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제곡으로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불렀던 Amigos para siempre의 공연 장면이 텔레비전에서 방송되었을 때였다. 스페인어, 영어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밝고 활기찬 멜로디와 간들어지게 느껴졌던 가늘고 고음이었던 여성의 목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일이 흐른 후에야 그 곡의 작곡가가 그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이고, 그 곡을 부른 여성이 사라 브라이트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온 후,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시립 도서관에 가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책도 책이었지만 고등학생이 매번 사기엔 꽤나 부담되는 금액의 음반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무려 3주일 동안은 대여까지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Time to Say Good-bye>, <Eden>, <La Luna> 과 같은 앨범 등은 내가 보고 싶어했던 그녀의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 외에 다른 음악적 갈증을 해소해줬던 앨범들이었다.
음반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녀가 드디어 LA에 왔다!! 소식을 듣자마자 직장 동료 둘과 함께 예매를 하고 기다려왔던 그녀의 콘서트.. ㅠ.ㅠ 그 중 한 명이 갑자기 공연을 못 간다고 해서 남는 티켓을 처리하느라 꽤나 신경질적인 오후를 보내야 했지만... 한마디로 정말 돈 안 아까운 공연이었다.
Inglewood에 위치한 Forum이라는 공연장에는 처음 가봤는데, 들어가보니 공연장이라기 보다는 경기장에 가까운데다 좀 허접해보이는 T형 무대를 보고, 이거 공연 별로인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니깐 오케스트라가 없는 거다. 설마 테이프 반주????? 라고 생각했는데, 강렬한 붉은 조명과 함께 무대를 시작한 사라 브라이트만의 폭발력 넘치는 노래와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던 스크린에 디지털 화면으로 곡과 테마에 맞춘 영상들이 쏘아지기 시작하자 공연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다. 관현악 반주는 녹음된 것을 틀었지만 8인조 이상의 밴드와 키보드가 아주 제대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그리고 테마에 맞게 공연 내내 옷을 일곱 번 정도 갈아입으신 사라 씨. 의상도 아주 멋있었음.
<Harem> 앨범 이후에 새 앨범을 열심히 챙겨듣지 않아 모르는 곡도 꽤 많이 나왔지만, 일단 히트곡들은 거의 다 부른 셈이니... 네번짹 곡으로 나온 "Nella fantasia" 이건 부를 거라 생각했었지만, 아직도 좋아하는 <Eden>의 수록곡 중 "Anytime Anywhere"를 부를 줄은 몰랐는데, 이거 불러줘서 완전히 감격해버렸다. ㅠ.ㅠ 그 유명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가사가 원래 있었나? -_-; 이건 부르고 "Nessun Dorma"는 안 부르다니!! 원래 테너가 불러야 하는 곡이지만 <Eden> 때 이걸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팝과 오페라를 넘나드는 음역과 창법, 이걸 팝페라라고 하는 건가.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코러스도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수록 깨달아버렸다는 거. 이 언니, 코러스가 필요없는 가창력을 가지고 있었다. oTL
2부 순서를 시작하고 두번째 곡으로 공전의 히트곡이랄까, 지금의 사라 브라이트만을 이야기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주제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듀엣으로 불렀는데, 마지막 부분에 유령이 "Sing for me my angel" 이라고 말할 때 고음으로 소리 내지르는 걸 아직도 그 음역 그대로 부르시더라는. 약간 째지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목소리가 가는 분이라... 으아아아 소름끼쳐 버렸다. 최근에 발매된 크리스마스 앨범 <A Winter Symphony>에 수록된 곡 중 "Ave Maria"를 부를 때는 녹음 작업도 함께 한 페르난도 리마라는 가수라 함께 했다. 이거 한 곡 부르려고 투어를 같이 다니나보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어쨌거나 원곡을 같이 부른 가수가 함께 하니 더욱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즐기며 <Time to Say Good-bye>의 솔로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나 완전히 감격해버린 순간이었다. 소원 풀었네.. ㅠ.ㅠ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옷을 또 갈아입고 재등장한 사라 씨, 앙코르로 두 곡이나 불러줬다. 우~~ 좋아.
1부와 2부 합해서 거의 스무 곡은 소화를 한 것 같다. 처음에 세다가 나중에는 그냥 세는 것도 잊고 공연을 봐서리... 무대 연출, 영상, 음향, 의상과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8명의 여성 댄서들의 무용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아~~ 정말이지 너무나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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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I
- Sanvean Instrumental
- Gothica / Fleurs Du Mal
- Symphony
- Let It Rain
- Interlude:Forbidden Colours Instrumental
- What A Wonderful World
- Dust In The Wind
- Nella Fantasia
- Hijo De La Luna
- La Luna
- Interlude: Saranbande Instrumental
- Anytime, Anywhere
- Storia D´Amore
- Canto Della Terra with Alessandro Safina(Mexico) / Mario Frangoulis (US/Canada)
- Attessa
There is a 20 minute intermission.
Act II
- You Take My Breath Away
- Phantom Of The Opera with Alessandro Safina(Mexico) / Mario Frangoulis (US/Canada)
- Sarai Qui with Alessandro Safina (Only performed during Mexican Dates)
- I've Been This Way Before
- Interlude: Red Riding Hood Rap
- First Of May
- I believe In Father Christmas
- Ave Maria with Fernando Lima (Performed during some US/Canada Dates)
- Pasion with Fernando Lima (Only performed during Mexican Dates)
- Time To Say Goodbye
- Encore: Deliver me
- Encore: 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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