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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외로운 연말

2008. 12. 30. 16:40 | Posted by 헤브니

12월 24일 수요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평소에 보기 힘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명 빼고 모조리 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6시가 다 된 시간이라 바쁘기도 했을테고 뭐.. 나는 그냥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을 뿐이니까. 토요일이 다 될때까지 나머지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새삼 서글퍼지긴 했지만, 이 부분에서 또 우기자면 미국애들은 대강 다들 그렇다!!! 기다림을 포기하고 잊어버리면 언젠가는 답이 온다능! ㅠ.ㅠ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수요일 후 사흘이나 지나서야 연달아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덤으로 미처 전화를 하지 못한 언니에게서 전화가 한 통 더 왔다. 전화가 오긴했지만 다들 바쁘니까 만나기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이 중에 한 명은 지난 1월에 한 번 보고 11개월 정도 잊어버리고 살았던 친구였다. -_-;

친한 친구 이야기를 쓰려면 나는 참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이민생활 10년 쯤 하다보면 한국에 사는 친구들과도 소원하기 마련이고... 나는 안 그렇다고 생각은 우기려고 하지만 내 마음도 예전같지 않을 것을 느끼니까 말이다. 그냥, 그런 만남과 헤어짐도 인생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되고 소원해짐에 어느 순간 익숙해져가는 것을 알아가게 되더라고...

자라면서 나이를 빠르게 먹기 시작하면 연애도 해야하는 것이고, 결혼도 해야하는 것이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 것이고, 아이 키우며 늙어가야 하는 것이고... 아직 만 나이로 스물 다섯 살 밖에 안되었으면서도, 나이가 들기 때문에 거쳐가야 하는 일반적인 인생의 관문들이 하나씩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서 그 중 하나가 아끼는 지인들과의 소원해짐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서글퍼지는 올 연말이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어찌할 수 없는 관문이란 걸 이미 알기 때문에, 지금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충실하자고 다짐해본다.

사족.
이런 생각 분위기있게 하며 운전하고 집에 오는 길에 미국 온 첫 해의 고등학교 10학년 화학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이 폐렴으로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친구에게서 전해듣고 뛰어가서 두 시간 동안 떠들다가 와버렸다.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도는 크루즈 여행을 하시고, 크루즈 여행사에서 예약한 콴타스 항공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걸린 것 같다는 폐렴! 32년 근속으로 일하시고 몇 년 전 은퇴를 하셨는데, 정직하고 견실한 미국인의 이미지가 있다면 이 분은 그 이미지에 200% 들어맞는 분이다. 응급실에서 맞으셨다는 65세 생신, 그냥 넘어간 파티를 늦게라도 하실 거라며 초대해주셨다. 맛있는 와인 들고 놀러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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