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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궁"이 드디어 끝났다. 24회로 마감된 것에 감사한다. -0-

기대하지도 않고 어쩌다가,
누가 재미있다고 그래서 보게 된 이 드라마를 시청하던 지난 석달 동안,
참 많은 것을 느꼈더랬다. 그리고 즐거웠더랬다.

만물이 겨울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계절,
어두웠던 날들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화사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인 봄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느끼는 봄과 연결되는 사랑은 열병과도 같은 사랑이다.

매사가 즐거워야 할 것 같은 밝은 계절과 사랑을 연결하는 것인데도
예전부터 내 머릿 속에서는 "봄의 열병"이라는 구절이 연상되어지곤 했다.

윤석호 피디님이 계절 연작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에도 역시
봄을 주제로 만들 때는 찡한 아픔과 관련된 사랑 얘기를 만들어주셨으면.. 하고 생각했다.

"봄의 왈츠"라니, 너무 판타지 지향적인 제목이라 약간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전작들의 전통을 따른다면 아픈 사랑 이야기겠거니, 싶어
시간 나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봄에 나의 생활을 폐인의 그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드라마 "궁"을 보고 있자니
또 열병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앞에 둔 인생 전체를 놓고 봐도,
열 아홉이란 나이는 인생에서 봄과도 같다.

그들이 겪고 있는 사랑이 진실한 의미의 첫사랑이라는 점에서도
역시 계절의 처음인 봄이 연상된다.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랑하고 있다는 내 감정을 어떻게 솔직하게 전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랑한다는 마음을 먼저 입 밖으로 소리내어 크게 말하는 것과
사랑하는 이를 잡기 위해 먼저 손 내미는 일이
결코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일이 아님을 모르는 것이
바로 열 아홉의 사랑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나만의 감정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열 아홉의 사랑이다.

그리고 세상의 때를 뭍히지 않기에
자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아파하는 것이 바로 열병이 아닐까 한다.

열병을 실컷 앓고 나면, 마치 다시 태어난 듯 새로움이 밀려온다.
마음이 아프고 나면, 어른이 된 듯 성숙해진다.

"궁"의 두 주인공들은 닥쳐오는 아픔 후에 어떻게 변화될까?
난 그게 가장 궁금했는데, 주인공들의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고 결말에 대해 만족했다.
내용상으로는 솔직히 너무 헛점이 많이 드러나버렸지만 말이다.
급조된 결말 같았다고나 할까.

전개되고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결론지음과 동시에
시즌 2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간에,
감정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된 신과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운 채경.
내 행동과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채경에게서 나올 때, 사실은 감동했다.
드라마 속이었지만, 그 둘은 자신들에게 얹혀진 지위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가장 노력했던 인물들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말은 하지만, 지켜내기가 실로 힘든 것이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많은 일들과 아픔을 겪으며 둘 다 참
예쁘게 자라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찡하게 앓았던 열병은 역시 아름다운 성숙이란 결과를 낳는거다.
정말이지 예쁜 두 주인공이었다.


인뢰옵하 및 궁의 출연진들과 스탭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꾸벅.

멋진 세트와 화려한 의상, 그리고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음악들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던 드라마를 만들어주심에 감사!

그리고, 신인들로 구성되었다고 사람들 걱정시키더니
회를 거듭할 수록 인물에 동화됨을 보여준 신군과 채경, 율군에게 박수.

다음 주부터는 무엇으로 즐거움을 대신하나. 걱정이 앞선다. 휴우.

나에겐 드라마 "궁" 자체가 봄의 열병이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