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DS용 노다메 칸타빌레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큰 맘 먹고 난생 처름 지른 닌텐도 DS를 요즘도 가끔씩 꺼내서 하고 있는데, 뭐.. 노다메는 이미 다 깨서 딴 게임이 좀 필요하달까. 여자 아이들을 위한 마리오 게임인 Princess Peach도 열심히 해봤고, 머리 좋아지라고(!) Brain Age 사다놓고 열심히 했지만 다 질렸다. ㅠ.ㅠ
그러던 차에 내가 과외하던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게임을 봤으니.. 이름하여 Elite Beat Agents (한국에서는 리듬히어로라는 제목으로 발매됨)라는 게임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DDR이 닌텐도로 옮겨온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거이거 재미있다.
아는 언니가 일본에 가면서 선물로 무언가 사준다기에 일본 버전으로 부탁을 해봤다. 두번째 버전이 왔는데, 미국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아는 노래는 별로 없는데, 미국 노래보다 리듬이 더욱 재미있는 선곡으로 잘 배치해놓은 것 같다.
한국판도 나온다고 들었는데, 한국노래가 나온다면 따라부르며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오기만 나와라. 사줄테니!!!
지난 주에는 감기로 많이 아파서 여러모로 기분이 다운 되어있었는데, 이번 주에 이런 일 겪고보니 완전히 땅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 도저히 수업을 못 받겠어서 경영학 개론 수업은 과제만 내고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그냥 나왔다.
나온 길에 학교 쉐리프국에 들러서 도난 신고를 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400달러 이하면 경범이라는데, 400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라 이건 경범 수준을 넘는단다. -_-; 혹시라도 잡히면 법정에 세워진다는데... 잡혀도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난 나한테 잘못하는 나쁜 사람이라도 마음 속 깊숙하게 미워하는 스타일은 못되는 것 같다. 근데 겨우 돈 400달러 이상에 중범죄자가 되고 싶을까? 물론 400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말이다.
온라인 뱅킹으로 확인해 보니 구좌도 폐쇄되고, 같은 은행에서 신청해서 사용하는 신용카드도 번호가 다 바뀌어져있다. 당장 현금카드도 없는게 불편했는데 역시 큰 은행은 다르더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는 임시로 30일간 사용할 수 있는 현금카드 서비스도 있었다. 임시번호 등록해두면 새로 나오는 카드 번호도 임시번호와 같은 것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또 뭘 잃어버렸나... 생각을 해봤는데 지난 주에 예매한 내년 공연 티켓을 모조리 다 잃어버렸다는 것이 생각났다. 수첩에 끼워놓았는데... -_-; 아~~ 정말,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쓰게 만들다니! 걸리면 기필코 법정에 세우리라!!!!!!!!!!!!!!!!!! 디즈니홀 박스오피스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공연 날 공연장에서 찾아가면 된단다. 다행이다.
뚜레쥬르 쿠폰이랑 기타 여러 쿠폰이 없어진 것도 생각이 났다. 하나씩 모아서 적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뚜레쥬르는 몇 년간 산 케잌 쿠폰이 두개나 없어졌더라. 서점 적립금이야 서점에 기록이 있으니 상관없겠지만, 선물받았던 서점 gift card랑 스타벅스 gift card도 돈이 조금씩 남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 딴에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며 모았던 적립금 같은 거에 매여있어 인생을 더욱 귀찮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잃어버리면 하나도 그 자리에서 다 사라지는 것들인데 말이다. 무소유가 미덕이라고 하시던 법정 스님의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지향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쨋거나 약오른 상태는 아직 지속 중이고, 이건 최소한 잃어버린 물건 들 중 두 개는 복구를 시켜놔서 손에 쥐고 있어야 기분이 풀릴 것 같... oTL
social dance 수업을 듣고 라커룸에 왔는데, 락이 사라졌다. 열어보니 누군가 내 옷만 남겨두고 가방만 싹 들고 갔... oTL
하필이면 평소에 거의 안가지고 다니는 현금도 좀 있었고, 하필이면 평소에 잘 안가지고 다니는 디카도 있었는데. ㅠ.ㅠ 게다가 하필이면 평소에 잘 안가지고 다니는 다른 적립카드 기타등등도 많았었단 말이다!!!!!!!!! 평소에 늘 가지고 다니는 iPod이나 외장하드랑 USB는 말할 것도 없고.. ㅠ.ㅠ
집에 가서는 일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 직장으로 돌아와 일단 은행구좌랑 신용카드 정지부터 시키고(젠장할 놈의 것, 잃어버린 카드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난 후에 집에 돌아갔다.
무슨 맘인지 전화기랑 차열쇠는 들고 수업하러 갔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해야하나. 차열쇠도 없어졌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싶기도 하지만, 약이 올라 몸살이 날 것만 같다. -_-;
아침에 DMV에 들러 면허증 신청을 다시 하고 은행 두군데에 들러 구좌 정지한 것에 싸인하고 새 구좌 신청하고 늦게 출근을 하면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 돈만 있으면 다시 살 수 있는 디카나 iPod이나 이 모든 게 들어있었던 4년 쓴 코치 가방 따윈, 외장하드에 들어있던 사진이나 과제물 제출했던 것들에 비하면 훨씬 덜 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사진이 거기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이제껏 모아둔 음악이랑 영화같은 건 또 다 어떻게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신분증, 은행, 카드 이런 게 정리되고 보니 역시 제일 아까운 건 늘 가지고 다녔던 우리 alma mater, USC 학생증인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이제껏 무엇을 했는지를 증명하는 물건의 소중함이란 언제라도 다시 살 수 있는 외형적인 것에 비할 바가 아니더라는.
이런 걸 도난당한 것이, 강도 만나서 빼앗기는 거나 차를 잃어버렸다거나 차 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일보다 훨씬 가벼운 사고라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리고 왜 하필 나야?!?!?! 이렇게 소리질러봤자 물건들이 되돌아올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역시 약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이란 원래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못한 상황과 비교하기 보다는 나은 상황에 비교를 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속상해 하지 말고 대범하게 생각하도록 노력해야지(그치만 이런 말 따위 전혀 위로가 안된다.. 아~ 울고 싶어).
오늘의 교훈: 없어질 물건들은 어차피 없어지기 마련이니, 너무 아끼지 말고 열심히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