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작 "오만과 편견"을 봤다.
워낙에 원작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이라는 사실에, 드디어 그의 작품을 보게 되는 구나! 싶었다.
이제까지는 비비안 리와 결혼했던 인물이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옛날 영화답게 크레딧이 먼저 나오는데, 세상에나!
로렌스 올리비에가 이렇게 느끼하게 잘 생긴 사람이었어!!!!!!!!!!!!!
...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기본적인 내용은 원작과 같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가 40년대라서 그런지 여러 면에서 각색이 달랐다.
우선 두 주인공들의 행동이 여러모로 가벼워보였다.
원작에서라면 다아시의 신경을 여러모로 긁은 엘리자베스의 태도가
결코 가벼워보이는 말투나 행동에서 비롯되는 느낌은 없었는데
40년대의 각색은 거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원작 그대로 넣기는 했는데,
분위기가 영 안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엘리자베스는 너무 건방지게 그려졌고, 다아시는 너무 적극적으로 그려졌는데,
그 둘의 행동이 모두 진지하지가 않아 보여서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여동생인 리디아와 키티의 철없는 행동들로 인해 스스로 부끄러운 나머지
다아시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장면 같은 것도 너무 무리하게 들어갔다는 생각이고.
콜린스 씨에게서 도망쳐오는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도움으로 콜린스 씨를 따돌리고
다아시로부터 활 쏘기를 배우던 장면도 전혀 필요없었다.
원작에도 나오지 않는 장면이라고!!
게다가 캐롤라인 빙글리는 엘리자베스를 헐뜯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캐릭터처럼 설정되어 있었다.
마지막에 게다가 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가 엘리자베스의 진심을 떠보기 위해 왔다는 설정은
원작에서 비껴나가도 너무 많이 비껴나간 거 아니냐고!!!!
원래는 엘리자베스에게 다아시와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하러 왔던 건데 말이다.
그 장면을 영화에서는 다아시와 엮어주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여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해주기까지 하는 장면으로 바꾸어버렸으니.
영화 마지막에는 이 장면 바로 뒤에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데, 허걱.
내가 이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스킨쉽 장면 하나 없이도
가슴 엄청 두근거리게 써놨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_-;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이건 사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아니지... ㅠ.ㅠ
의상도 제인 오스틴 시대의 의상이라고 보기에는
BBC 드라마나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했던 최근작과 차이가 많이 나게 화려하다는 느낌.
하여간 전체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이 시대의 할리우드는 할리우드가 추구한 감성코드로 모든 원작을 바꿔버려
원작과 전혀 다른, 할리우드화 되어머린 작품을 만들어내던 시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로렌스 올리비에라는 배우 한 명 때문에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거야 멋있어도 너무 멋있잖아.
비비안 리와 결혼할 만큼 멋있었고, 또 그녀를 버릴 만큼 잘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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