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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인맥 관리.

2007. 9. 17. 11:59 | Posted by 헤브니

미국에 살다보니 Facebook이나 MySpace 어카운트가 가끔 필요한 경우가 있어
만들어놓기는 했는데 잘 쓰지는 않는다.

내가 필요한 일에만 쓰려고 만들어둔 거라 자주 들어가게 되지도 않고,
친한 친구들과는 전화도 자주 못하고 사는데
Facebook이나 MySpace로 연락할 일도 별로 없는데다
싸이나 네이버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니까.

필요에 의해 만들어둔 온라인 커뮤니티 어카운트 때문에
내가 신경쓰이는 것은 단순하지만 귀찮은 기능 하나 때문이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들이 가끔씩 친구 신청을 한다는 것.

오늘도 고등학교 동창이 친구신청을 해와서 수락을 하기는 했는데 뭐랄까.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한 두개 정도에 같이 있었고,
노는 그룹이 전혀 달라 이야기도 한 적 별로 없었고,
더구나 졸업 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왜 이렇게 친구신청을 하는 건지 그 이유가 정말로 궁금한 거다.

99% 확신하지만 이 친구가 내 홈피에 먼저 놀러와서 근황을 이야기하며
그 동안 쌓인 회포를 풀자고 전화번호 물어볼 일도 앞으로 없을 텐데 말이다.
내 쪽에서 먼저 놀러가는 게 큰 일도 아니고 뭐 자존심 이런 거랑 상관있는 문제도 아니지만
아무리 예의를 차려보려고 해도 난 그 친구랑 전혀 할 이야기가 없는 걸. ;;
얼굴이 어렴풋이나마 기억나는 게 신기할 정도니까 말이다.

요즘 말마따나 인맥이 재산이라서?
흥.

허례허식처럼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게 되는 온라인 인맥관리도
점점 짜증나는 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사진을 공유해야하는 싸이는 이미 솔직한 표현의 장소는 아니기에
이렇게 블로그에 이사를 와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건 온라인이라기보다는 오프라인 인맥 이야기이지만...

친구를 통해 알게되어 한동안 친하게 지냈던 어떤 오빠가
어느 날 싸이에서도 전화로도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메세지, 문자 남겨도 씹히고)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자 친구가 생겨서 연락이 안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적이 있다.
그 오빠와 의남매를 맺을 정도로 친했던 내 친구가
학교 편입을 해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이사간 뒤에
1년만에 처음 놀러와서 전화해서 메세지를 남겼는데도 씹힐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하겠다.

그 일을 계기로 
내가 보낸 메세지나 문자를 보고 답을 하기 위한
아주 잠깐, 최소한의 시간 투자도 불가능한 사람에게는
나도 시간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생각과 일상의 교감과 공유는 낭비라는
내 나름대로 관계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싸이 일촌을 끊어버렸다.

일촌 관계를 청산한 게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뭐랄까.
스스로에 대해 무자비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 생각에 대해 충실했다는 점에서 깔끔한 정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관계에 대해 결벽증이 있는 것도 같은데,
난 친할 수록 차려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연락이 오면 짧게나마 답을 줘야하는 건 상식인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걱정하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이미 여러번 한 이야기자만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의 종류가 만날 때마다
"밥 한 번 먹자!"거나 "야, 왜 전화 안해?"라고 인사하는 사람이다.
정말 나랑 밥이 먹고 싶으면 전화를 하면 될 텐데도 안 하면서
나보고 왜 전화 안 하냐고 덮어 씌우는 사람.

나랑 밥이 정말로 먹고 싶은 게 아니잖아.
그리고 밥 먹자고 이야기 한 건 댁이거든.
근데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내가 자기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것, 인정하지만
그만큼 나도 참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든다. >.<

그렇다고 입맛에 맞는 사람(!) 고르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으니까...

제발 필요없는 인맥 만들려고 사람 괴롭히지 좀 마라.
어차피 관심도 없을 거면서.

친구 신청 메일 한통에 갑작스런 짜증이 확 밀려온 저녁이었다.
밥 잘 먹고 이게 무슨 감정의 뒤틀림이람.

하여간 결론은 온라인 인맥이 어느 순간 공해로 변신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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