만

그 뒤에다 대고 욕을 하던 남자의 폭언을 참다못해 홧김에 빵! 하고 총을 쏘아버린다.

뒤에 밝혀지지만 루이스가 거의 강간미수범에 가까운 그 녀석의 폭언을
참아내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후의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리고

우발적인 범죄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싶은 불행과 불운은

그녀들을 더욱 독하게 만든다.

 

불행에 빠져서야 인간은 자신의 본보습을 깨닫게 된다고,
그러나 그녀들은 평생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자신들의 감정의 표출에 시원해하고

여자 알기를 뭐 같이 알고
힘으로 남성의 우월함을 내보이고자 하는 무식한 마초들에게 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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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이러니인 것은,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그녀들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남자 친구와 사이가 좋았다면 루이스는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된 휴가를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고.

남편과 사이가 좋아 모든 일을 의논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면

델마가 남편의 뜻을 어기고 나와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하며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가의 기분을 맛보고 싶어 술에 약간 취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고,

그 실수가 살인이라는 우발적인 사고로 이어졌던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고,

멕시코로 가는 길에 만난 건달에게 도피자금인 전 재산을 털리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델마가 자발적으로 무장 강도로 변신하여 마켓을 터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변태 성욕자가 혀를 내밀고 불쾌한 언사를 내뱉지 않았다면

이들이 그가 몰던 화물 기름차를 총으로 쏴버려 폭발시키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 살인이 발생하자 경찰에게 가자던 델마에게 루이스는 이야기했다.

사실대로 말하자고? 네가 거의 강간을 당할 뻔 했기 때문에 대항하다가 죽여버렸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 것 같니? 바 안에는 너랑 그 남자가 뺨을 맞대고 춤추던 걸 본 사람이 100명도 넘는데.

 

그런데 그녀들의 한번의 방종함이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이 될 만큼 큰 잘못이었을까.

그녀들은 그저 휴가를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도피 중간에 경찰에게 잡혔다가 경찰을 제압하고 다시 도망가는 장면에서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있으니 살려주세요'라고 울먹이는 경찰에게 델마가 이렇게 말한다.

"행운이네요. 그들에게 잘해줘요. 특히 아내한테. 내 남편은 나한테 안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 결과로 내가 어떻게 되어버렸는지 봐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들으라. -_-;
 

이 영화는 인생에서
한번의 잘못된 선택이 상상도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인간에게 남은 것은 그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결과에 대한 책임 뿐이라는 것?

 

그것도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과격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_-;

델마와 루이스는 물론 이 모든 엄청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졌다.

 

남들처럼 일반적인 행복을 느끼며 살아오지 않았던 두 사람인만큼

남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할 경찰에 자수하는 것과 감옥에서 죄값을 치르는 방식이 아니었을 뿐.

두 사람은 그들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미련도 남아있지 않는 삶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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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을 그대로 내던져버리고
아무 걱정없이, 미련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신날까.
그리고 얼마나 살만한 인생이 될까.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델마와 루이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릴 수 없다.

우리에겐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책임져야할 자식들, 키워주신 부모님이 있고
시도해보지 못한 일들이 있으며, 꿈과 계획이 있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어느 쪽이 더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위의 모든 것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평생을 옥 죌 것이 분명한 책임감이 따라오겠지만
아무 것도 없이 살아가야 할 이 인생은 얼마나 삭막해질 것인가.

지겨운 일상에 넌더리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은 꼭 봐야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일탈? 별 것 아니다.
순간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하는 법이라고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