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생각나서 러시아 음악을 듣기로 했다. 에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라이브 앨범 뒤에 마침 보칼리즈 편곡을 앙코르 연주한 것도 들어있어서 집어들고 나왔다. 얼마 전에 열린 학생연주회 때 협주곡 2번을 들었는데, 연주 전 연습하는 모습을 오며가며 구경하다 '삘 받아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히터 님 연주로 열심히 듣긴 했지만 3번은 그리고보니 정말 오랜만에 집었네, 싶었다. 사실 3번은 내 첫사랑이니까.
중학교 1학년이었나 2학년이었나... 동숭아트센터에서 본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이 왕립음악학교 졸업 연주회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후 정신분열증으로 쓰러졌을 때 연주했던 바로 그 곡이었다. 이전까지는 클래식 음악은 아빠가 들으라 하셔서 들었고,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점같은 것도 알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 연주되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너무도 좋아하게 된 것이 클래식을 열심히 듣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은 당연히 호로비츠의 연주였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연주는 소니에서 나온 아르카디 볼로도스의 실황앨범이다. 라이브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녹음상태와 박진감 넘치는 연주가 정말 '짱'인데.
그에 비해 오늘 고른 키신의 연주는 더 서정적인 느낌이랄까. 일단 연주가 느리다. 1악장을 18분 대로 주파하는데, 난 처음에 그게 그렇게도 싫었더랬다. 일단 느린 연주는 싫어!가 한동안 모토였는데.. 호로비츠 할아버지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무려 18분대로 연주하는 걸 듣고 식겁 해버려 박진감 넘치는 빠른 연주가 능사가 아니라고 반성하게 되었지만. -.-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키신의 연주를 들어보니 느려서 싫기만했던 그의 연주가 이렇게도 심금을 울리는 연주였는지 새삼스러워진다. 생각난김에 풍월당 가서 교향곡 파일도 몇개 다운받아서 아침부터 오늘은 하루 종일 라흐마니노프와 함께다. 꽤 행복한 하루네. 근데 들을 수록 눈이 더욱 더 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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