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 드라마인지 영화인지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소재가 특별하다.
프랑스 공사와 사랑에 빠진 궁녀 리심의 삶을 그린 내용인데,
엄마랑 같이 이틀 동안 꼬박 읽었다.
재미있다기 보다는 시작했으니까, 인데...
리심은 춤솜씨로 고종의 사랑을 받았던 궁녀였으나
그녀와 사랑에 빠진 된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의 간청을 받은 명성황후가
자신이 볼 수 없는 외국을 보고 배워 전해달라는 명을 내리면서
조선 여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에, 나중에는 모로코에 가게 된다.
프랑스어로 서양 문물을 공부한 신여성이기 때문에,
프랑스에 가서 피부색 때문에 봉변을 당해도 당당할 수 있었던 걸까.
외국에 나간 그녀는 여러번 피부색으로 인해 수모도 당하고,
나중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 뒤에는
혼란스러운 나라의 외교 사정에 휩쓸려 희생양이 되고 말았지만
새로운 문명과의 만남으로 그녀는 그 시대 조선 여성 누구도 꿈꿀 수 없었던
평등과 자유에 대한 이상을 지니고
조국의 어린 아이들에게 변화와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던 지식인으로 변모한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실존 인물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이렇게 깨인 인물이 결국은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새삼 안타까웠다.
이건 사족이지만,
근대화가 시작되던 조선 말기의 사정은 우리나라의 지난 5000년의 역사 중
가장 답답한 부분이 많은 기간이라고 느끼는 바이다.
만약 명성황후가 그렇게 시해되지 않았다면,
만약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달랐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다.
지나간 역사에 대해 '만약'을 논해봤자지만
외국 생활을 할 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나
식민지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지는 20세기 역사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이념적인 논쟁을 펼쳐야 하는 한국전쟁도 그렇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종군위안부를 비롯한 역사 왜곡 문제도 그렇고... 에휴.
감상문으로 다시 되돌아가자면,
소재가 참신하기는 했지만 너무 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조목조목 따지고 반박하기에는 내 필력이 너무 약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창작으로 메꿔야 했던 실존인물의 이야기로 보기엔
일본과 프랑스, 모로코 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이 허구성이 너무 짙은 감 없지 않았다.
그녀가 혁명 후에 도망 중이었던 김옥균과 우연히 만난다거나
프랑스에서 떠나기 전 방문한 소르본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의 이름을 슬쩍보니
마리 스클로도프스카였다는 이야기는 소설 속 우연치고 너무 하지 않나?
이름을 딱 읽고 이 여인이 후일의 퀴리 부인이라는 생각이 떠오른 건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 덕이었지만.. ;;
그렇지만 읽기에 쉽도록 쓰여져 있었고,
백방으로 취재를 다닌 작가 선생님의 노고도 느껴지는 작품이기는 했다.
시작한 책 끝내느라 이틀 동안 너무 열심히 읽어 눈이 아플 정도였으니.
각색되어 영상화 되기에도 참 괜찮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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