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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amma Mia!

2008. 10. 12. 16:43 | Posted by 헤브니


가방이 없어져  기분이 꿀꿀한 건 꿀꿀한 거고... 친구와의 약속은 지켜야지.. 하고 꿍얼대면서, 금요일 오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베벌리 센터까지 왕림하셨다. -_-; 금요일에 윌셔타고 페어펙스까지 가는데 정말 40분 걸렸다. 길이 왜 이리 막혀. 6마일 가는데 40분 걸리면 어쩌라는 거냐. 베벌리 센터에서는 주차비를 받기 때문에 근처의 친구 집으로 데리러 갔는데, 얘는 정말 나랑 안 맞는다. 약속시간에 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거야. 나오라고 전화했더니 5분 기다리란다. 저기, 약속 시간 니가 정했거덩? 게다가 집 앞에 차 댈 만한 장소도 없구만!!!!!!!!!!!! 그렇지 않아도 지쳤는데다, 교통체증 뚫고 가느라 신경이 이만저만 쓰인게 아니건만 하여간 얘랑은 정말 안 맞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10년동안 친구라는 사실이 좀 안 믿길 정도? 아~ 정말 순간적으로 집에 간다고 진상떨고 싶었다.

어쨌거나 반년만에 구경간 베벌리 센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입을 쩍벌렸다. 경제 불황의 여파가 베벌리 센터에까지 미치는 구나.. 싶었던게, 지나가면서 들여다본 루이비통 매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뭐, 베벌리 힐즈에 있는 그 유명한 베벌리 센터이니만큼 여긴 쇼핑객이며 관광객이며 끊이질 않는 곳인데 특별히 여기 루이비통 매장은 내가 보기엔 손님 많기로는 센터 전체에서 두번째라면 서러워할만큼 복잡했던 곳이다. 반년 전에만 해도 한국 관광객도 무지무지 많았었는데, 정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8충에 올라가 맘마미아 표를 사고 저녁을 먹으러갔는데, 푸드 코트도 망하게 생겼더라는.

각설하고, 영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눈물 찔끔 흘릴 정도로 감동받았다. T_T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Mamma Mia!>의 주인공은 사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엄마 도나다. 딸 소피는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옛 일기를 토대로 한 번도 만난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추적해 나간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해의 엄마의 일기에 적혀진 세 남자 빌, 해리, 샘에게 엄마의 이름으로 자신의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고, 세 남자는 초대를 받고 기꺼이 오겠다고 하여 도나와 딸 소피가 사는 그리스의 섬 칼리카이리에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도나의 초대를 받은 옛 친구들과, 소피의 들러리를 해줄 친구들 등 모든 손님들이 속속 도착한다.




도나의 초대라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는 세 남자에게,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인 소피는 내일이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테니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설득하는데...


그러나 비밀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도나는 20년 전의 애인들을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고 당황하는데...

갑자기 깨닫게 된 모든 스트레스와 옛 상처를 떨쳐내버리려는 듯한 도나와 친구들의 Dancing Queen!


얼굴을 마주대하면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던 소피는, 설명해주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이 왜 이 결혼식에 초대받았는지를 깨달아버린 세 남자가 모두 내일 결혼식의 신부 입장 때 아버지로서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가 주겠다는 말을 하자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소피의 혼란스러움과는 상관없이 결혼식 전야, 모두의 흥은 달아오르고...

다음 날, 샘은 도나에게 소피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충고를 하며 20년 전의 사랑의 기억을 되살린다. 집안의 정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도나를 버렸던 샘 때문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채 살아왔던 도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존재 때문에 혼란스러운 소피가 결혼식에 대해 망설이는 줄 알고 도나는 소피에게 결혼하기 싫으면 취소하라고 이야기하고, 소피는 그런 엄마에게 엄마가 결혼을 해본적이 없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아버지 없는 삶에 대해 불평하며 싸우지만... 그런 엄마의 존재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소피는 결혼식장에서 신부 입장할 때 엄마에게 같이 들어가달라고 부탁한다.



발에 매니큐어르 발라주고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며 준비시키는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며 왜 그렇게 감동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리스라는 풍경에 소피가 입은 저 드레스는 정말 잘 어울렸다. 우왕~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도나에게 20년 전의 사랑을 다시 고백하는 샘. 그를 향해 자신이 20년 전 얼마나 상처를 받았었는지를 털어놓는 도나.

엄마와 함께 입장을 하고 주례 앞에 선 신랑과 신부. 그 순간, 도나는 손님들을 향해 소피의 아버지를 소개하겠다고 말하고, 세 남자는 모두 일어서지만... "나도 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라!"라고 말하며 당황해하는 도나. 소피는 그것이 더이상 상관없다고 말하며, 신랑인 스카이에게 네가 원하는 것, 세계를 돌아보는 일을 먼저 같이 하자고 말한다. 결혼식은 중지되는데, 용감하게 나서는 샘.



Why waste this beautiful wedding? 이라 외치며 도나에게 20년 늦은 프로포즈하는 샘. 20년 전, 도나를 버리고 돌아갔지만 차마 도나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릴 수 없어 다시 돌아왔다는 샘. 그러나 이미 그녀의 곁에 새로운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돌아갔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는 도나. 샘과 도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소피와 스카이는 섬을 떠나 세계를 둘러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감상문이 아니라 요약문이 되어버렸네.. ;

영화의 완성도라는 면에서 보면 초반부의 분위기가 너무 들떠있고 전체적으로 오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율동과 노래가 섞여있다보니 과장된듯 느껴졌는데, 가족의 의미와 가족에 대한 감사, 옛사랑의 상처, 사랑의 설레임과 같은 감정의 변화,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바의 훌륭한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이 묻어져나왔다.

캐스트의 노래에 대해서는, 메릴 스트립의 노래에 대한 말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원곡의 목소리가 메릴 스트립의 목소리의 톤보다 훨씬 높고 가는 것에 익숙해져서인 듯 싶고, 메릴 스트립의 노래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는 느낌이었다. 노래 정말 잘 하던데.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기에, 금발의 긴 머리에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는 것이 놀라웠다고 해야하나. 정말 역할마다 너무 변신을 잘하는 게, 대단한 배우라는 느낌.

광란의 20대를 보내고 극 중에서 20살 딸이 있으니 아직 쉰 정도의 나이인 여성에게 이렇게 옛사랑이 다시 찾아오는 일이 있으랴만,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동적인 것 같다. 미처 감상문을 쓰지 못하고 지나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인상은 007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늘 매력이 반감된다고 느끼던 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보면서 거의 반할 지경에 이르렀다. 짙은 폴로 셔츠랑 하얀 바지만 입어도 멋있게 보이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잖아? 계속 이렇게 늙어주세요, 아저씨. -_-




콜린 퍼스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언제나 즐겁고 말이다.

소피 역을 맡은 아가씨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인상이 참 괜찮았다. 이런 배우들 틈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 노래도 잘 하는 것 같고.

친구 토냐 역할로 나온 크리스틴 바란스키. 아는 얼굴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났었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시카고>에서 기자 역할을 맡았던 배우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 분은 뮤지컬 영화에 많이 나오는 구나.

그리고 아바의 음악.
83년 생인 내가 듣고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아바의 노래만을 사용해서 이렇게 짜임새 있는 뮤지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창작의 훌륭함이랄까. 아~~ 무대에서 꼭 보고 싶다. 그리고 DVD 살테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그리스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도나처럼 아름다운 섬에서 호텔 경영(!)하면서 살고 싶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