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PER ASPERA AD ASTRA
헤브니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전화 안 할 거면 번호를 물어보지 말지그래?

2005. 10. 19. 10:44 | Posted by 헤브니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가끔씩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다.

작년 가을 학기에 같은 지정학 수업을 들었던, 반의 유일한 한국 사람이었다.
나이도 같고, 같은 시기에 학교에 편입을 한 터라 얘기꺼리가 많은데다 가끔 같이 시험 공부를 하면 말도 꽤 잘 통했었다.

이 사람의 문제는, 대화 때 매번 실천할 의지가 없는 말을 꺼낸다는 것.

"전화 할게. 한번 보자."
"전화 할게. 밥 먹으러 가자."
"전화 할게. 노래방 가자!"

기타 등등.

하여간 언제나 말만 하는 것이 짜증이 나서 나로서도 학교에서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이자 교우 (사적인 친구는 아니니까..)라는 의미 따위도 무시하고 연락을 안 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다.

아는 얼굴이다보니 캐주얼한 약간의 근황 나누기를 비롯, 대화를 잠깐 나눴는데, 또 얘기하더라.

"한번 보자. 전화 할게. 근데 나 전화기 바뀌었는데, 번호가 뭐였지?"

나의 반응은 이랬다. 오늘 포스팅의 제목.

"전화 안 할거면 묻지 말지?"

물론 그 쪽도 그랬다. "왜~ 전화 할 거지, 물론."

"그래? 알았어." 하고 번호를 주었다.

이것은 대략 이주일 전 쯤이었는데, 오늘 도서관에서 또 만났다.

나로서도 반갑다기 보다는 그냥 아는 얼굴을 다시 보는 셈이라,
"보려니까 자주 마주치네." 라고 말을 건넸다.

그 쪽도 "그러게."
그 쪽이 전화를 거는 중이어서 손 흔들고 지나쳤다.

딱 두 마디로 인사 끝.
오늘과 지난 번의 만남 사이에 전화 통화 따윈 물론 없었다.

실천할 의지가 없는 말을 인사 치레로 건네는 것은,
예의바른 게 아니라 자신을 신용이 안 가게 만드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단지 인사치레에 불과한 말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걸까?

하지만 말이란 결국 각자의 생각을 입밖으로 내는 것이니,
책임감있는 말만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을 뿐이다.

이런 경우처럼 별로 친하지는 않고 얼굴을 아는 그냥 "아는 사이"일 경우에는
웃는 얼굴로 근황을 물어보는 안부 인사도 충분히 기분 좋을 수 있단 말씀.

실제로는 관심도 없으면서 무리해서 신경 쓰는 듯한 예의보다
가볍더라도 진실한 예의를 차리자.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 끝난 자축은 DVD와 함께!  (0) 2005.10.21
휴우...  (2) 2005.10.19
비 오는 날 듣는 조성모 "Classic"  (0) 2005.10.19
iPod 새로운 버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2) 2005.10.13
정신없다.  (2) 200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