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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그리워지는 것들

2009. 1. 15. 17:38 | Posted by 헤브니
1월 중순에 갑자기 화씨 70-8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가 되돌아왔다. 위에는 자켓을 걸치고 속에는 반팔을 입고 출근했다가 한낮에는 반팔만 입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더워졌다. 이게 무슨 일인지... 12월 말 경에 비가 많이 내렸을 때, 두시간 여 떨어진 산에는 눈도 펑펑 내려 보드타러 스키타러 사람들이 많이 가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올 겨울은 그래도 겨울답게 춥다는 생각을 하면서 털 달린 자켓도 입어봤고, 폴라티에 누비 자켓도 걸쳐봤는데 이젠 전혀 겨울 기분이 나지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냈던 겨울은 1998년에서 1999년으로 이어지던 겨울이었다. 중3에서 고1로 넘어가던 때였는데, 여름에 미국엘 왔었다가 아빠가 좀 편찮으시는 바람에 요양차 다시 서울에서 외삼촌이 계시던 대전으로 내려갔었다. 갑작스레 전학이란 것을 하게 되었고, 2년 반이 넘도록 다녔던 원래 중학교가 아닌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졸업을 했고, 결국 대전의 한 신설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던 때구나. 고등학교 가니까 학원다니며 준비하라고 하셔서 아파트 근처의 학원에 다니던 겨울 방학이었다.

나는 그 때 한참 X-Japan을 좋아했었는데, 새로운 학교에 전학와서도 X-Japan을 위시한 그룹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사람을 사귀게 되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 때만해도 음반을 mp3으로 뜬다거나 다운을 받는다거나 씨디로 굽거나 하는 작업이 그닥 흔하지 않아 일본 음악을 들으려면 큰 돈을 들여(!) 정품을 사거나 불법복사판을 사야했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경우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CD에서 옮긴 테이프를 빌려 테이프 복사를 해야했었다. 당연히 음질이 좋지 않았었지만 그거라도 들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달까.

X-Japan말고 좋아했던 그룹은 Luna Sea였는데, 이들의 음악에서는 뭐라고 해야하나.... 나더러 Luna Sea의 음악을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spirituality를 고를 것 같다.

그 날 밤도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었던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10분도 채 되지 않는 길을 걸어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던 때였다. 추우니까 학교 다닐 때는 교복 위에 덧입던 그 당시에 30만원 주고 샀던 베네통 코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가방을 메고, 넉넉했던 코트 주머니에 미국 여행 때 사온 파나소닉 워크맨을 넣고 Luna Sea의 음반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20층이 넘는다는 요즘 아파트에 비하면 그닥 높지 않은 아파트 단지였었는데, 그 아파트 빌딩 사이로 눈에 들어왔던 별이 빛나던 하늘, 추우니까 숨을 쉴 때마다 뿜어져 나왔던 하얀 입김, 그 때 들었던 Jesus라는 Luna Sea의 노래.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밤의 하늘과 추웠던 날씨와 음악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내게 아직까지도 잊을 없는 겨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준 같다.

 

요즘은 어디든 나가려면 차를 가지고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있지만, 역시 걸으면서 가지고 나온 음반이나 라디오 밖에 들을 없었던 중학생 시절이 그립다. 목도리랑 모자를 두르고 코트를 입고 나와야 했던, 귀가 떨어질 만큼 추운 겨울도 때때로 그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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