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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봄, 중학생이 되었다. 집이 성균관 대학교 위에 자리하고 있어서, 가회동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타러 대학 앞을 매일 지나다녀야 했다. 대학 정문 앞에는 음식점이 제일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내가 가끔가던 음반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오며가며 본 포스터가 셀린 디온의 앨범 Falling into You 광고 포스터였다. 보면서도 별 생각없이 그냥 다녔었는데, 이상하게도 머릿 속에 이 포스터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

가회동에 자리한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잘 근처 교보문고에 들리곤 했다. 핫트랙스에서 음반 구경도 하고 책 구경도 하고.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학교 끝나면 집이 아닌 어딘가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어른스러워진 것처럼 느꼈는데 말이다.

어느 날, 핫트랙스에 들어갔는데 음반 매장 전체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누군지 몰랐는데도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셀린 디온이구나, 하고 알았던 것 같다. CD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음반을 들은 것이 셀린 디온과의 만남이었다.

2008년 10월 2일 아침, 출근할 때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올 겨울에 LA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셀린 디온의 공연 티켓을 준다고 했다. 전화 해봤는데 실패했지만, 그 광고 덕분에 몇년 만에 It's all coming back to me를, 비록 라디오 버전이지만, 들을 수 있었다.

이게 팝 넘버치고 꽤 긴 곡인데, 나에게는 한국에 케이블이 생기고 집에 하나 달면서 Mnet을 보다가 처음 접한 그녀의 뮤직비디오이기도 하다. 흰 드레스 입고 무슨 저택인지를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곡이 너무 길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The Power of the Dream이라고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한 곡이 싱글로 발매될 때 라디오 버전으로 같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거 분명히 내가 생일 선물로 받았었는데 어디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 타이타닉 주제곡 이전의 셀린 디온의 열성적인 팬이었었구나. -_-;

1997년에 한국에서 열린 셀린 디온 공연엘 갔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때는 My Heart WIll Go On 이전이라 그만큼의 지명도가 없었던 것 같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정말 제대로 히트하고 그녀도 세계 최정상의 가수가 되어버린 후 지난 몇 년간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와 계약한 공연을 하느라 다른 곳에서 그녀의 공연을 볼 수가 없었는데....

탁 트인 목소리, 시원한 가창력, 다 좋지만 글쎄... 뭐랄까, 지금의 그녀는 11년 전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다가 신곡의 분위기도 예전과 비슷하거나 느낌도 반복되는 것만 발표되는 것 같아 요 몇년간은 새 앨범을 산 기억이 없다. 새 앨범이 나왔었는지도 기억을 못하고 있으니, 원.

타이타닉 이전의 셀린 디온에게는 The Power of Love나 When I fall in Love, Because You Loved Me 같은 곡들이 있었는데, 타이타닉 이후엔 별로 기억나는 곡이 없다랄까. Because You Love Me는 너무 좋아해서, 주제곡으로 쓰였던 영화 <Up Close and Personal>도 찾아봤는데.

그래도 어쨌거나, 라스베이거스에서 드디어 나와 투어를 한다는데 11년만에 공연을 가볼까, 하는 생각에 표값을 알아봤는데, $49.50, $85, $125, $185 이런 순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게... 어쩐지 조금 망설여진다. 에구.. 그냥 참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