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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7. 5. 18:54 | Posted by 헤브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여배우 메릴 스트립과
똘똘함이 넘쳐나는 앤 해더웨이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봤다.



베스트셀러였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기본 줄거리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촌스러운 앤 해더웨이가
최고의 패션 잡지 책임자인 메릴 스트립의 비서 겸 심부름꾼으로 채용되면서 겪게 되는
사회 초년생의 눈물겨운 서바이벌 스토리다.

메릴 스트립의 외형적 변신이 아주 놀랍다(!).
헤어 스타일도 놀랍지만, 역시 최고의 패션 잡지 편집장인 만큼
셀수도 없이 많은 옷과 구두와 가방을 바꿔가며 나오는데,
보고있자면 부러워서 한숨이 나온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역시 훌륭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그녀의 얼굴 표정만으로도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벌벌 떠는 유명 편집장이라
말투와 태도 모두가 거만해서 상대하기 아주 재수없는 보스형을 너무나도 멋지게 연기해냈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사회 초년생의 앤 해더웨이도
처음에는 한숨이 나올 만큼 형편없는 감각으로 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에 의해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데, 아주 멋지다. 부럽다.
물론 예의 똘똘한 모습으로 딱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주연급은 물론 비중있는 조연급 연기자들의 호연과
카메오로 나와주는 지젤 번천과 하이디 클룸 같은 탑 모델들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보너스 눈요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세 가지 설정적 결함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렸다.

첫째로, 소설의 작가 자신이 잡지 보그의 악명높은 편집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아마존에 올라온 소설평을 봐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약간 무리가 있는 설정인 것은
앤 해더웨이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곳은 뉴요커 (The New Yorker) 매거진이지 패션 매거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편집장 비서로 일하면서 인맥을 쌓아 좋은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인데,
약간 번지수가 틀린 게 아닌가 싶다.

뉴요커는 재능과 위트가 넘치고 넘치는 작가들의 단편들을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지 않고 싣는데,
가끔은 너무 sarcastic 그 자체인 글이라 까다롭기도 하고.. ;;
1년 구독을 해서, 매주 받아보고는 있지만 다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래서인지 몰라도 뉴요커 출신들의 작가들이 명성있는 작가들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글도 일년에 여러번 심심치 않게 실리곤 한다.
일본 출신의 작가의 글이 영어로 번역되어 이 정도로 명성이 있는 잡지에 실리다니 부러운 일이다.

어쨌거나, 원하는 분야가 전혀 다른데
아무리 영향력 있는 편집장 밑에서 일한다고 해도 이건 무리가 있는 설정이라고 본다.

둘째로, 똘똘하기 짝이 없는 주인공이 원하던 좋은 기회라는 것도,
결국은 보스의 심부름을 하다가 만난 유명 작가가 주인공에게 사적인/성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게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아주 에러가 되어버렸다.

앤이 중요한 정보라고 얻게 된 일도 하필이면
남자 친구와는 싸워서 약간 휴식기를 가지기로 한 후에
그 작가라는 작자와 하룻밤을 지내고 나서 그를 통해 알게 된 것이고 보면,
그리 큰 인맥도 못 만든 거 아닌가.


셋째로, 주인공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

메릴 스트립은 두 명의 비서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앤 해더웨이가 인정을 받으면서, 수석 비서로 일하고 있던 여자보다 인정을 받게 된다.
잘 했기 때문에 수석을 밀어낸 셈이 된 것인데,
앤 해더웨이는 그것에 대해 너무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앤을 보며 메릴 스트립은 냉소를 지을 뿐이지만 말이다.

너, 뉴욕에서 일하고 싶다며?!! ...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설정에서 발견된 결함을 그렇다고 쳐도,
약간 또는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기야 하겠지만
주인공이 하는 일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자세하게 나온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인지 화면으로 보고 있기에는 꽤 즐거운 영화가 만들어진 듯 싶다.

그렇다면, 영화의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
사회 초년병이고 보면 말이다.

보통보다는 조금 나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