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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차남"

2006. 9. 24. 17:00 | Posted by 헤브니
상당히 늦은 뒷북인 듯 싶지만,
이틀간 아야세 하루카와 야마다 타카유키 주연의 일본 드라마 <백야행>을 끝내고,
야마다 타카유키의 또다른 작품인 영화 "전차남"을 봤다.

스토리를 한 줄로 얘기하자면 '오타쿠의 사랑 쟁취기'이다.
여기 여자친구도 한 번 없이 애니메이션에만 푹 빠진 정말 볼품없는 외모의 한 남자가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길가에서 샘플 화장품을 나눠주던 알바 아가씨가
물건을 주려다가 아까워서 뺏을 정도다.

그런 그가 전차에서 한 여인에게 반한다.
때마침 취객이 그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올린 우리의 전차남, 용기를 내어 취객으로부터 그녀를 구해내고
감사를 표시한 그녀와의 계속되는 만남 끝에
결국 이 소심남은 사랑을 쟁취하게 된다.. 는 이야기였다.

써놓고 보니 스포일러인데, 이 정도 얘기는 꼭 얘기하지 않아도
영화 시작 15분만 되어도 결론이 나오니까, 뭐.

관심없던 것들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계기는 관심을 갖게 된 멋진 상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으로 소개팅 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온갖 미사여구로 칭찬 일색이었던 상대쪽 남자 이야기를 1년 전부터 듣고 있었던 터라 궁금해서 승낙했다.

주선해주는 언니가 여성스러운(?) 옷 사러 나가자고 그랬다.
쇼핑의 결과로 들고 온 건 내 의지로는 절대로 고르지 않았을 무려 100달러 짜리(!) 드레스였다.
이런 옷 처음 사봤다.

"전차남" 보다가 한 장면에서 허걱, 해버렸다.
전차남이 첫 데이트를 위해 "탈 오타쿠"를 모토로 내걸고 준비를 위해 나간다.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머리하고, 안경빼고 콘택트 렌즈로 바꾸고, 깔끔한 옷 사고,
만날 장소에 미리 가서 음식 시켜 먹고 분위기 익히는 예행 연습을 하던
바로 그 장면.

사정이 생겨 예정되었던 소개팅은 미뤄졌지만,
"전차남"을 보면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되었던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 같다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정보도 찾고,
다음에 만날 시간이 기다려지고 설레어지고,
그 기쁨이 언젠가 깨어질까 불안하고.

연애의 기초에 충실한 참으로 단순한 스토리였는데도 상당히 참신하게 느껴졌다.
기초는 역시 중요한 거다.

"강추"의 레벨은 아니더라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덧 하나.
야마다 타카유키의 이력에서 빠지지 않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소설이 재미없었던 관계로 패스하기로 했다.
백혈병으로 죽는 여주인공의 스토리는 식상해.
원조인 "러브스토리"면 충분하단 말이다.

덧 둘.
"메종 드 히미코" 봤다. 이제부터 오다기리 죠에 올인. 나중에 감상 올리겠음.
기무타쿠는 버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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