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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야망"

2006. 11. 15. 19:01 | Posted by 헤브니
엄마의 영향 때문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김수현 씨 드라마의 팬이었다.

까마득한 옛날(...)로 기억되던 90년대 초,
뭘 알고 봤는지 모르겠지만 깔깔대고 웃으며 봤던
대발이와 성실이가 나오던 "사랑이 뭐길래"가 가장 오래된 기억이고,
목욕탕 집과 삼남매를 그린 이야기가 우리 친가의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
주말마다 모두 모여 빠지지 않고 봤던 "목욕탕집 남자들"이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의 마지막 생을 통해 가족의 화해를 다룬 "작별"
미국에 오기 마지막으로 보낸 겨울에 봤던 "청춘의 덫"
미국에 온 직후라서 놓쳤지만 최근 인터넷으로 본 "불꽃"
"목욕탕집 남자들"과 비슷한 구조였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내 사랑 누굴까"
집안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 행복하게 살았던 연상연하 부부가
여자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치병으로 인해
결국은 부부의 죽음으로 완성할 수 밖에 없었던 "완전한 사랑"
자폐아인 아들 때문에 불행했던 가정이 이해와 소통을 통해
따뜻함과 사랑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자폐아동의 어머니와 그 친정 식구들의 아름다운 가정의 모습들을 그려낸 "부모님전상서"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 끝난 "사랑과 야망"이 있다.

20년 전에 이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었던 엄마는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큰 기대를 하셨고,
우리 모녀는 작년에 "부모님전상서"가 끝난 후부터 올 1월의 드라마 방영 시작을 기다려왔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전후의 힘들었던 그 시대로부터 시작
1990년대를 배경으로 성공한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마감하기까지
무려 30년 동안 주인공들이 겪은 애환을 그려낸 명작이라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각자 뚜렷한 성격과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성격을 배경으로 갈등 구조를 만들어가는 모습과
또 그 갈등의 요소들을 극복해나가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인생의 많은 면들을 배울 수 있었다.

방앗간집 박 씨 집안의 세 남매 태준, 태수, 선희와 그 각자의 가정의 이야기가 기본 틀이다.

우등생에 장학금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는 태준은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모범생.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의리하나는 끝내주는 진짜 사나이 태수는
싸움박질 때문에 집안 편할 날이 없는 문제아.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선희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외유내강형.
거기에 천사같이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

정치학도에서 기업인으로 진로를 바꿔 결국은 대기업의 회장자리에까지 오르는 태준은
힘들었지만 목표를 가질 수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매진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어쩌면 지금보다는 훨씬 희망적이었던 시절의 성공 신화를 그렸다.



그러나 그가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미자와의 결혼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미자는 영화배우로 성공하지만 태준을 잊기 위해 영화감독과의 결혼을 강행하나
그 결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의 급사로 막을 내리고만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태준과의 결혼 후 잠시 안정을 되찾는 듯 하지만
배우로서의 화려한 시절의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내조 없이도 잘 나가는 남편에 대한 질투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로 인해 초라해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결국은 이혼을 하지만
그 뒤에 태어난 아들 때문에 결국 재결합을 함에도 불구하고
알콜중독과 조울증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정신차리고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잘 나가는 건설 회사를 일궈내기까지
'싸나이' 태수는 한결같은 성실함과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아는 포용력과 의리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박했던 젊은 시절의 실수로 인해 자신을 따라다녔던 정자를 임신시키게 되어
원하지 않는 결혼에 속박당해 정말로 사랑하는 은환과 눈물의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첫 결혼은 결국 실패하나, 은환과의 우연한 재회가 재혼까지 이어져 평생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두번째 부인은 첫부인이 남기고 간 두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워내지만
그 간에 힘든 일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에서 가정에서 한 몫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선희는
미용 기술을 배워 일본에 유학, 귀국 후에 미용실을 열어 사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오빠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홍조와 결혼하여 행복한 결혼 생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빠의 부인이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사실 때문에,
또 그 첫사랑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정신과 의사로서,
고향 친구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속 관여하게 되는 모습에 상처받지만,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60회로 시작했다가 81회까지 한 번 연장된 이 장편 드라마의 끝이 재미있다.

태수의 큰 아들이 아버지의 전철을 반복한 것.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를 임신시켜서 결혼을 하지만
결국은 그 여자와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아들 하나를 둔 후에 이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태준은 미자의 조울증이 평생 치유될 수 없을 것임을 깨닫고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끊임없이 이해하고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결국 '아버지'를 부르며 우울증에 빠져 울음을 터트리는 미자의 모습에서 끝이 났다.

그래, 결국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들, 그리고 새로이 생겨나는 문제들.
어떤 것은 풀기 위해 노력해야할 숙제이지만
어떤 것은 계속해서 내가 가지고 가야 할 짐이 될 수 있는 것이리라.

가장 기억에 남던 장면이 두 장면이 있는데,
첫번째는 벽돌 공장을 시작하면서 장마철을 생각못해
내리는 비와 씻겨내려가는 모래를 보며 자괴감에 빠진 태수에게
대기업의 잘 나가는 최연소 이사 자리에 이미 오른 형 태준이 처음으로 들러보는 장면이었다.
"창피하게 형이 뭐하러 여기까지 왔냐"는 태수에게
"나는 월급쟁이 신분이지만 너는 네 사업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네가 잘 커서 나 같은 월급쟁이 데려다가 쓰면 되는 거야"라는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하던 형.

벽돌 사업 잘 정한 거라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정말이지 훌쩍들렀다가 돌아가던 형의 모습과
그 형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굳은 의지를 다지던 동생의 모습은
수많은 대사가 전달하지 못할 형제만의 무언가를 전달해줬다.

두번째는 역시 형제의 모습이었는데,
오일쇼크 후에 5년여간 해외 업무를 보고 들어온 형이 동생의 아파트 건축 현장에 들르자
"어떻수? 이만하면 내 밑에 와서 사장 할라우?"라고 동생이 형에게 묻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묻는 동생에게 형이 웃으며 한 대답은 "아직 회사가 작아서 안되겠다"였다.

그 직후에, 동생은 형의 조언대로 중동에 진출하여 외화벌이에 일조하였고
국내에서는 맨손으로 은행에 넘길 뻔한 아파트 건축/분양 또한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

결국 두 형제 모두 자기가 몸담은 회사의 회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컸던 듯 하지만
집안에서 회장을 둘 씩이나 키워낸 어머니의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들의 사진을 찾아봤으나, 드라마 캡처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올라오는가부다.
없다.. ;;

태준 역의 조민기 씨, 태수 역의 이훈 씨, 선희 역의 이유리 씨,
연기력 논란을 걷어내지 않았나 싶은 태준의 부인, 영화배우 김미자 역을 소화한 한고은 씨,
태수의 첫번째 부인 정자 역의 추상미 씨, 평생의 사랑 은환 역의 이민영 씨,
어머니 역에 정애리 씨,
어머니와 20년이 넘게 장사 해서 집안을 일구는데 도와준 남이지만
피붙이보다도 더 귀한 집안의 어른이 되어 준 파주댁 역의 이경실 씨,
전쟁 통에 정신이 나가 미쳤었지만 어머니와 파주댁이 거두어 주어
집안의 한 귀퉁이로 언니 노릇하게 된 명자/아키코 역의 김나운 씨,
미자가 영화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평생토록 친정 역할을 해준
신여성 사업가 혜영과 디자이너 혜주 자매 역의 하유미 씨와 이승연 씨,
태수의 친구로 고생하던 젊은 시절부터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윤기원 씨.



모두모두 정말 대단한 드라마 만들어 주셨습니다.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써주신 김수현 선생님은 물론,
곽영범 PD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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