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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기상조인지도 모르지만...

2008. 6. 16. 15:13 | Posted by 헤브니
소개팅이라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주선자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소개받은 당사자들 간에도 말이다.

지난 주에 얼떨결에 누군가를 인사만 나누는 형식으로 소개를 받았는데,
기분이 영 찜찜한 거다.

2006년 가을에 있었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이후 전혀 없었으니) 소개팅의 감상이
"이 양반이 어따대고 이런 인물을 나한테 같다 대!!!!!!!!!!!!" 였던 만큼
소개팅에는 애시당초 별로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았지만,
아주 멀리 타주에 사는 사람을 친구로 소개시켜줘서 어쩌라는 건지...

학교 학생이셨던 어떤 분의 막내 동생이라고,
점심 시간에 직원들과 같이 점심을 하면서 누님 되시는 분이
"여자 친구 감 좀 소개시켜주세요~" 했는데
연령이 맞고 싱글인 사람이 나 밖에 없어 그 자리에서 당첨되다시피 했다.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책임을 지시려고 그러신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음 날 집이 있는 타주로 떠난다고
같이 TV쇼 녹화장에 가자고 초대를 해주셨는데
일 때문에 그건 정중히 사양을 했건만,
화끈하신 누님이 아예 학교로 데리고 오셔서 인사를 시켜주시더라.

일하는 중이니 그 자리에서 그냥 통성명 정도로 인사를 나누고
누님 일 다 보신 다음에는 나가는 길에 "싸이에서 뵈어요" 라고 또 인사를 하시고 가시길래
"싸이 주소 주시고 가세요"라고 하고 주소를 받아놨다.

주소를 받아놨으니만큼,
집에 도착도 하셨을 테니 인사만 남겨두고 왔는데
그 날 싸이 방명록에 답장이 왔더라.

그게 목요일이었는데, 그리고는 끝이다.

근데 말이다, 뭐라고 해야하나...

딱히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별 진전이 없으니 뭔가 좀 상황이 찜찜한 느낌?

직장에 같이 일하는 여성분들은,
옆에서 관전하기 꽤나 재미있는 놀림감 정도로 생각을 하셨던 것 같으니
자랑은 아니지만, 연애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뭐라 조언을 구하기도 그렇고
조언을 구해야할 만큼 대단한 일인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끝나버리면
이건 정말 한낮 말 맣은 여자들 점심 먹으면서 수다 떨다
점심 끝나면 바로 잊어버릴 간단한 수다꺼리 정도 밖에 안되는,
한마디로 말해서 깜도 안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누님이 동생 데리고 왔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왔다갔다하면서 "어땠어?" "뭐 있어?"
이런 식으로 한 마디씩 물어보는게,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게 시기상조이지는 모르지만
목요일 이후 오늘 일요일이 다 지나도록 별 일이 없었으니만큼
앞으로도 별 진전이 없이 싸이 방명록에 글 한번씩 남긴 사람으로 남으리라는 가정하에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도 전혀 알지 못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쨌네 저쨌네, 잘되었네 안되었네 와 같은
누군가의 잡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은 썩 유쾌하지 않은 일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데,
어쩌면 나에게 "어따대고"의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말이다.
(상대방이 "어따대고"라고 느꼈다면 그건 더욱 맘에 안 드는 상황이었겠지만..)

시집 갈 생각을 해야할 나이가 된 것도 인정하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나를 아끼는 누군가는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는 거 인정하지만,
순전히 당신 생각하기에 어울리는 두 사람을 맘대로 엮으려고 하는 일,
별로 좋은 취미 아니다.

그리고 소개받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다.
아~ 찜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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