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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차이코프스키 Spectacular.

2005. 7. 23. 17:13 | Posted by 헤브니
매년 여름에 할리웃 보울에서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으로만 꾸미는 이틀 간의 공연이 있는데, 그날에 꼭 연주하는 곡이 "1812년 서곡"이다.

이 곡 중간에 나와야 하는 대포 소리에 맞춰, 불꽃놀이를 하는데, 멋지다.

10년 전에 처음 미국 관광을 왔을 때, 이모와 둘이서 이 "The Tchaikovsky Spectacular with Fireworks"를 본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들었던 곡은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협연자가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해보니, 그 때는 영어도 잘 모르고 클래식도 그냥 피아노 배우는 것만 알던 때였던걸.

오늘, 딱 10년 만에 같은 공연을 보았다.

올해는 피아노 대신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했는데, 협연자는 제니퍼 고 씨.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고 들은 것 같은데, 1994년도 차이코프스키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지휘자가 소개할 때, "차이코프스키가 쓴 악보 그대로, 음 하나도 빼먹지 않고 연주할 사람"이라고 하면서 칭찬을 거듭했던데다, 무대에 나와서 서는 자신감 넘쳐보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1악장 중간에 3번, 1악장이 끝나고 기립 박수를 받았다.

내가 연주해본 곡이 아니라서(.....)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듣기에는 정말 음 하나도 안 빼먹는 것 같았다. 이야~ 정말 잘 켜네. 음을 잡는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감정 조절이랄까 소리 조절이랄까, 하여튼 소리의 대비가 굉장히 명확하게 들리는 연주였다. 야외 무대에서도 이렇게 잘 들리다니. 물론 바이올린 협주곡이니 오케스트라에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 전혀 없을 수야 없었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여러 연주자가 연주한 레코딩을 여러번 들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들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새삼스럽게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작곡하고 초연하는데, 당시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이해가 갔다.

거참, 듣는 사람이 연주하는 거 보고 들으면서도 연주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연주하는 연주자는 얼마나 피를 말릴까.

3악장까지, 곡 전체가 끝나고는 꽤 많은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기분,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늘은 지휘자가 굉장히 유머러스했다. Bramwell Tovey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곡 시작 전에 농담을 섞어가며 아주 재미있게 일화들과 곡 설명을 해주었는데, 많이 웃었다. 화요일의 제프리 테이트와는 아주 달랐다... ;;

"에프게니 오네긴"에서 나오는 폴로네이즈 두 곡 후에, 하이라이트인 "1812년 서곡"을 연주했다. 울 학교 marching 밴드가 찬조 출연을 한다고 하니, USC 출신들의 "Yeah!!"라는 환호성과 라이벌인 UCLA 출신들의 "Boo~" 라는 야유로 난리도 아니었다. 하하..

대포소리에 맞춘 불꽃놀이, 멋있었다.
불꽃놀이 할 때마다, 장비 곳곳에 신경 쓴 티가 무척 많이 난다

요 며칠은 너무 더웠는데, 더운 하루의 날씨를 말끔히 잊게 해줄만큼 정말이지 날씨까지도 시원하고도 완벽하게 맞춰준, 아주 즐거운 음악회였다.
할리웃 보울의 화요일 시리즈는 클래식이다.

7월 19일 화요일의 출연진은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지휘자 제프리 테이트였고, 연주곡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7번이었다.

베토벤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나만 썼나? 번호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길 샤함도 제프리 테이트도, 내가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꽤 자주 나오는 사람들이다. 프로필은 잘 모르지만, 자주 접할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갔다.

내 실력에 공연 평을 쓰는 건 무리다.
듣는 귀를 더 키워야하는 점을 알고 있기에, 평을 쓰고 싶지는 않고, 그냥 감상만 좀 적자면, 협주곡도 교향곡도 듣기에 편안했다는 거다.

길 샤함은, 연주 중간중간에 아주 장난스러운 미소를 잘 지어보였다. 아마도 까다로운 부분을 무사하게 넘길 때마다 그러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길 샤함이 들고있는 바이올린이 그에게 너무 작아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잘해서 그런가?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아마도 연주자는 만족할만한 연주를 해냈다고 느낀 것 같았다.

나도 듣고 있기에 참 편안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근데 솔직히 너무 길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보다 길었던 것 같은...

교향곡 7번은, 솔직히 5, 6, 9번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아서 잘 몰랐다. 2악장을 들었을 때에야, '아, 이거구나'라고 조금이나마 기억이 난 셈.

공부를 좀 하고 갈 걸. 아는 만큼만 느낀다는데, 예습에서 죽을 쑨 거네.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이 좋았다.

오늘은 레너드 슬랫킨이나 존 마우체리처럼 공연 전에 약간 설명을 곁들여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제프리 테이트는 레너드 슬랫킨이나 존 마우체리같은 유머 감각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얼굴도 굉장히 진지해보였고... 목요일에 하는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못 들으러 가는게 좀 아쉽다. 이 스타일로 지휘하는 라벨의 곡이라면 좀 안 어울릴 것도 같지만.


클래식을 들으면 들을 수록, 뭔가 자꾸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즐기면서, "이 사람 좋아, 저 사람 별로야" 이 정도였는데, 왜 맘에 들었는지 스스로 정리를 해보려고 하면 꽉 막힌다. 아~ 나는 점점 논리적인 사고가 결여되는 게 아닐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만 같아 한숨만 푹푹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