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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

2006. 12. 15. 18:10 | Posted by 헤브니


이런 말을 쓰기엔 좀 그렇기도 하지만,
얼마 전에 한국에 귀국한 언니가 논문을 부탁해서
한미 FTA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자료를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거, 하면 안될 같은데... 라는 걱정.

하지만 국민들이 철지난 재신임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내쫓지 않는 이상
시동 걸린 FTA 협상이 멈춰질 것 같지는 않다.

감투 쓰고 계신 분들은 너무 높이 올라가있어
밑에서 아우성치는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미국식 스탠더드로 제도를 다 개혁해버리고 나면, 뭐가 좋을까?
결국 미국에 너무 크게 의존하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올해 1300만 명의 관객이 들어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립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다.

원래 기대작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벌써 본 사람들의 평균적으로 "그저 그런데" 또는 "별로야"라는 평을 내렸다.

뭐, 궁금하니 직접 보는 수밖에.

1300만 명의 관객이 봤으니만큼,
철지난 영화에 대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보셨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어 숨겨두겠다.



장마철의 그 축축한 한강.
화학 물질의 오염에서 변종으로 태어난 괴물은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인간을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그 뼈를 토해낸다.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이 모든 소동의 책임을 끝까지 지지 않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를 찾겠다고
힘없는 시민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표본을 채취하고야 마는 미국 의사.
미국을 개입시켜놓고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우리 정부.
지명 수배자로 낙인이 찍혀가면서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을 살리려고 노력하던
최대 약자인 소시민, 평범한 한 가정의 눈물겹고 자기 희생적인 모습.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 떠오린 것이 어째서 한미 FTA였는지 모르겠다.


배부르게 먹고 필요없는 것은 버리는 괴물의 탄생은 외부적인 요인이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그 일을 막지 못한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방치한 결과를 책임져야하는 것도
모두 이 땅에 사는 사람인 것을.

부디 한미 FTA가 가져올 결과가 괴물과 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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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들어낸 그래픽 팀에게 박수.
한강을 유유하게 헤엄치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물살의 모습을 만드는 일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스태프가 방한해서 강의한 내용에 대한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는데,
정말 많이 공들인 것 같다.

양서류인지 어류인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그 많은 인간을 잡아먹고는 나중에 뼈들을 쏟아내버리는 끔찍한 모습의 괴물도 아주 좋았다.

영화 마지막에 괴물과의 사투 장면에서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Sign"에서 나오는 외계인과의 싸움 장면이 떠올랐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되새기는 것.

같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아버지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액션도 아니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냥 즐기기 위한 용도로 보기에는 함축적인 메세지가 너무 심각하고
심각하게 보기에는 또 좀 그렇고...

추천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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