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주말 이틀 동안 오후 내내 NBC 방송에서 보내주는 올림픽 중계를 봤다.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지만, 미국 방송이니만큼 미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 위주로 방송을 해서...
보고 싶은 경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것 때문에 케이블을 달 수도 없고 말이야.
1)
어제 오늘 수영 경기를 참으로 많이도 봤다.
수영 경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마이클 펠프스라는 선수 하나 때문에 열심히 보고 있다.
조금 전에도 400미터 자유형 계주에 출전하여 2관왕이 되었는데...
준결승 직후 "미국 팀을 깨부수려고 이 곳에 왔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멍청한 프랑스 선수 때문에
굉장히 극적인 승부가 되어버렸다.
"승부엔 절대란 없다"고 슬램덩크의 도감독이 말했듯, 그런 멍청이 같은 발언은 하는 게 아니다.;
0.08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렸는데,
프랑스 선수와 응원단으로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길이 없겠다.
1위로 골인한 기록이 전광판에 뜨는 것을 확인한 펠프스와 동료가 포효하는 모습을 보며
프랑스 선수들은 얼마나 X팔렸을까?? -_-;
내가 다 슬퍼진다. ㅠ_ㅠ
마이클 펠프스 선수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열 아홉의 나이로 금메달 6개, 동메달 하나를 따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경기 직후 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에 맞춰 펠프스의 모습을 담은 광고도 멋있었는데.
그런데 그것보다 더욱 깊이 내 기억속에 그 이름이 새겨졌던 이유는
예선에 참가했던 어느 릴레이 경기 결승 때 다른 팀메이트도 메달을 따야 한다며
결승에 참가할 기회를 다른 선수에게 양보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예선에 참가했던 모든 선수들까지도 금메달을 받는다는 규정이 있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지만,
그가 기회를 양보함으로 어떤 선수는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열 아홉의 나이에 국가 대표로 당당하게 차지한 결승에서의 자리를 양보한 배포와
팀의 동료를 배려하는 훈훈한 마음 때문에 이 녀석 보통이 아니군, 하고 생각했는데
이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8관광이라는 목표가 있단다.
200미터 자유형 경기에 박태환 선수와도 같이 출전하는데,
맘 속 깊은 곳에서부터는 우선적으로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고는 있지만
만약 박 선수가 금메달을 못 딴다면 펠프스 선수가 땄으면 싶다.
근데 펠프스 선수 때문에 박 선수가 못 따게 된다면 참 슬플 것 같다. >.<
2)
중계방송 틈틈이 NBC에서는 참가 선수들과의 인터뷰 장면과 사전 녹화한 인터뷰 클립이 나온다.
조금 전에 400미터 자유형을 끝낸 여자 수영 선수들의 경우에는
Laure Manaubou라는 프랑스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7살의 어린 나이로
거의 반 세기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에 수영에서의 금메달을 선사한 직후
사교계 생활을 전전하다가 이탈리아의 어떤 남자 선수와 연애 행각을 벌여
거의 국가적인 스캔들(!)을 일으키고, 엄격했던 코치와 결별하고 난리를 피우다가
결국은 애인과 헤어지고 프랑스로 돌아왔는데
그 전 애인이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인 이탈리아 수영 선수와
400미터 자유형 경기 결승에 같이 나왔다는 꽤나 극적인 이야기? -_-;;
이번 결승에서는 첫 200미터를 선두로 달리다가 결국은 8명 중 8위로 들어왔다.
자기 관리 잘 못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정말 한 순간인것 같다.
스포츠 선수들 뿐만 아니라 개개인 누구에게도 마찬가지겠지?
3)
우리나라에서는 수영 기대주가 박 선수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수영의 여러 종목 중 준결승이나 결승에 올라오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이 꽤 된다.
100미터 평영은 기타지마라는 선수가 미국의 Hansen이라는 선수의 세계기록을 깨며 우승했다.
그것도 Hansen이 같이 뛰고 있었지만 4위로 마감하던 경기였다.
2004년에도 기타지마에게 져 올림픽 금메달을 못 걸어본 한센 선수는
이번에도 설욕을 못하고 올림픽 커리어를 마감하게 되었단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재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을 못하는 걸까?
선수 육성이라 함은 결국 돈의 문제인가?
스포츠의 발전도가 국가의 네임 브랜드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하여간 돈의 힘은 무섭다.
4)
여자 단체 체조 경기를 봤다.
미국 선수들, 참 잘 하는데 실수가 많다. 뭔가 야무지지가 못한 마무리를 하는 느낌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결승에서 개최국인 중국에 밀리겠다.
잠깐 러시아 선수들의 경기가 나왔는데, 미국 선수들보다 훨씬 야무지고 날렵한 경기를 보여준다.
근데 점수하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소련이 해체되고 난 후의 러시아는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는 건가?
아~~ 올림픽도 개인의 노력과 운, 실력으로 좌우되는 게 아닌 것 같아 어쩐지 슬퍼진다.
난 그래서 개인 기록으로만 순위가 결정되는 스포츠를 보는게 훨씬 즐겁다.
심판 판정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으니 말이다.
골프나 수영, 테니스 같은 스포츠는 정말 깔끔하다.
5)
어제 6시간짜리 싸이클에서 스페인 선수가 우승하는 걸 봤는데,
그 경기 끝나고 아나운서가 하는 말이 올해 스페인 잘 나간단다.
유로 2008 우승, 라파엘 나달의 메이저 우승, 게다가 싸이클까지!! 라면서 흥분했다.
근데 나달이랑 페더러가 올림픽에 나왔단다.
그거 참 볼만 하겠다.
6)
한참 적고 보니, 내가 스포츠 뉴스 보는 걸 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집에 ESPN이 없어 경기를 다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메이저 경기가 열리면 그에 대한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 읽는 편인 것 같다.
스포츠에 미쳐 사는 미국 사람 다 되었나보다. -_-;
그렇지만 라이벌 관계가 확 드러나는 스포츠 경기 소식은 정말 재미있는 걸~
7)
우리나라가 종합 순위에서 아직도 3위다.
좋긴한데, 올림픽이 폐막으로 갈 수록 그 순위가 점점 떨어지는 걸 보는 건 유쾌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