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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colored sky

2008. 11. 8. 06:39 | Posted by 헤브니


11월 첫주, 썸머타임이 끝나자 낮이 훨씬 짧아졌다. 6시에 퇴근하고 밖으로 나오면 이미 세상이 깜깜하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은 그게 하나 아쉽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문득 토니 베넷이 부른 <The Way You Look Tonight>이 떠올랐다. 직장에서 동료들이랑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혼자 머리 속에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다보니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My Best Friend's Wedding>이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영화에서 나오던 이 노래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집에 분명히 사운드트랙이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그거 챙겨서 들고 나올 정신이 어드메 있다고? 세수하면서 씨디 챙기자, 이래놓고는 만날 빈손으로 나오는 걸. 근데 씨디 잊어버린 걸 꼭 출발해서 첫번째 신호등에 걸려야만 생각나니, 이거야 참..

요즘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지치는 것을 더욱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게 다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려니,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체념을 하게 되는 것 같고... 체념할 일에 체념하는 것과 상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쯤에는 거의 파김치가 되는 느낌인데, 차까지 밀리면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피곤해져 버린다.

이 날도 역시 거의 녹초가 되어, 운전하는 동안 피곤한 몸을 깨우기 위해 음악을 틀려고 뒤적거렸다. 차 안에 다운을 많이 받던 4-5년 전에 만들어 둔 씨디가 꽤 많다. 저장해두는 셈으로 mp3 씨디를 만들어둔 건데, 요즘 나오는 차에는 mp3 씨디를 읽을 수 있는 플레이어로 나오니 그 많은 씨디를 들을 수 있다. 씨디 낱장을 넣어두는 가방에서 아무거나 꺼내 플레이어에 넣었는데 문제는 어떤 곡이 나올지 전혀 모른다는 거? 

집에 돌아가기 위해 프리웨이에 들어가는 그 순간, 아침에 떠올랐던 <The Way You Look Tonight>의 멜로디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이 씨디에 이 노래가 들어있는 줄도 몰랐는데 말이다. 게다가 마침 해가 지던 서쪽 하늘은 오렌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고단함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해졌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루의 피곤이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음악과 하루가 저무는 시각의 석양이 있다면 그냥저냥 살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었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에 감사하고,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에서도 위안을 삼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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