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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Other Boleyn Girl

2008. 6. 24. 03:06 | Posted by 헤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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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헨리 8세와 그의 여섯 아내들이라는 소재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소재이다.

 

아무리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왕정시대라고는 해도

권력의 강화를 위한 정략결혼이 태반이었던 시대에 정식 결혼만 6번을 올렸다는 사실은

20세기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자유의지로 7번이나 결혼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신기한 일이다. ;;

 

필리파 그레고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천년의 스캔들> (원제: The Other Boleyn Girl)

요즘 HBO에서 제작해 만든 드라마 <The Tudors>와 그 맥을 같이한다.

 

형수였고, 그 자신에게는 첫 부인인 아라곤의 캐서린에게서
후계자가 될 아들을 얻지 못한 헨리 8세는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맘에 드는 여자 앤 볼린과의 결혼을 감행하는데,

전통적으로 교황권과 친밀한 아라곤의 캐서린은 이에 반발하고,

교황의 허락 없는 이혼을 할 수 없었던 헨리는 결국 무리하게 교황과 결별,

Church of England를 만들어 스스로 교회의 수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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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헨리는 결국 앤에게서 고대하던 아들을 얻지 못하고,

그 결과로 왕의 관심과 사랑을 잃은 앤은 파국을 맞는다.

 

이 사이에 들어가는 주인공이 매리 볼린이다.

야심찬 볼린 가의 남자들에 의해 왕에게 바쳐졌고,

헨리 8세가 그토록 고대하던 아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낳은 그 순간에 앤의 조종에 의해 왕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은 여자.

그렇지만 앤과 가문을 위해 끝까지 헌신적이었던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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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에 대해 하나도 궁금한 것 없는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캐스팅 때문이었는데

헨리 8세를 연기한 <트로이>의 에릭 바나, 앤 볼린을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매리 볼린을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모두 괜찮은 캐스팅이었던 듯.

볼린 가의 남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위하여 딸들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도

그들에게 대항하여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던 위치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역으로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까지 출연하였으니 말이다.

 


 

헨리 8세 역의 에릭 바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 때 와는 완전히 다르게,
한 때 사랑했고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여인을 죽이라 명할 만큼 냉정한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체격이 있으니만큼 복장도 잘 어울렸고.


언니를 불행하게 만들면서까지도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려던

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의 야심차고 교활한 표정도 멋있었다.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왕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대담한 발언과 대찬 행동을 보이지만,

왕에게 약속했던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아 왕비이면서도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던 모습,

왕의 사랑을 잃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두려워 어떻게 해서든 임신을 하기 위해

친동생에게 자신을 임신 시켜달라고 말할 만큼 
자신 스스로가 키운 권력욕에 희생당하는 캐릭터라니. 매력적이다.

유폐되어있던 탑에서 나와 목이 잘려나가는 장면에서는 겁에 질려 있었던 모습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많이 넓힐 수 있었던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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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던 것은 스칼렛 요한슨이었는데,

동생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동생과 가문을 향해 끝까지 배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칼렛은 화보나 일상생활에서 보여줬던 도회적인 모습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착한 역할에도 꽤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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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엘리자베스에게 헨리가 찾아와 Where is she?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가라 명한 뒤
 엘리자베스가 헨리가 앤을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왕에게 되묻는다.  


Which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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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왕이었던 한 남자를 놓고 얽힐 수 밖에 없었을 만큼

권력을 향한 가문 간의 싸움이 치열했던 시대.

왕의 총애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위치의 여성들에게
왕을 향한 사랑과 권력욕은 모래 위의 성과도 같았던 것이 아닐까.

더구나 정략결혼도 아니었던 헨리 8세와의 결혼은
왕이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후계자를 낳지 못하면 끝날 관계였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 볼린과 헨리 8세의 결혼은
영국 역사에 길이 남을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탄생시켰으니 앞날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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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에 매리 볼린은 왕명을 거역하고 성으로 들어와
어머니가 안고 있던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나가 자신의 손으로 키운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구애해왔던 평범한 남자 Stafford와 결혼하여
행복한 여생을 마쳤던 것으로 그려진다.

 

안되겠다.
오늘 집에 가면 케이트 블랑쳇이 연기한 영화 <Elizabeth>를 다시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