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PER ASPERA AD ASTRA
헤브니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영화> The Dark Knight

2008. 9. 2. 13:18 | Posted by 헤브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해보자.
그 동안 고담 시를 악으로부터 지켜왔던 배트맨 때문에 악당들이
배트맨의 자수를 조건으로 인질극을 벌인다면
배트맨의 존재는 선을 대변할까 아니면 악을 대변할까?

이거야 원 묻지마 범죄 수준을 뛰어넘어 묻지마 파괴 레벨에 다다른 악당 조커와
악당들과 싸워준 것에 대해 감사는 커녕 이젠 원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배트맨.

영화 속 악당은 전통적으로 다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희생을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본인이 다수에 속하는 만큼
내가 아닌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희생을 강요해왔고,
영화 속 수퍼히어로들은 그 소수를 지키기 위해 악당들과 열심히 애써왔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의 악당 조커는 배트맨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악행은 모두 선인가?
너는 무슨 자격으로 악을 단죄할 권리를 행사하는가?"

<다크 나이트>를 통한 교훈은, 악은 그냥 악일 뿐이지만 절대적인 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다수가 아니라 소수에 속해있다면
소수가 죽음으로 다수를 살리는 방법은 나에게는 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영웅이기 때문에, 정의로워야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커와 맞서면서도 스스로는 조커를 죽일 수 없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영웅의 한계다.

조커는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악당이기 때문에, 아무 것에도 미련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트맨을 괴롭히는 것에 어떠한 두려움도 가지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빛이 없으면 어둠이 없는 것처럼,
그래서 조커의 배트맨을 향한 대사 "You complete me"는 섬뜩하게 다가온다.

조커는 그 어떤 악당보다도 지능적이고 교활한 고수이다.

브루스 웨인으로 하여금 자수를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배트맨이 영웅이기 때문에 고담 시의 시민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자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인데
하비의 목숨을 건 트릭으로 조커 자신이 체포된다.

그러나 겹겹이 쳐놓은 덫에 걸려든 레이첼과 하비는 결국 납치를 당하고
조커는 배트맨에게 레이첼과 하비의 감금 장소를 다르게 알려,
결국 레이첼을 희생양으로 만듦으로써 그의 최고의 수였던 지방 검사 하비 덴트의 타락을 불러왔다.
배트맨과의 줄다리기를 계속 즐기고 싶은 나머지 배트맨의 정체를 폭로하려는 인물의 죽음과
무고한 인명피해를 불러 올 병원 건물의 폭발을 맞바꾸자는 내기를 건다.

배트맨의 존재가 배트맨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고 싶어하는 고담 시의 시민들에게 해악일 뿐.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배트맨은 점점 외톨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잊지 말고 이야기 해야하는 하비 덴트.
조커의 계략으로 인해 연인인 레이첼을 잃는 순간,
하비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을 만들면서 악당인 투페이스로 변신한다.

그 동안 옆에서 범죄 소탕을 위해 노력해 왔던 경찰 고든이
레이첼을 구하러 가던 길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투페이스에게 고든은 충분한 제거 대상이다.
그러나 정의를 수호하던 이가 변한 악당의 끝은 연인을 잃은 분풀이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찰에게만 푸는 것이 아니라
그 경찰의 가족을 납치해 연인이 죽는 순간에 느꼈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는 데까지 이른다.

영화의 끝에서 배트맨은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인물로만 남기를 자청,
영웅의 역할은 고담 시를 위해 싸워왔던 이들에게 넘긴다.
그렇지만 "당신이 더 이상 배트맨일 필요가 없게 되면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는 결코 오지 않을 거다"라고 레이첼이 남겼던 편지처럼
계속하여 악당들과 싸워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모습으로 사라진다.

이거야 참.. 슬픈 이야기가 아닌가.

예전 배트맨 시리즈를 보기는 봤는데, 내용이 별로 기억이 안 난다.
아놀드 주지사가 아이스맨, 우마 써먼이 포이즌 아이비로 나왔던 <배트맨 포에버>와
조지 클루니 때문에 봤던 <배트맨 & 로빈>을 본 기억이 나는데 정말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_-;

내가 영화를 보고 그 내용을 기억 못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시리즈의 전작들이 흥행배우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왕창 데려다 놓고서도
기대치 이하의 평작, 기껏붙여봐야 오락물이라는 이름이 붙을 작품만 만들어왔기 때문일 터다.

영화 <디워>를 극장에서 본 작년 9월 초 이후, 처음으로 극장엘 간 셈이었다.
<디워>의 충격이 너무 큰 탓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그 영화를 보고 한 동안 극장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 사실이다.
트라우마가 너무 컸.....;
사실 <배트맨 비긴즈>도 보지 않아 <다크 나이트>가 과연 재미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나 할까.

조커를 볼 수록 배우 히스 레저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라는 포스팅을 본 것 같은데, 100% 공감한다.
그렇지만 히스 레저에게 가려졌다는 배트맨 역의 크리스천 베일이나
하비 덴트 역의 애론 에크하트나 고든 역의 게리 올드만 모두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소화해낸 것 같다.
훌륭한 연기, 액션, 연출, 각본. 아주 좋았다.

이유없는 살인과 혼돈과 파괴를 즐기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조커,
악당들과의 싸움에 헌신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원망뿐인 영웅인 배트맨,
정의를 수호하는 지방 검사에서 180도 다른 인물로 변한 악당 투 페이스.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일에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고든.

단순하지 않은 선과 악의 공존을 다룬, 결코 쉽지 않는 영화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배트맨 비긴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