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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8 마음은 보상받을 수 없는 것.

마음은 보상받을 수 없는 것.

2007. 12. 8. 12:45 | Posted by 헤브니
미국 오자마자 고등학교에서 사귄 친구 중 하나가
드디어 버클리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었던 친구라서 그런지
엄마와 단 둘 뿐이라 졸업식에 갈까말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클랜드까지 가는 버스 표를 (충동적으로) 예약해버렸지요.

졸업식은 토요일이니까, 금요일에 올라가는 김에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다 같이 고교 동창)랑 저녁이라도 먹으며 얼굴을 보려고
계획을 짜느라 전화를 했는데...

금요일까지 기말 시험을 치르느라 피곤해 죽을지도 모른다며
아무 것도 약속해줄 수가 없어... 라는 x가지 없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일단 끊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어요.
혹시 그 친구랑 만나서 시간 보내다가 샌프란시스코 구경하고 싶으면 놀다가
토요일 점심 때 자기를 만나러 와도 된다는 겁니다.

저기요... 샌프란시스코 관광하러 가는 거 아니거든요...
당신 졸업식 보러 가는 거지... 라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요.

그런데 뭐랄까...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라고...

내가 기말 고사를 금요일까지 봐야해서 바쁠 것 같은데
그 친구랑 시간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 라고 하는 거랑
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으니까 그 친구랑 샌프란 구경하다가 토요일 점심 먹으러 오던지~ 는
풍기는 뉘앙스가 너무 다른 겁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마지막 학기 마지막 학기말 시험 보고 얼마나 지쳤을지 이해는 가지만
왔다갔다 왕복 14시간, 일도 하루 째고 올라가는 친구한테
할 수 있는 말이 "아무 것도 약속해줄 수가 없어"라니...

가겠다고 한 건 저였지요... 그 친구가 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니,
바쁠 때 그런 얘기 한 게 무신경 한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친구가 버클리로 간지 2년 반만에 처음 올라가 얼굴 보겠다고 들떠 있는 마음에
성의 없는 저 말투가 찬 물을 끼얹었다고 해야할까요.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저도 다음 주에 내야 할 페이퍼가 있어서
계획을 엎어버렸습니다.

너만 바쁜 거 아니거든...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는 내내 계속 억울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것,
비슷한 만큼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잘못인 줄은 압니다만
그만큼 돌려주지 않을 것 같은 상대에게 무조건 마음을 퍼주기에는 내공이 딸린
저는 아직 덜 성숙한 어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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