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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도우셨나?

2005. 11. 19. 03:28 | Posted by 헤브니
디즈니 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다녀왔다.

원래는 나를 음악회에 많이 데리고 다녀주셨던 예전의 보스를
처음으로 디즈니 홀에서 초대해 함께 관람하려고 했었는데,
많이 편찮으셔서 땜빵이 필요해져버렸다.

보스가 전화를 안 받으셔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다걸다 지쳐 일터로 전화를 걸어
예전의 동료와도 통화를 하고 보스의 어머니까지 통화를 했는데 결국은 못 가시게 된 것.

어쩔 수 없이 용건을 말해버렸고, 땜빵이 필요해졌으니
내가 땜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예전의 동료 oo에게 먼저 같이 가겠냐고 묻는게 당연한 듯 싶어 제일 먼저 그 쪽에게 물었다.

그 쪽이 안 된다고 하길래 그럼 xx이는? 하고 물었더니,
아차.. xx이도 오늘 저녁에 수업이 있었지.

그랬는데 oo이 물었다.
xx의 오빠 (역시 예전의 동료)랑 같이 가~

그럼 그러지, 뭐. 나한테 전화하라고 그래.
그러고 끊었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완전히 데이트 분위기가 된 것.

당연하잖아.
한 차에 같이 타고 음악회 보러 가고, 꽤 비싼 표였던데다
- 자리 정말 정말 좋았음, 나도 처음 앉아보는 자리 -_- 였을 정도니 -
생각이 제대로 박혔다면 공짜 음악회 보고 밥 정도는 사야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음악회 갈 때만큼은 청바지에서 탈피하는 나,
정장에 무게 잡고 입고 왔기에 더욱 특별한 그 어색한 분위기!!

근데 이 분이, 생각보다 괜찮더란 말씀.

차 탈 때마다 문 열어주고 (그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대화도 꽤 통하고,
클래식도 좋아하고,
미술 전시회도 간단다.
시간 나면 운동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뭐랄까,
예전부터 봐서 알지만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그 분 집이 콘서트 홀로 가는 방향이로 내 집은 정반대 방향이라
그 분 집 앞에서(친구의 집이니까 알지) 만나고 헤어졌는데,
30분 후 쯤에 잘 들어갔냐고 전화까지 왔다는 것.

클래식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했길래
전화로 내가 기회되면 또 초대하겠다고 하니

"다음 번에는 제가 초대해야죠" 라는 예의바른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저녁 먹자는 말에 10시에 저녁 못 먹어요.. (다이어트도 다이어트지만, 과제를 하나 못 끝냈다.. -_-) 라고 하고
다음 기회에 보자고 그러길 잘 한 것 같다.

누가 알겠나.
내 보스가 아팠던게 이 기회를 위해서였는 줄.
다음에 만나서 뭐, 잘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나도 솔로 탈출하고 싶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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