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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한 어려움을 과대포장하지 말자

2008. 8. 21. 16:31 | Posted by 헤브니
너무너무 고된 하루였다.
직장에서 일하는 건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아직 정리된 시스템도, 없는 시스템을 받쳐줄 만한 인력도 없는 직장이다보니
오늘처럼 사람이 많이 초대되는 행사 같은 일을 하려면 죽어나는 셈이다.

일을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을 지나 7개월째인데,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한 행사가 생각보다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 받고 화가 나고 그랬다.

나름대로 프로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함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를 잘 기억 못하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날린답시고
요즘 반해있는 태지 형님의 ti'k ta'k을 볼륨을 잔뜩 높이고 들으며
무슨 일에 화가 났었는지를 곱씹어봤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는. ;;;

집에 와서 윗분들 욕도 실컷 하고, 내가 바보같이 실수했던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하며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겸 티비를 켰다.

미국 여자 팀의 비치 발리볼 올림픽 경기를 보며 잘 한다고 감탄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10킬로미터 open water swimming 경기에 출전한
남아공 출신의 Natalie Du Toit라는 이름의 선수와의 인터뷰 클립을 보게 되었다.

수영 선수인데, 왼쪽 다리가 없었다.

6살 때부터 올림픽 출전을 꿈꿔왔던 수영 선수인데, 차 사고로 다리만 다쳤단다.
얼마나 다쳤는지 부모님이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해야했던 순간에
어머니는 놀라 뛰쳐나가 차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시지를 않았단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 모습이다.
수술 후에는 어머니가 가슴 아래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셨단다.

개막식 때 남아공의 기수 역도 맡았던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보다 1분 22초 늦은 기록으로 들어와 16위로 메달은 따지 못했는데도,
"첫 올림픽인데 실망스럽다, 출발이 좋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올까.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면 슬그머니 부끄러움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불평해왔던 모든 일들 다 합쳐봐야
이 선수가 겪었을 모든 아픔에 한 톨 비교도 되지 않을텐데.

물론 개개인의 상황이란 것은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고
상대적인 일인 것임에 틀림없지만,
내가 열심히 일하며 돈 벌고, 직장에서 화낼 수 있다는 것,
하다못해 밥 세끼 안 굶고 사지육신 멀쩡하다는 것에도 감사하지 못하면
억만금을 가졌다고 해도 행복하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기본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내가 처한 어려움을 과대포장하지 말자.
시련이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찾아오는 법이며,
그 어려움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 할 때마다 한단계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겠지?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오늘 동동거리며 뛰어다녔던 모든 일들이 별 것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을 하는 와중에는 또 그런 게 아니었단 말씀.

성숙한 사회인되기 너무 힘들고, 책임감에 짓눌리는 어른되기 정말 싫다.
이미 사회인이자 어른인 주제에
오늘도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궁시렁대다 지친 나는 잠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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