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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요요마 할리웃 보울 공연.

2005. 8. 10. 17:28 | Posted by 헤브니
실크 로드 앙상블인가.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2년 즈음에 나왔던 앨범이 있었다.
당시에 요요마의 "Appalachian Journey"를 듣고 별로 큰 감흥을 받지 않아서, 다른 프로젝트라는 이야기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올해 새로 나온 The Silk Road Journey는 그 실크 로드 앙상블 프로젝트의 2집인 셈인것 같은데, 이 앨범에도 역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작년 말에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반을 편곡한 앨범의 프로모션 차 울 학교에서 공연을 가졌을 때도 갔었고, 앨범도 꽤나 비싸게 주고 사서 들었는데, 이것도 역시 맘에 별로 안 들어서.. ㅠ.ㅠ

공연이 괜찮기는 했지만, 2%가 부족했다고 할까.
음악만으로 영혼을 울리기에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부족한 걸까.

하여튼, 요요마가 여러 장르의 다양한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Obrigado Brazil" 이후에 맘에 드는 게 없는데다, 워낙 다작을 하시는 분이다보니 따라가기가 힘들어 그 동안 요요마의 앨범들을 좀 멀리 해왔다.

그런 그가 사흘 전인 8월 7일에 할리웃 보울에서 공연을 가졌다.

홍보실 멤버들은 보통 공연 한 시간 전에 모여 일을 해야하는데, 이 분은 워낙 거물이다보니 무려 세 시간 전부터 모여야했다. 결국 처음 한 시간은 서서 낭비해야했지만.

초대 손님 명단만해도 쟁쟁했다.


앨범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요요마 씨의 공연은, 가보면 (두번 가봤지만... ;;) 항상 기분이 좋다. 아마도 그 분의 겸손한 태도에 그 까닭이 있는 것 같다.

실크 로드 앙상블이 아무리 프로젝트라고는 해도,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요요마 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프로젝트 구성원 중에서 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첫 인사를 제외하고는 혼자 나서는 법이 없다. 이 날도, 같이 참가한 작곡자나 중심 연주자들이 곡 설명을 하게 하면서 진행을 해나갔는데, 그 모습이 참 멋지다고 할까.

The Silk Road Journey라고 이름 붙여진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걸맞게, 악기 구성부터가 독특했다. 우리 나라의 장구같은 타악기부터 트럼펫, 4종류의 현악기 등. 지극히 동양적인 멜로디의 토속적인 향기와 절묘하게 결합시킨 서양 악기들이라니. 가히 실크로드라 명명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공연 전반부는 거의가 즉흥 연주였다. 타악기를 중심으로 하고 현악기는 중심을 잡아주는 보조적인 역할이기에, 무대 위에서 타악기 연주자들이 현악기 연주자들보다 앞에 앉아 연주를 했는데, 물론 요요마 씨도 뒤에 서서 연주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리듬, 아주 좋았다.

후반부에 들어와서는, 집시 음악이 참 좋았다.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집시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들은 것 같은 그 음악, 정말 좋았다.

설마했는데, 앵콜을 세 곡이나 준비해왔더라.
그리고, 앵콜이 더 좋았다. 와우...
이거 라이브 앨범으로 좀 만들어주면 안되나...

이 날 공연에서 연주한 곡들이 모두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기를 바란다. 한 장 사고 싶어져버렸다.

내가 일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봐도, 이 할리웃 보울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도심 한 가운데의 산 숲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정말 할리웃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 뿐만이 아니고, 여름 12주 동안 주 6회 공연이 열리는데 그 공연들이 클래식 뿐만이 아니라 재즈나 연극, 무용에 민속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 엘에이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오시길.

올 해 새로 고용한 조명 담당자가 아주 환상적인 조명을 연출해주고 있다. 올 여름에 일하는 것 빼도고 공연 간 것만 세어봐도 대략 열 번의 공연에 다녀온 것 같은데, 매일 다르다.
불꽃놀이 하는 날은 더욱 좋고...

<음악> 차이코프스키 Spectacular.

2005. 7. 23. 17:13 | Posted by 헤브니
매년 여름에 할리웃 보울에서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으로만 꾸미는 이틀 간의 공연이 있는데, 그날에 꼭 연주하는 곡이 "1812년 서곡"이다.

이 곡 중간에 나와야 하는 대포 소리에 맞춰, 불꽃놀이를 하는데, 멋지다.

10년 전에 처음 미국 관광을 왔을 때, 이모와 둘이서 이 "The Tchaikovsky Spectacular with Fireworks"를 본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들었던 곡은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협연자가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해보니, 그 때는 영어도 잘 모르고 클래식도 그냥 피아노 배우는 것만 알던 때였던걸.

오늘, 딱 10년 만에 같은 공연을 보았다.

올해는 피아노 대신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했는데, 협연자는 제니퍼 고 씨.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고 들은 것 같은데, 1994년도 차이코프스키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지휘자가 소개할 때, "차이코프스키가 쓴 악보 그대로, 음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연주할 사람"이라고 하면서 칭찬을 거듭했던데다, 무대에 나와서 서는 자신감 넘쳐보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1악장 중간에 3번, 1악장이 끝나고 기립 박수를 받았다.

내가 연주해본 곡이 아니라서(.....)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듣기에는 정말 음 하나도 안 빼먹는 것 같았다. 이야~ 정말 잘 켜네. 음을 잡는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감정 조절이랄까 소리 조절이랄까, 하여튼 소리의 대비가 굉장히 명확하게 들리는 연주였다. 야외 무대에서도 이렇게 잘 들리다니. 물론 바이올린 협주곡이니 오케스트라에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 전혀 없을 수야 없었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여러 연주자가 연주한 레코딩을 여러번 들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들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새삼스럽게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작곡하고 초연하는데, 당시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이해가 갔다.

거참, 듣는 사람이 연주하는 거 보고 들으면서도 연주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연주하는 연주자는 얼마나 피를 말릴까.

3악장까지, 곡 전체가 끝나고는 꽤 많은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기분,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늘은 지휘자가 굉장히 유머러스했다. Bramwell Tovey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곡 시작 전에 농담을 섞어가며 아주 재미있게 일화들과 곡 설명을 해주었는데, 많이 웃었다. 화요일의 제프리 테이트와는 아주 달랐다... ;;

"에프게니 오네긴"에서 나오는 폴로네이즈 두 곡 후에, 하이라이트인 "1812년 서곡"을 연주했다. 울 학교 marching 밴드가 찬조 출연을 한다고 하니, USC 출신들의 "Yeah!!"라는 환호성과 라이벌인 UCLA 출신들의 "Boo~" 라는 야유로 난리도 아니었다. 하하..

대포소리에 맞춘 불꽃놀이, 멋있었다.
불꽃놀이 할 때마다, 장비 곳곳에 신경 쓴 티가 무척 많이 난다

요 며칠은 너무 더웠는데, 더운 하루의 날씨를 말끔히 잊게 해줄만큼 정말이지 날씨까지도 시원하고도 완벽하게 맞춰준, 아주 즐거운 음악회였다.
할리웃 보울의 화요일 시리즈는 클래식이다.

7월 19일 화요일의 출연진은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였고, 연주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7번이었다.

베토벤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나만 썼나? 번호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길 샤함도 제프리 테이트도, 내가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꽤 자주 나오는 사람들이다. 프로필은 잘 모르지만, 자주 접할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갔다.

내 실력에 공연 평을 쓰는 건 무리다.
듣는 귀를 더 키워야하는 점을 알고 있기에, 평을 쓰고 싶지는 않고, 그냥 감상만 좀 적자면, 협주곡도 교향곡도 듣기에 편안했다는 거다.

길 샤함은, 연주 중간중간에 아주 장난스러운 미소를 잘 지어보였다. 아마도 까다로운 부분을 무사하게 넘길 때마다 그러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길 샤함이 들고있는 바이올린이 그에게 너무 작아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잘해서 그런가?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아마도 연주자는 만족할만한 연주를 해냈다고 느낀 것 같았다.

나도 듣고 있기에 참 편안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근데 솔직히 너무 길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보다 길었던 것 같은...

교향곡 7번은, 솔직히 5, 6, 9번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아서 잘 몰랐다. 2악장을 들었을 때에야, '아, 이거구나'라고 조금이나마 기억이 난 셈.

공부를 좀 하고 갈 걸. 아는 만큼만 느낀다는데, 예습에서 죽을 쑨 거네.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오늘은 레너드 슬랫킨이나 존 마우체리처럼 공연 전에 약간 설명을 곁들여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제프리 테이트는 레너드 슬랫킨이나 존 마우체리같은 유머 감각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얼굴도 굉장히 진지해보였고... 목요일에 하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못 들으러 가는게 좀 아쉽다. 이 스타일로 지휘하는 라벨의 곡이라면 좀 안 어울릴 것도 같지만.


클래식을 들으면 들을 수록, 뭔가 자꾸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즐기면서, "이 사람 좋아, 저 사람 별로야" 이 정도였는데, 왜 맘에 들었는지 스스로 정리를 해보려고 하면 꽉 막힌다. 아~ 나는 점점 논리적인 사고가 결여되는 게 아닐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만 같아 한숨만 푹푹 나온다.

<음악> 재즈의 선율, 그 세계에 풍덩 빠지다..

2005. 7. 14. 17:40 | Posted by 헤브니
꽤나 거창한 제목으로 시작하지만 별 얘기는 아니다.

이번 주 할리웃 보울의 주제는 "조지 거쉰 페스티벌"이다.
오늘 인턴 일 하러 할리웃 보울에 갔었는데, 오늘 공연은 빌 샬랍 씨가 그의 트리오(Bill Charlap Trio)와 초청된 가수들을 이끌고 조지 거쉰의 곡들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거쉰의 영화 음악만!

목요일에는 피아노 협주곡이 예정되어있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포기와 베스"가 일부 공연될 예정이다. 두 공연 모두 스태프 티켓을 구해놨기 때문에 올해 거쉰 공연은 다 가는 셈. 끼끼끼.. 신나라.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기 때문에 1부 중간부터 끝까지 모두 다 봤는데, 이런이런.. 감동의 도가니였다.

깜깜한 밤 하늘의 별 빛 아래 야외 무대에서 거쉰의 음악을 재즈 연주자들의 편곡으로 듣다니, 이건 너무 멋진거다.

올레타 아담스가 They Can't Take That Away를 부를 때,
클레오 레인이 Fascinating Rhythm을 부를 때,
그리고 존 헨드릭스가 I Got Rhythm을 부를 때는
정말이지 이 곡들이 안 끝나기만을 바랐을 정도다.

누군지 잘 모르긴 모르지만, 하여간 너무 노래들을 잘 불러서 감동.. ㅠ.ㅠ

원래 내가 피아노를 쳤기 때문인지, 노래를 듣는 동안에도 내내 빌 샬랍의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저렇게 칠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연주는 진짜로 오랜만이었다.

재즈는 거의 문외한이라 빌 샬랍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한국에서는 유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무대 뒤에서 마주쳤을 때도 씨익 웃고 "하이~"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잘 하는 사람인 거 진작에 알았으면 씨디 들고 가서 싸인이라도 받았을 건데. 칫.

조지 거쉰도 그렇지만 형제인 아이라 거쉰의 작사 또한 일품이었다. 가사 정말 좋잖아?!!

거쉰의 노래를 직접 영화에서 불렀던 미키 루니가 공연에 관객으로 와 있어서 중간에 소개도 하고. 인상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더라. 세월의 힘이란....

게다가 며칠 전에 오페라를 봤을 때랑은 또 다르게 느껴지는 저 조명들 하며..

두껍게 입고 갔음에도 추워서 떨다가 왔지만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건반 위를 구르는 그 피아노 선율과, 더블 베이서, 색소폰도, 트럼펫도, 드럼도 다 좋았다.

내일도, 모레도 다 갈란다.

<음악>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2005. 7. 11. 15:30 | Posted by 헤브니
이제껏 일부러 찾아듣지 않았던 음악 중 하나가 오페라이다.
지금까지는 성악보다는 기악을 우선시하기 때문이었는데,
올해 LA 지역에서는 보고 싶은 공연들이 많이 열려서
1월과 2월에 "로미오와 줄리엣"과 "아이다"를 보러 가는 것을 시작으로
오페라에 사알짝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월 이후로 몇 달간 오페라 공연 관람이 또 뜸했었는데,
요즘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에서 할리웃 보울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신들의 황혼" 3막을 공연한다고 해서 보러 다녀왔다.

바그너의 링 싸이클(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전체 오페라의 길이가
4시간짜리로 네번 분량인데다가, 또 할리웃 보울이 야외무대인 점을 감안해서인지
링 싸이클의 마지막 오페라인 "신들의 황혼" 중에서도 3막만 한 것 같다.
하긴, 3막만 해도 한시간 반 정도 걸렸으니, 전막을 다 할 수는 없었을 거다.

바그너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던 관계로 기억하는 것은 "발퀴레"나 "탄호이저 서곡" 정도 뿐이고, 링 싸이클도 예전에 교양 음악 시간에 배웠던 정도밖에는 모르고 갔었는데,
지휘자인 존 마우체리 씨가 친절하게도 공연 시작 전에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베토벤을 비롯해서 독일 출신의 음악가들은 분위기가
조금은 무거우리만치 심각하고 장엄하다는 느낌을 주는 작곡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신들의 황혼" 역시도 웅장하고 비극적인 내용에 너무 잘 맞는 음악 세계를 표현한 것 같았다.

출연한 성악가들도 각자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느낌이었다.
브룬힐데 역을 맡은 가수도 좋았고, 군터 역도 목소리가 어울렸다.
지그프리드는 조금 더 묵직한 목소리가 낫지 않았나 싶었지만.

3막만 하는데도 등장인물이 7명. 4부작 전체를 하면 어느 정도나 나오게 될런지....
대작 중의 대작임에 틀림없을 것 같았다.


음악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던 건 조명과 무대였다.
야외 무대의 특성을 아주 훌륭히 살린 공연이었다.
야외이기 때문에 특수한 무대 장치나 화려한 의상은 없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무대에서 연주하고 성악가들은 마이크 앞에 서는 구조로 배치했지만,
조명을 아주 훌륭히 사용했다.
공간적 배경에 맞도록 물, 숲, 성채와 빛을 느낄 수 있게 보울 벽에 조명을 비추었고,
마지막에 브룬힐데가 불을 붙이는 장면에서는 무대 위에 불이 타올랐다.
또 조명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려서 신비스러운 느낌이 더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공연하는 건 처음 봤다.

시원한 야외에서 멋진 무대와 웅장한 음악,
그리고 처음으로 아빠와 함께 공연장에 다녀왔다는 것까지 모두가 마음에 드는 무대였다.
즐거운 일요일 저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