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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양의 문화와 역사에 너무 익숙해져서, 크게는 동양인, 더욱 자세하게는 한국인인 나 조차도 문화적 편식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국악의 역사나 한복의 특징은 알지도 못하면서,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의 드레스에 넋을 잃곤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반성, 반성.


중근동이라 하면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였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있는 곳으로, 그 오래된 역사의 땅은 현대에 와서는 대내적으로는 종교적인 이념으로 끊임없는 내전으로 소모되어가고, 대외적으로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 이란과 이라크가 '악의 축'으로 명명된 이후 여러모로 부침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오래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문화에 대하여 배우고자 하는 후세인(사담 후세인처럼 들리나?? 중근동 이야기하는데 후세인이라고 쓰니 뭔가 너무 이상하다 ^^;)들에 의해 재발견되고 또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나 군사적인 영향력과는 상관없는 어떤 저력을 느끼게 한다.


2008년 9월 27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Hollywood Bowl에서 열린 "A Celebration of Rumi: The Sights & Sounds of Mystic Persia"라는 제목의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관객의 기대를 100% 이상 충족시켜 주었던 것 같다.


첼리스트 요요마에 의해 창단된 Silk Road Ensemble의 세번째 앨범 New Possibilities가 발매된 후 요요마를 포함한 공연으로는 올해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2005년 LA필 인턴 시절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Silk Road Ensemble의 공연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고, 이번에도 역시 요요마가 같이 연주를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예매를 했다. 

2005/08/10 - [감상] - <음악> 요요마 할리웃 보울 공연.

지난번 공연이 몽고 지역의 음악을 주제로 했다면, 이번 공연은 제목 대로 고대 페르시아 지방의 음악을 주제로 선곡되었다. 특히 Rumi라고 알려진 Mawlānā Jalāl ad-Dīn Muhammad Balkhī 이라는 아주 어려운 이름의 페르시아 시인의 탄생 800주년을 맞이해 그의 시와 페르시아 음악, 그리고 이란의 전통 붓글씨와 그림, 또 무용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멋진 공연이었다. 이란 출신의 여배우와 저널리스트가 루미의 시를 영어와 이란어로 소개했고, 음악이 연주될 때는 서예가(라고 표현해야하나?)가 무대에서 작품을 완성시켜 나갔다. 또 2부 순서에서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가가 나와서 여러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할리웃 보울의 무대 전체에는 페르시아 양탄자 문양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쏘아 공연의 모든 것에서 페르시아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사진은 나중에...).


공연 중에 소개된 Rumi의 시 중 La Makan이라는 작품을 여기에 소개한다.


I’m neither Christian, nor Jewish,
neither Zoroastrian, nor Muslim.
I’m neither Eastern, nor Western,
neither of the land, nor of the sea.
I’m not from Nature’s mine, or from the circling Heavens.
I’m not from this world, or from the next
neither from Paradise nor from Hell.
I’m neither from Adam nor from Eve
My place is placeless, my trace is without signs.
This is neither body nor soul
for I belong to the soul of the Beloved.
An Out-of-the-World Citizen


기독교인이지만 믿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타종교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적어놓고보니 자신없어진다), 문화의 공유를 통한 서로 간의 이해와 소통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공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역시 문화란 어느 쪽이 우월할 수 없고 다양한 것이며, 다양한 문화 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을 다르다고 배척해서는 안되며 그 차이를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페르시아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의 전통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창법이 판소리와 같은 부분도 있고 리듬이 한국의 장단(쿵기덕 쿵더러러러, 그 장단 이름이 뭐더라??)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은 게, 어쩌면 고대의 역사는 정말 하나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공연 시작 때 나와서 공연에 대해 소개를 해준 요요마 씨가 10시 반이 지나서야 마지막 곡을 위해 나와서 협연을 했다는 것 정도? 1,2부 동안 네 곡을 선보였는데 곡 하나가 거의 40분 동안 진행되는 곡들이라 정말 오래 걸렸는데 요요마 씨가 연주한 곡은 겨우 20분이었다. ㅠ.ㅠ


그렇지만 역시 제일 좋은 곡이었다. 이 날 직접 연주도 하신 Kayhan Kalhor 씨가 작곡한

Blue as the Turquoise Night of Neyshabur라는 제목의 곡으로 듣는 내내 아름답다고 생각한 곡이었다. 2005년 공연 때도 연주를 했었다는데 내가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낀 건, 앞으로는 뭐든 제대로 기록해두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었다. 옛날에 적어놓은 포스팅 읽어봐도 곡 제목 같은 건 그닥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세계의 여러 음악을 소개하고자 노력하는 요요마 씨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고 하겠다. 요요마 씨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유명한 음악가가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잊혀진 음악의 재발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게다가 실크로드라는 유일무이한 역사의 발자취를 간접적으로나마 따라가며 접할 수 있는 음반과 공연이란 보너스도 생기니 말이다.


중간의 쉬는시간까지 포함해 무려 세시간 20분이 걸린 공연, 2008년 여름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훌륭한 공연이었다는 말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싶다.


The Silk Road Ensemble with Yo-Yo Ma,special guests

Kayhan Kalhor Ensemble with Hamid RezaNourbakhsh

The Whirling Dervishes of Damascus with Sheikh Hamza Chakour & Ensemble Al-Kindi

The Qaderi Dervishes of Kurdistan Nour Mohammad Dorpour

Ostad Kaboli, calligrapher

Shohreh Aghdashloo, poetry reader

Iraj Gorgin, poetry 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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