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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face와 동생 Kevon의 <I Swear>


교육공영방송인 PBS - KOCE에서 예산을 모으기 위한 fund raising을 위해 유명한 작곡가 데이빗 포스터 씨를 초대했다. 작년 5월, 라스베가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그의 대표곡과 그가 프로듀스한 거물급 가수들을 총출동 시켜 열었던 콘서트 "The Hit Man"의 라이브 DVD와 앨범, 그리고 그의 자서전을 묶어 선물로 주면서 시청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한 데이빗 포스터 씨는 DVD에 담겨진 공연 실황을 보여주면서 공영 방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30년이 넘은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또 공연에 출연했던 가수도 텔레비전에 출연시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나름 알찬 fund raising에 기여하고 있었다.

공연 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라버렸다. 아~ 정말, 내가 90년대 R&B에 심취해있을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가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Babyface가 동생과 함께 나와 I Swear를 부르는 거다. ㅠ.ㅠ 난 이 곡을 제작년에 All-4-One이 부르는 라이브로 들었음에도, 이 데이빗 포스터 씨의 곡인지는 정말 몰랐다능!!!!

중학교 때,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페이퍼'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우연히 손에 쥔 무가지를 넘기다 끄트머리쯤에 실린 새 음반 소개를 보게되었다. 뉴욕에서 찍은 야경을 앨범 자켓으로 사용한 음반이었는데 사진이 너무 맘에 들었는데다, 짤막한 소개 내용을 보고 그 음반이 Boyz II Men의 히트곡들을 작곡한 작곡가의 앨범이라는 소개에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어느 날 방과 후에 교보문고에서 CD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와 들었던 기억이 난다.

Eric Clapton이 부른 <Change the World>로 시작하는 요 옆의 앨범은 정말 멋있었다. MTV는 뭔지 알았지만 'unplugged'라는 개념도 몰랐던 시절, <End of the Road>나 <I'll make love to you> 같은 곡을 작곡가의 목소리로 들으니 이것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1998년 처음으로 뉴욕에 여행을 갔을 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올라가 해가 지던 뉴욕의 야경을 보며 이 앨범을 생각했고, 사진도 찍었는데 상태가 안 좋아 건진 건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가 오는 어느날 아침 출근 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방송에서 베이비페이스의 LA 공연 소식을 전해주었다. All-4-One이 오프닝을 해주기까지 한다기에 기필코 가겠다!! 고 다짐하는데, 이게 하필이면 발렌타인 데이에 열리는 공연이라는 거다. oTL  나는 정말이지 맹세코 오늘날까지 솔로라서 못할 일은 없다고 배짱 두드리며 살았는데, 아무리 강심장인 나라도 발렌타인 데이에 열리는 R&B 공연을 혼자서 갈 생각은 안 든다. 옆에서 쪽쪽대며 공연을 볼 커플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서 혼자 공연을 보고 싶지는 않은 거다. 으윽...

이것도 역시 약오르면 지는 거지?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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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Sarah Brightman in Concert

2008. 12. 21. 20:17 | Posted by 헤브니

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제곡으로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불렀던 Amigos para siempre의 공연 장면이 텔레비전에서 방송되었을 때였다. 스페인어, 영어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밝고 활기찬 멜로디와 간들어지게 느껴졌던 가늘고 고음이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일이 흐른 후에야 그 곡의 작곡가가 그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이고, 그 곡을 부른 여성이 사라 브라이트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온 후,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시립 도서관에 가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책도 책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매번 사기엔 꽤나 부담되는 금액의 음반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무려 3주일 동안은 대여까지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Time to Say Good-bye>, <Eden>, <La Luna> 과 같은 앨범 등은 내가 보고 싶어했던 그녀의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 외에 다른 음악적 갈증을 해소해줬던 앨범들이었다.

음반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녀가 드디어 LA에 왔다!! 소식을 듣자마자 직장 동료 둘과 함께 예매를 하고 기다려왔던 그녀의 콘서트.. ㅠ.ㅠ 그 중 한 명이 갑자기 공연을 못 간다고 해서 남는 티켓을 처리하느라 꽤나 신경질적인 오후를 보내야 했지만... 한마디로 정말 돈 안 아까운 공연이었다.



Inglewood에 위치한 Forum이라는 공연장에는 처음 가봤는데, 들어가보니 공연장이라기 보다는 경기장에 가까운데다 좀 허접해보이는 T형 무대를 보고, 이거 공연 별로인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니깐 오케스트라가 없는 거다. 설마 테이프 반주????? 라고 생각했는데, 강렬한 붉은 조명과 함께 무대를 시작한 사라 브라이트만의 폭발력 넘치는 노래와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던 스크린에 디지털 화면으로 곡과 테마에 맞춘 영상들이 쏘아지기 시작하자 공연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다. 관현악 반주는 녹음된 것을 틀었지만 8인조 이상의 밴드와 키보드가 아주 제대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그리고 테마에 맞게 공연 내내 옷을 일곱 번 정도 갈아입으신 사라 씨. 의상도 아주 멋있었음.

<Harem> 앨범 이후에 새 앨범을 열심히 챙겨듣지 않아 모르는 곡도 꽤 많이 나왔지만, 일단 히트곡들은 거의 다 부른 셈이니... 네번짹 곡으로 나온 "Nella fantasia" 이건 부를 거라 생각했었지만, 아직도 좋아하는 <Eden>의 수록곡 중 "Anytime Anywhere"를 부를 줄은 몰랐는데, 이거 불러줘서 완전히 감격해버렸다. ㅠ.ㅠ 그 유명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가사가 원래 있었나? -_-; 이건 부르고 "Nessun Dorma"는 안 부르다니!! 원래 테너가 불러야 하는 곡이지만 <Eden> 때 이걸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역과 창법, 이걸 팝페라라고 하는 건가.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코러스도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수록 깨달아버렸다는 거. 이 언니, 코러스가 필요없는 가창력을 가지고 있었다. oTL

2부 순서를 시작하고 두번째 곡으로 공전의 히트곡이랄까, 지금의 사라 브라이트만을 이야기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듀엣으로 불렀는데, 마지막 부분에 유령이 "Sing for me my angel" 이라고 말할 때 고음으로 소리 내지르는 걸 아직도 그 음역 그대로 부르시더라는. 약간 째지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목소리가 가는 분이라... 으아아아 소름끼쳐 버렸다. 최근에 발매된 크리스마스 앨범 <A Winter Symphony>에 수록된 곡 중 "Ave Maria"를 부를 때는 녹음 작업도 함께 한 페르난도 리마라는 가수라 함께 했다. 이거 한 곡 부르려고 투어를 같이 다니나보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어쨌거나 원곡을 같이 부른 가수가 함께 하니 더욱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즐기며 <Time to Say Good-bye>의 솔로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나 완전히 감격해버린 순간이었다. 소원 풀었네.. ㅠ.ㅠ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옷을 또 갈아입고 재등장한 사라 씨, 앙코르로 두 곡이나 불러줬다. 우~~ 좋아.

1부와 2부 합해서 거의 스무 곡은 소화를 한 것 같다. 처음에 세다가 나중에는 그냥 세는 것도 잊고 공연을 봐서리... 무대 연출, 영상, 음향, 의상과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8명의 여성 댄서들의 무용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아~~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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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I

  1. Sanvean Instrumental
  2. Gothica / Fleurs Du Mal
  3. Symphony
  4. Let It Rain
  5. Interlude:Forbidden Colours Instrumental
  6. What A Wonderful World
  7. Dust In The Wind
  8. Nella Fantasia
  9. Hijo De La Luna
  10. La Luna
  11. Interlude: Saranbande Instrumental
  12. Anytime, Anywhere
  13. Storia D´Amore
  14. Canto Della Terra with Alessandro Safina(Mexico) / Mario Frangoulis (US/Canada)
  15. Attessa

There is a 20 minute intermission.

Act II

  1. You Take My Breath Away
  2. Phantom Of The Opera with Alessandro Safina(Mexico) / Mario Frangoulis (US/Canada)
  3. Sarai Qui with Alessandro Safina (Only performed during Mexican Dates)
  4. I've Been This Way Before
  5. Interlude: Red Riding Hood Rap
  6. First Of May
  7. I believe In Father Christmas
  8. Ave Maria with Fernando Lima (Performed during some US/Canada Dates)
  9. Pasion with Fernando Lima (Only performed during Mexican Dates)
  10. Time To Say Goodbye
  11. Encore: Deliver me
  12. Encore: Running

해가 뜬 것은 느낄 수 있을만큼 환한데 온 세상에 안개가 자욱하다. 눈이라도 내리면 정말 어울릴 것 같은 날씨인데. 아무리 11월 중순까지 여름 기온을 오르락내리락했다지만, 로스앤젤레스에 눈이 내리면 아마 날씨가 드디어는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다.

눈이 생각나서 러시아 음악을 듣기로 했다. 에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라이브 앨범 뒤에 마침 보칼리즈 편곡을 앙코르 연주한 것도 들어있어서 집어들고 나왔다. 얼마 전에 열린 학생연주회 때 협주곡 2번을 들었는데, 연주 전 연습하는 모습을 오며가며 구경하다 '삘 받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히터 님 연주로 열심히 듣긴 했지만 3번은 그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집었네, 싶었다. 사실 3번은 내 첫사랑이니까.

중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동숭아트센터에서 본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이 왕립음악학교 졸업 연주회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후 정신분열증으로 쓰러졌을 때 연주했던 바로 그 곡이었다. 이전까지는 클래식 음악은 아빠가 들으라 하셔서 들었고,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점같은 것도 알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 연주되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너무도 좋아하게 된 것이 클래식을 열심히 듣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은 당연히 호로비츠의 연주였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연주는 소니에서 나온 아르카디 볼로도스의 실황앨범이다. 라이브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녹음상태와 박진감 넘치는 연주가 정말 '짱'인데.

그에 비해 오늘 고른 키신의 연주는 더 서정적인 느낌이랄까. 일단 연주가 느리다. 1악장을 18분 대로 주파하는데, 난 처음에 그게 그렇게도 싫었더랬다. 일단 느린 연주는 싫어!가 한동안 모토였는데.. 호로비츠 할아버지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무려 18분대로 연주하는 걸 듣고 식겁 해버려 박진감 넘치는 빠른 연주가 능사가 아니라고 반성하게 되었지만. -.-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키신의 연주를 들어보니 느려서 싫기만했던 그의 연주가 이렇게도 심금을 울리는 연주였는지 새삼스러워진다. 생각난김에 풍월당 가서 교향곡 파일도 몇개 다운받아서 아침부터 오늘은 하루 종일 라흐마니노프와 함께다. 꽤 행복한 하루네. 근데 들을 수록 눈이 더욱 더 보고 싶어진다. ^^;

1996년 봄, 중학생이 되었다. 집이 성균관 대학교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가회동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러 대학 앞을 매일 지나다녀야 했다. 대학 정문 앞에는 음식점이 제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내가 가끔가던 음반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오며가며 본 포스터가 셀린 디온의 앨범 Falling into You 광고 포스터였다. 보면서도 별 생각없이 그냥 다녔었는데, 이상하게도 머릿 속에 이 포스터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

가회동에 자리한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잘 근처 교보문고에 들리곤 했다. 핫트랙스에서 음반 구경도 하고 책 구경도 하고.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학교 끝나면 집이 아닌 어딘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어른스러워진 것처럼 느꼈는데 말이다.

어느 날, 핫트랙스에 들어갔는데 음반 매장 전체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누군지 몰랐는데도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셀린 디온이구나, 하고 알았던 것 같다. CD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음반을 들은 것이 셀린 디온과의 만남이었다.

2008년 10월 2일 아침, 출근할 때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올 겨울에 LA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셀린 디온의 공연 티켓을 준다고 했다. 전화 해봤는데 실패했지만, 그 광고 덕분에 몇년 만에 It's all coming back to me를, 비록 라디오 버전이지만, 들을 수 있었다.

이게 팝 넘버치고 꽤 긴 곡인데, 나에게는 한국에 케이블이 생기고 집에 하나 달면서 Mnet을 보다가 처음 접한 그녀의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흰 드레스 입고 무슨 저택인지를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곡이 너무 길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The Power of the Dream이라고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한 곡이 싱글로 발매될 때 라디오 버전으로 같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거 분명히 내가 생일 선물로 받았었는데 어디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 타이타닉 주제곡 이전의 셀린 디온의 열성적인 팬이었었구나. -_-;

1997년에 한국에서 열린 셀린 디온 공연엘 갔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때는 My Heart WIll Go On 이전이라 그만큼의 지명도가 없었던 것 같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정말 제대로 히트하고 그녀도 세계 최정상의 가수가 되어버린 후 지난 몇 년간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와 계약한 공연을 하느라 다른 곳에서 그녀의 공연을 볼 수가 없었는데....

탁 트인 목소리, 시원한 가창력, 다 좋지만 글쎄... 뭐랄까, 지금의 그녀는 11년 전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다가 신곡의 분위기도 예전과 비슷하거나 느낌도 반복되는 것만 발표되는 것 같아 요 몇년간은 새 앨범을 산 기억이 없다. 새 앨범이 나왔었는지도 기억을 못하고 있으니, 원.

타이타닉 이전의 셀린 디온에게는 The Power of Love나 When I fall in Love, Because You Loved Me 같은 곡들이 있었는데, 타이타닉 이후엔 별로 기억나는 곡이 없다랄까. Because You Love Me는 너무 좋아해서, 주제곡으로 쓰였던 영화 <Up Close and Personal>도 찾아봤는데.

그래도 어쨌거나, 라스베이거스에서 드디어 나와 투어를 한다는데 11년만에 공연을 가볼까, 하는 생각에 표값을 알아봤는데, $49.50, $85, $125, $185 이런 순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게... 어쩐지 조금 망설여진다. 에구.. 그냥 참아야겠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양의 문화와 역사에 너무 익숙해져서, 크게는 동양인, 더욱 자세하게는 한국인인 나 조차도 문화적 편식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국악의 역사나 한복의 특징은 알지도 못하면서,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의 드레스에 넋을 잃곤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반성, 반성.


중근동이라 하면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였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있는 곳으로, 그 오래된 역사의 땅은 현대에 와서는 대내적으로는 종교적인 이념으로 끊임없는 내전으로 소모되어가고, 대외적으로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 이란과 이라크가 '악의 축'으로 명명된 이후 여러모로 부침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오래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문화에 대하여 배우고자 하는 후세인(사담 후세인처럼 들리나?? 중근동 이야기하는데 후세인이라고 쓰니 뭔가 너무 이상하다 ^^;)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또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나 군사적인 영향력과는 상관없는 어떤 저력을 느끼게 한다.


2008년 9월 27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Hollywood Bowl에서 열린 "A Celebration of Rumi: The Sights & Sounds of Mystic Persia"라는 제목의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관객의 기대를 100% 이상 충족시켜 주었던 것 같다.


첼리스트 요요마에 의해 창단된 Silk Road Ensemble의 세번째 앨범 New Possibilities가 발매된 후 요요마를 포함한 공연으로는 올해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2005년 LA필 인턴 시절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Silk Road Ensemble의 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고, 이번에도 역시 요요마가 같이 연주를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예매를 했다. 

2005/08/10 - [감상] - <음악> 요요마 할리웃 보울 공연.

지난번 공연이 몽고 지역의 음악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공연은 제목 대로 고대 페르시아 지방의 음악을 주제로 선곡되었다. 특히 Rumi라고 알려진 Mawlānā Jalāl ad-Dīn Muhammad Balkhī 이라는 아주 어려운 이름의 페르시아 시인의 탄생 800주년을 맞이해 그의 시와 페르시아 음악, 그리고 이란의 전통 붓글씨와 그림, 또 무용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멋진 공연이었다. 이란 출신의 여배우와 저널리스트가 루미의 시를 영어와 이란어로 소개했고, 음악이 연주될 때는 서예가(라고 표현해야하나?)가 무대에서 작품을 완성시켜 나갔다. 또 2부 순서에서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가가 나와서 여러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할리웃 보울의 무대 전체에는 페르시아 양탄자 문양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쏘아 공연의 모든 것에서 페르시아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사진은 나중에...).


공연 중에 소개된 Rumi의 시 중 La Makan이라는 작품을 여기에 소개한다.


I’m neither Christian, nor Jewish,
neither Zoroastrian, nor Muslim.
I’m neither Eastern, nor Western,
neither of the land, nor of the sea.
I’m not from Nature’s mine, or from the circling Heavens.
I’m not from this world, or from the next
neither from Paradise nor from Hell.
I’m neither from Adam nor from Eve
My place is placeless, my trace is without signs.
This is neither body nor soul
for I belong to the soul of the Beloved.
An Out-of-the-World Citizen


기독교인이지만 믿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타종교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적어놓고보니 자신없어진다), 문화의 공유를 통한 서로 간의 이해와 소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역시 문화란 어느 쪽이 우월할 수 없고 다양한 것이며, 다양한 문화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다르다고 배척해서는 안되며 그 차이를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페르시아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의 전통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창법이 판소리와 같은 부분도 있고 리듬이 한국의 장단(쿵기덕 쿵더러러러, 그 장단 이름이 뭐더라??)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은 게, 어쩌면 고대의 역사는 정말 하나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공연 시작 때 나와서 공연에 대해 소개를 해준 요요마 씨가 10시 반이 지나서야 마지막 곡을 위해 나와서 협연을 했다는 것 정도? 1,2부 동안 네 곡을 선보였는데 곡 하나가 거의 40분 동안 진행되는 곡들이라 정말 오래 걸렸는데 요요마 씨가 연주한 곡은 겨우 20분이었다. ㅠ.ㅠ


그렇지만 역시 제일 좋은 곡이었다. 이 날 직접 연주도 하신 Kayhan Kalhor 씨가 작곡한

Blue as the Turquoise Night of Neyshabur라는 제목의 곡으로 듣는 내내 아름답다고 생각한 곡이었다. 2005년 공연 때도 연주를 했었다는데 내가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낀 건, 앞으로는 뭐든 제대로 기록해두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었다. 옛날에 적어놓은 포스팅 읽어봐도 곡 제목 같은 건 그닥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세계의 여러 음악을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요요마 씨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고 하겠다. 요요마 씨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유명한 음악가가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잊혀진 음악의 재발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다가 실크로드라는 유일무이한 역사의 발자취를 간접적으로나마 따라가며 접할 수 있는 음반과 공연이란 보너스도 생기니 말이다.


중간의 쉬는시간까지 포함해 무려 세시간 20분이 걸린 공연, 2008년 여름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훌륭한 공연이었다는 말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싶다.


The Silk Road Ensemble with Yo-Yo Ma,special guests

Kayhan Kalhor Ensemble with Hamid RezaNourbakhsh

The Whirling Dervishes of Damascus with Sheikh Hamza Chakour & Ensemble Al-Kindi

The Qaderi Dervishes of Kurdistan Nour Mohammad Dorpour

Ostad Kaboli, calligrapher

Shohreh Aghdashloo, poetry reader

Iraj Gorgin, poetry 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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