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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Vanity Fair Portraits: Photographs 1913-2008

2009. 2. 24. 09:47 | Posted by 헤브니


오랜만에 LACMA에 다녀왔다. 잡지 <Vanity Fair>에 실렸던 인물 사진전이 열린다고 하기에 꼭 보고 싶어하던 차였는데 3월 1일까지라고 해서 부랴부랴 다녀왔다. 작년에 달리 전시회의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생각이 나, 연말에 LACMA의 회원 가입비를 50% 할인해줄 때 큰맘 먹고 가입을 했는데, 이제서야 가게 되다니. 직장, 교회, 집 등의 생활권 바깥의 것들을 챙기고 살기 쉽지 않은 게 사회인으로서의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같이 갈 사람도 마땅치 않았는데 다행히도 이미 전시회를 보고 온 동생이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전시회장에 들어가자마자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2001년도 표지로 실렸던 할리우드 특집호 표지로 실렸던 사진이다. 니콜 키드만, 기네스 팰트로, 메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페넬로페 크루즈, 소피아 로렌, 케이트 블랑쳇 같은 배우들을 사진 한 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던데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아 한 권 사서 아직도 소장하는 잡지인데!! 커다란 사이즈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우들의 자체 발광포스는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보니 위에 열거한 배우들은 모두 다 오스카 상 수상자들이군. -_-;

이런 미모와 재능을 가졌다면 나도 배우란 직업을 한 번 시도해봐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볼 수도 있고, 성공하면 부와 명예도 가질 수 있고, 내가 가진 부와 명예로 타인의 삶을 돌볼 수 있는 영향력도 가질 수 있는데 말이다. 성공하기에 쉽지만은 않은 분야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한데. 


참 많이 사랑받는 영국 출신의 노배우 두 명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나이들어서까지 멋있어 보이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숀 코네리와 마이클 케인. 이렇게 선해보이게 늙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마흔이 넘어버린 줄리아 로버츠의 소시적 사진인 듯. ^^ 커다란 입매와 활짝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역시 배우들의 사진이 가장 많았다. 니콜 키드만, 조지 클루니, 대릴 한나, 아놀드 주지사, 헬렌 미렌, 페이 더너웨이 같은 진지한 배우들 사진이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유명한 스캔들메이커'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엔터테이너는 아닌 사람들의 사진은 제외되었다는 게 특징이었달까.

정재계의 유명인들은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 다이아나 왕세자비, 윌리엄 왕자, 모나코의 캐롤라인 공주와 아이들, 루퍼트 머독, 부시 행정부를 포함했고 문인으로는 헤밍웨이, D.H.로렌스 등, 예술가는 스트라빈스키, 전설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존 콕토 등의 디아길레프 사단 등을 포함했다. 운동 선수로는 랜스 암스트롱이 있었고. 안나 파블로바 사진은 1910년대에 찍힌 사진이었는데,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사진에서 세월이 뭍어져 나온다는 것. 세월이 더해질 때 사진은 단순한 기록용 매체는 뿐인 것은 아닌 거다.

동생과 함께 Little Tokyo에 들러 유명하다는 라면 집에서 무려 한시간을 기다려 교자와 라면을 먹고 왔다. 가격이 싸지 않았지만 아주 맛있었다. 음식 사진은 따로 올려야지. ^^ 동생이랑 한창 싸우며 자랄 때 엄마가 언젠가 동생이 자라면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어 줄 거라고 하셨는데, 다섯 살이나 어린 동생이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훨씬 든든하단 생각이 요새는 저절로 든다.

행복한 토요일이었다.

2. 21.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